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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공부하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요. 특히 그 언어의 조어방식이라든지 발음 같은 것을 들으면 희한하거나, 신기하거나, 웃기는 것이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소개해 보고 싶어요. 일단은 일본어에서.
가장 신기한 거로는 조어방식.
이런 어휘들을 볼까요?
- 留守 (루스) - 한자를 보면 머물러서 지키고 있다는 의미인데, 실제로는 집을 비운 상태예요. 집을 지키는 건 루스반(留守番).
- 変質者 (헨시츠샤) - 이상하거나 수상한 자라는 의미로, 한자 자체를 보면 변질된 자라는 의미. 변질된 게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 故障選手 (코쇼센슈) - 부상당한 선수를 이렇게 써요. 글자 그대로 보면 고장난 선수. 꼭 무슨 로보트나 기계 취급?
- 美人局 (츠츠모타세) - 한자와 발음이 완전히 따로 노는 아주 별난 어휘인데 짐작이 되나요? 의외로 뜻은 미인계.
- 八百長 (야오쵸) - 승부조작을 의미해요. 유래는 메이지 때의 채소가게(八百屋) 주인 쵸베에(長兵衛)인데 그는 바둑에 능한데도 불구하고 매상고를 올리기 위해서 일부러 져 주는 게임을 했다고 해요.
- 徳利 (토쿠리) - 일본의 작은 술병을 말하기도 하고, 스웨터의 옛말이기도 해요.
- 引き分け (히키와케) - 무승부라는 말을, 반씩 물러섰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 目がない (메가나이) - 엄청나게 좋아해서 정신을 못 차린다는 표현을 이렇게 "눈이 없다" 라고 말해요. 안목이 없다는 게 아니고!!
- 大手企業 (오오테키교) - 대기업을 이렇게도 표현해요. 글자 그대로 업계의 큰 손.
- 倶楽部 (쿠라부) - 클럽의 한자로 이렇게 표현해요. 한자로도 뜻이 통하고, 과거에는 국어에 이게 받아들여져서 "구락부" 로 쓰였어요.
- 無礼講 (부레이코) - 무례한 강의가 아니고, 격식없이 즐기는 연회를 말해요.
- 読売 (요미우리) - 에도시대 때 읽을 거리를 파는 책 행상을 말해요. 이 어휘는 일본의 대표적인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의 상호에도 쓰여요.
- 番組 (반구미) - TV, 라디오 프로그램 또는 편성표를 의미하는 용어인데, 무엇이 언제 나오는지 순번을 짰다는 한자어. 센스가 돋보여요.
- 鼠講 (네즈미코) - 다단계 사기를 말하는 말인데, 앞의 한자는 요즘에는 카타카나인 ネズミ로 잘 쓰지요. 쥐가 하는 강의가 아니예요.
- 兼ねる (카네루) - 한자만 보고 겸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안돼요. 동사 뒤에 붙으면 부정의 표현.
- 路地 (로지) - 뒷골목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 炎上 (엔죠) -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는 것은 한자만 봐도 바로 연상이 되고 있어요.
- 煙突 (엔토츠) - 굴뚝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글자 그대로,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른다고.
- 立派 (립빠) -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말. 어떤 유파를 세울 만큼이나 훌륭하다는 것을 이렇게 말해요.
- 飯場 (함바) - 글자 그대로 밥 먹는 곳. 일본에서는 사어가 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공사장의 현장식당을 이렇게 말해요.
- 電気街 (덴키가이) - 전자상가의 일본식 표현인데, 아키하바라에서는 보도블럭에 "전기의 도시" 라는 이상한 역어를 써놨어요.
- ありの実 (아리노미) - 과일 배를 이렇게도 표현해요. 원래는 나시(梨)인데 없음을 의미하는 나시(無し)와 발음이 같다고 흉해서 이렇게 쓰는 경우도 있어요. 야마나시(山梨)를 산이 없는 현이라고 넌센스퀴즈로 말하는 것도 있어요.
