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누구인가 아닌가에만 천착하면 벌어지는 일

마드리갈, 2025-02-20 01:13:30

조회 수
110

사람이 모두 같지 않으니 모습도 생각도 언행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것을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만났을 경우의 판단과 반응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는 결코 충분치는 않아요. 특히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큰 규모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에는 사실 더 공정하면서도 동시에 효율적인 사고방식이 있어요. 언행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판단하려면 인간이 평등하다는 전제는 반드시 성립되고 또한 준수되어야 해요. 그게 없이 누구인가 아닌가에만 천착하면 벌어지는 일이 있어요. 우려된 사안을 3가지 쟁점으로 요약하면 대략 이 정도가 될 거예요. 
첫째, 말이 늘 정반대로 바뀐다. 
둘째, 극복할 수 없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횡행한다.
셋째, 사회에 불투명이 만연한다.

첫째 쟁점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최순실 게이트와 조국 사태로 선명해지죠.
두 사안 모두 한국사회의 공정성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입시비리가 있어요. 그런데 진행상황은 천양지차였어요. 전자의 경우는 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입학취소처분이 내려진 반면, 후자의 경우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갔는데다 심지어 검찰개혁으로 포장되고 미화되기까지 했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박원순 성범죄 사건에서 나온 유명한 말인 "피해호소인" 이라든지, 페미니즘 계열에서 범죄자를 남성으로 단정하여 비난했다가 나중에 그 범죄자가 여성인 것이 드러나니 일제히 침묵하는 등의 사례 또한 결국 사안은 어떻게 되어도 좋은 채로 인물에 따라 말이 늘 뒤집어지는 일이 반복되어요.

둘째 쟁점은 결론부터 말하죠. 신분제사회로의 퇴행.
인류역사에서 유독 발전이 더디었던 것이 차별에의 극복이었죠. 그나마 근현대로 오면서 18세기말의 시민혁명, 19세기부터 본격화된 노예해방 및 20세기부터의 탈식민지 및 공화주의 확대에 힘입은 여성차별 및 인종차별의 철폐 등. 그런데 누군가인가 아닌가에만 천착하면 결국 이런 인류사의 진보 따위는 버리고 전근대 신분제사회로 돌아가겠다는 말과 다를 게 뭐가 있나요. 특정인 신격화나 악마화의 위험은 어느 정파에도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평등을 강조하는 진보주의자들에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타인을 반동(反動, Reactionist) 운운할 자격 따위는 처음부터 그들에게는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셋째 쟁점은 "선택적 정의" 또는 "선택적 침묵" 등의 현상으로 이미 진행중인 사안이예요.
이미 첫째 쟁점에서 언급된 사안을 비롯한 여러 사안에서, 행위자의 정체가 알려지기 전과 알려진 후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게 보였어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행위자를 특정하기 전에 자기검열을 작동한다든지 메신저를 악마화하는 식으로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거나 하는 일이 횡행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되는 사회에 건전한 목소리의 입지는 줄어들 뿐.

이런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많아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그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사회가 점점 이행중인데, 오늘까지의 변화가 내일부터 달라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근거는 있을까요. 그리고 상황이 일변하여 예의 그 사람들이 차별의 대상으로 전락하면 그때의 그들은 불만없이 순응할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5-02-23 22:01:55

다들 자기들은 정의롭다고 생각해도, 결국에는 이기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결국에는 해악이 될 것이고요. 좋지 않은 현상이에요.

마드리갈

2025-02-25 14:03:20

잘 말씀해 주셨어요. 정의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이기주의로 점철되어 자신마저 위협하는.

저렇게 누군가인가 아닌가에 천착하여 타인을 차별하기 급급한 자가 처지가 뒤집혀서 차별의 대상이 되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죠. 그런 데에서도 철저히 이기주의적이라는 게 증명되는데,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닿지 않더라구요. 그럼 답은 없어요. 생각이 없다는데 강제로 하게 만들 수도 없으니 외부인으로서는 그냥 보고 있어야죠. 물론 그들이 위기에 빠지더라도 일절 구해줄 생각도 없어요.

Board Menu

목록

Page 1 / 30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추가)

6
  • update
Lester 2025-03-02 178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356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211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42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5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924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54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03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645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161
6043

오늘 쓸 글의 주제는 정해지 못한 채로...

  • new
마드리갈 2025-04-19 6
6042

이제는 증기기관차도 디지탈제어시대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4-18 27
6041

이유를 말못하는 개혁과 시장을 이긴다는 망상

  • new
SiteOwner 2025-04-17 19
6040

판소리풍 화법의 기사를 쓰면 행복할까

2
  • new
마드리갈 2025-04-16 27
6039

자칭 통일운동가들은 김일성 생일은 잊어버렸는지...

2
  • new
SiteOwner 2025-04-15 32
6038

<죠죠의 기묘한 모험> 7부 <스틸 볼 런>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확정

7
  • file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4-14 109
6037

엑스포 이야기 약간.

4
  • new
SiteOwner 2025-04-13 78
6036

미국의 제조업 천시 마인드는 여전합니다

3
  • new
SiteOwner 2025-04-12 56
6035

트럼프라면 중국에 대해 1000% 관세율을 적용할 듯?

3
  • new
마드리갈 2025-04-11 52
6034

NHK에서도 애니에 출연하는 성우들이 자주 나오네요

  • new
마드리갈 2025-04-10 40
6033

이번주의 피로가 지난 수년간보다 더 크게 느껴지네요

2
  • new
마드리갈 2025-04-09 50
6032

"자칭 히로스에 료코 용의자 체포" 의 충격

2
  • new
SiteOwner 2025-04-08 49
6031

러시아의 첩보센서는 영국 영해에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2
  • new
SiteOwner 2025-04-07 51
6030

적성국보다 동맹국이 나쁘다고 말한 결과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4-06 55
6029

형해화에 무감각한 나라

  • new
마드리갈 2025-04-05 51
6028

계엄-탄핵정국은 이제야 끝났습니다

8
  • new
SiteOwner 2025-04-04 122
6027

학원 관련으로 여행에서 접한 것들 몇 가지

2
  • new
마드리갈 2025-04-03 52
6026

애니적 망상 외전 10. 일본에 펼쳐진 시카노코

2
  • new
마드리갈 2025-04-02 64
6025

이제 일상으로 복귀중

2
  • new
마드리갈 2025-04-01 58
6024

조만간 출장 일정이 하나 잡혔는데...

4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3-31 117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