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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이상한 가치관

마드리갈, 2014-01-18 03:46:19

조회 수
51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1/17/2014011702805.html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사생활이 문제가 된 가운데, 프랑스 사회의 가치관에 뭔가 잘못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이 보여요.

국가지도자의 사생활이라는 것은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어요. 국가지도자로서의 규범성이나 역할모델 등의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과연 개인으로서 사생활을 가질 권리도 없는가 하는 의문이 발생하기 쉽고, 그렇다고 그냥 방임에 맡겨 버리면 법과 원칙보다는 사적관계가 우선시되는 풍조의 만연이나 사회자원의 불공정한 배분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기 쉬우니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해요.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국가지도자의 사생활에 관대한 나라.

그런데 이번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기존의 것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는 터라 주목을 안 할 수가 없어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전력을 한번 살펴볼까요?

그는 단 한 번도 법적으로 결혼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자녀가 있어요. 1978년부터 2007년까지 세골렌 루아얄과 동거했어요. 2007년에 루아얄이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에 패배하자, 올랑드는 루아얄과의 동거관계를 끝내고 새로이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의 동거를 시작했어요. 물론 혼인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올랑드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로는 일단은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로 있어요.

그런데 이 올랑드는, 스쿠터를 타고 대통령궁을 빠져 나가서는 줄리 가예트라는 배우와 밀애를 즐기고 있었어요. 어쨌든 결혼한 것은 아니니 이것은 그의 자유연애이고, 따라서 불륜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이미 사실상 누군가와 동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신뢰를 저버렸으니 도덕적 비난의 여지는 있을 거예요. 트리에르바일레가 충격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것도 바로 그렇게 신뢰가 깨져서일거예요.

이러한 트리에르바일레는 분명 파트너의 배신의 피해자.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는 동정의 여론이 거의 없고 심지어는 엘리제궁을 나가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게다가 출세를 위해 연인관계를 유지했다는 비판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데요. 그럼 낙선한 루아얄을 떠난 올랑드는 잘 처신했다고 보여지나요. 정말 상황논리로밖에, 아니, 논리라는 말도 아까운 억지가 프랑스 사회를 지배하는 듯해요.

게다가 올랑드는 병문안조차 가지 않는 거로 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조차도 하지 않고 있어요. 이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인가요.


또한 줄리 가예트에 대한 비판도 별로 건전해 보이지 않아요.

영화에서 맡은 배역이나 노출이 많았던 것이 있어서 퍼스트레이디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또 무슨 발상일까요. 그리고 대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설령 실제의 삶이 그랬다고 하더라, 함부로 그것을 이유로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뭔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게 이미지를 운운할 것 같으면 애초에 파트너를 쉽게 갈아치우면서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없는 그 올랑드에 대해서 지적하거나 아니면 올랑드와 가예트의 연애를 반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가예트의 연기 내용에 대해서는 프랑스의 국민들이 잘 향유했을 것 아닌가요? 그런 연기를 볼 때는 좋고 정작 대통령의 파트너가 된다니까 더럽다고 내치는 건가요?


프랑스를 흔히 톨레랑스(tolerance - 관용)의 나라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데서만은 그 톨레랑스라는 건 예외인 듯 하네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는 파트너는 그냥 교체부품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고 프랑스 사회는 자유연애를 지지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 여론은 신뢰를 파기당한 여성에게 잔혹하고 또한 여성을 그냥 이미지만으로 낙인찍고 있군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자꾸만 드레퓌스 사건이 생각났어요.

프랑스의 사회기풍은 이 점에서는 확실히 집단으로 병들어 있는 듯해요. 최소한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신뢰와 존중이 없는 이런 사회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반유태주의 광풍으로 물들였던 그 때의 패착을 다시 반복하는 듯해요.

