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진리교를 옹호하고자 하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친한 형님을 뵈러 내려가는 도중, 4시간이 걸리는 기찻길에서 읽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었어요.
이미 사린 살포사건 희생자들의 생활을 옮겨담은 언더그라운드를 읽어보았기에 두번째 책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궁금증도 들었고요. 1권에서 땅에 엎드린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있다면, 2권은 방독면이 그려져 있네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벼운 느낌으로 훑기보다는 생각이 필요한 책이네요.
옴진리교에서 수행(?)을 하고, 약품 제조를 위한 교반탱크를 만들었던 사람들. 날카롭게 갈린 우산 끝으로 사린이 담긴 비닐봉지를 꿰뚫던 모습에서 느껴졌던 비정함이라던가 사명감, 조직에 대한 충성심 등이랑은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이던 모습이었어요.
옴진리교가 보여준 최소한의 음식과 성적인 행위 요구, 노동 착취, 약물 투여 등을 보고, 저는 뭔가 옴진리교가 엄청 독하고 어려서부터 세뇌된 사람들만 모여있을 줄 알았는데, 이 책에서 나온 모습들은 그저 평범한. 그저 종교를 믿고 있는 옆집사람 같은 느낌이네요. 오히려 가해자들의 일상보다 피해자들의 삶이 더욱 다채로웠어요.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은 되게 쓸쓸해하는구나. 무언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던가, 의지할 대상이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많이 느껴졌어요. 이 사람들은 그저 자신에게 말을 걸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걸 옴진리교가 교묘하게 이용했던 모습으로 느껴져요.
이걸 읽고 나니 역 근처에서 사람들을 붙잡으며 치성을 드리라는 이상한 종교인들이. 왠지모르게 안타까워 보여요.
영생이고 천당이고 다 필요없이, 저 사람들은 처음엔 도닥여주고 안아줄 사람이 필요했던거 아닐까요? 아니, 우리들 주변에도 잘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지도 몰라요.
컬트 종교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딱히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나나 여러분 주변에 살아가는 보통(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보통 이상인)사람들이다.
그들은 매사를 좀더 성실하게 깊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조금은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과 원만하게 소통할 수 없어 약간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표현 수단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해 자존심과 열등감 사이를 격렬하게 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위험성을 내포한 컬트 종교 사이에 가로놓인 한 장의 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얇을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Never be without great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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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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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21:11:09
나치의 유태인학살 관련인물인 아돌프 아이히만도, 가정에서는 좋은 가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고도로 발달된 독일의 행정학을 직업의 현장에서 충실히 수행했던 모범적인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 업무는 아우슈비츠에서 매뉴얼에 맞추어 유태인들을 학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아이히만이 희대의 흉악한 악당이라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가장이자 충실한 직장인이었던 그의 모습은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의외로 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포착하였습니다.
그 옴진리교 테러범들도 그 아이히만과 같았을 것입니다.
근자에 많이 쓰였던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보니, 이러한 경우에도 적용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