- 縄張り (나와바리) - 영역 표시를, 줄을 쳐 놓은 곳으로 쓰고 있어요. 그런데 이 말을 쓰면 조폭같아서 어감이...
- お開き (오히라키) - 행사를 끝낸다는 말을, 닫는다는 표현이 불길하다고 반대로 연다고 말해요. 그런데 나가는 문을 연다고 해석하면 의외로 맞을지도요?
- 助兵衛 (스케베) - 한자로 간혹 助平라고도 쓰지만 대부분은 スケベ라고 써요. 변태, 호색한 등의 의미.
- 冷やし中華 (히야시츄카) - 중국식냉면의 일본식 표기인데, 한국어에서 "중국식" 의 수식어가 앞에 오는 것과는 순서가 달라요.
- 立ち往生 (타치오죠) -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원래의 유래는 카마쿠라막부 시대의 인물 벤케이가 선 채로 죽음을 당한 고사예요.
- 弁慶がな (벤케이가나) - 이 말의 유래도 역시 벤케이. 띄어읽기를 잘못하는 거로 많은 경우는 기나타요미(ぎなた読み)라고 불러요.
- 元 (모토) - 이전의 사항을 말할 때 써요. 모토카레는 전남친, 모토리키시는 전 스모선수.
- 木漏れ日 (코모레비)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그것도 4음절로!!
- 木枯らし (코가라시) - 아주 뜨겁고 강렬한 태양을 이렇게 표현해요. 코이즈미 쿄코의 노래에도 이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것이 있어요.
이 정도로 특이한 조어방식을 보이는 일본어 어휘를 찾아봤어요.
여러분은 일본어의 어떤 어휘가 재미있다고 느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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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HNRY
2013-11-15 05:33:43
일본의 성씨인 타카나시에서 특이함을 느꼈지요. 한자로 小鳥遊(ことりあそび)라고 써서 작은 새들이 노니는 곳이란 의미인데 정작 읽는 건 매가 없음(たかなし)이라 이어서 생각하면 작은 새가 노니는 곳에는 매가 없다는 뜻이 되니 참 특이하더군요.
KIPPIE
2013-11-18 20:47:42
마드리갈
2013-11-15 05:40:14
저도 역시 그 성씨를 보고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그 성씨를 보고 바로 읽을 사람이 정말 얼마나 있겠어요. 저는 그 성씨를 애니 WORKING!!에서 처음 접했고, 이후에는 블랙 록 슈터,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등에서도 봤어요.
그것 말고 특이하게 읽히는 성씨로는 東海林이 있어요. 절대 토카이린이 아니예요. 쇼지. 파견의 품격(직장의 신의 원작드라마)에서 주인공 오오마에 하루코가 일부러 이 성을 가진 사원의 성을 토카이린이라고 읽어버려요.
하네카와츠바사
2013-11-15 15:23:22
일본어를 아직 잘 모를 때 애니를 보면서 '오빠'나 '형'이라는 단어를 '오니이상'이라고 부르는 게 좀 신기했습니다. '-상'이라는 건 보통 남의 이름 뒤에 붙여서 '-씨'하는 뜻으로 쓰는 말인데 가족도 저렇게 붙여서 쓰는 것이 저에게는 꽤나 이질감 있게 느껴졌거든요.
마드리갈
2013-11-15 16:55:35
그렇죠. 그 점이 꽤 재미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각급 학교에서 출석을 부를 때 풀네임으로 부르는 경우 그 "-상" 이라는 표현은 여학생을 지칭하기도 하지요. 이건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특히 제대로 잘 나오고 있어요. Free! 애니에서, 아마카타 미호, 통칭 아마쨩선생이 출석을 부르는데 나나세 하루카를 여학생인 줄 알고 "나나세 하루카상" 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남학생인 줄 알았다면 당연히 "나나세 하루카군" 이라고 불렀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