그리고 또 하나, 미혼모였던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를 왕세자의 배필로서 인정한 하랄드 5세 국왕의 관용이 자꾸만 대비가 되고 있어요. 세계적 강국 프랑스, 그리고 그에 비해서는 작은 나라인 노르웨이의 국격이 자꾸만 대비되어 보여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12 댓글

HNRY

2014-01-18 06:04:23

뭐, 드레퓌스 사건이 아니더라도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잔 다르크의 일화만 생각해 봐도 역사는 돌고 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드리갈

2014-01-18 22:32:17

역사가 돌고 돈다는 말은, 그 역사에서 배우지 않기에 여전히 어리석은 과거를 반복한다는 말로도 풀어 쓸 수도 있겠어요.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니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어요. 가족제도 등의 기존 제도가 여성을 해방시킨다는 말은 그냥 여성을 도구로 쉽게 전락시키기 위해서 그럴듯하게 꾸며낸 감언이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의 가족제도도 문제이긴 하지만, 어떤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가족제도의 해체도 결과적으로 여성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할까요. 씁쓸한 생각이 들어요.

대왕고래

2014-01-18 09:00:46

평가를 한답시고 돌을 던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사를 읽다가, 그럼 유괴범 연기를 했음 진짜 유괴를 하고, 살인마 연기를 했다면 진짜 살인을 할 거라는 말인가 싶기도 했구요.

이건 뭐... 영 성숙해먹지 못했네요. 반면교사가 따로 없어요.

마드리갈

2014-01-18 22:37:36

이미지만으로 저렇게 속단하는 것을 보고 모종의 공포감마저도 느껴졌어요.

프랑스가 그렇게 내세우는 톨레랑스는 사실은 실체가 없는 허상적인 개념, 그리고 반미를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좋다는 천박한 사고방식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아랍계 등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고, 과거의 NATO 탈퇴, 미국을 주적으로 간주한 선언, 미국의 대테러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정당한 근거를 가진 행동이 아닌, 그냥 미국에 반대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여요. 그러면 역시 이 이미지대로 프랑스를 규정해도 괜찮을까요? 프랑스인들은 여기에 동의할까요?

히타기

2014-01-18 15:23:35

한 인간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와 한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에 있어서 분명한 구분이 있다고만 생각합니다.

마드리갈

2014-01-18 22:38:32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사실, 하신 말씀의 의도가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카멜

2014-01-18 16:53:37

어디나 다 그렇군요.

마드리갈

2014-01-22 19:51:37

사실 프랑스혁명을 비롯한 근대 시민혁명의 결과는 "일정수준의 재산을 가진 남성의 참정권 확보" 였어요. 여성에게까지 보편적으로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였어요.

그리고 프랑스는 남성우월주의가 강하다고 해요. 대체로 라틴계열 국가들이 그렇긴 한데 프랑스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할까요. 권력자는 하렘마스터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의식까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니...

카멜

2014-01-21 21:24:07

인권혁명으로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라. 오우 안그럴줄 알았구요.

또 유럽사람들은 꽤나 이성적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흠..

마드리갈

2014-01-18 22:41:12

관용을 강조하는 이미지와 달리 실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까지 여론이 병들어 있는 건 정말 어이가 없어요. 프랑스의 지식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19세기말의 에밀 졸라같은 용기있는 지식인은 정녕 없는 건지, 프랑스의 국격이 상당히 의심이 되고 있어요.


어디나 다 그럴까요? 노르웨이가 더 커 보이고 프랑스가 참 작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안샤르베인

2014-01-18 23:12:25

음 전 이걸 보고 그게 생각났습니다.

17세기쯤의 프랑스 여론은 왕의 정부를 까는 걸 취미로 삼았는데,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 부군인 루이 16세가 정부가 없으니까 대신 왕비를 깠다는 것이요.

마드리갈

2014-01-18 23:21:30

그 왕조시대의 구시대나 혁명후 200여년 이상 지난 현대의 프랑스나 그런 점에서는 달라진 점이 전혀 없는 걸까요. 정말 아연실색했어요.

어떻게든 비난의 대상이 필요하니까, 내연관계의 인물이 없으면 그게 다가 아니고,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는 게 정말이지 더럽고 역겹게 느껴져요. 정말 뭐랄까 말이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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