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카스토리네요. 오늘의 주제는 굴절버스, 그 중 한국에서 운행되었던 그리고 운행되고 있는 굴절버스를 소재로 잡아보았습니다.
굴절버스……많은 사람들이 이제 운행을 안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직도 극소수가 운용되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저도 보았지요. 그게 작년 여름방학 때 지브리 레이아웃전을 보러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 오는 길에 한 번 본 것이었을 겁니다. 난생 처음 실물로 본 굴절버스라 무지 신기했지요.
굴절버스의 장점이 있다면 뭐니뭐니 해도 그 크기에 걸맞는 수송량. 일반 버스의 2배 또는 그 이상의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그리고 덤으로 대부분의 굴절버스는 저상버스의 형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저상버스의 장점까지 함께 안고 있는 것이 굴절버스.
(굴절버스의 굴욕)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2량 이상을 이어서 운행하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선회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너를 돌거나 유턴을 해야 할 때 꽤 애를 먹게 된다는 점이 걸리지요. 또한 그 길이 때문에 회전을 할 떼 도로가 좁다면 위 사진과 같은 광경이 벌어진다는 것은 덤.
거기에 차량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동력계나 기타 문제로 출력이 떨어질 경우 언덕을 넘을 때 매우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에어컨을 틀면 제대로 언덕도 오르지 못하고 시동이 꺼 질 수도 있는, 심히 경차스러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의 교통환경 특성상 서양권마냥 굴절버스를 대대적으로 운영하기는 조금 힘들다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굴절버스를 도입해서 운행하려는 시도를 해왔었습니다. 물론 그 시도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냐면 글쎄……지만 말이죠.
그래서 한 번 간략하게 둘러보았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 운영되거나 운영되었던 굴절버스들을.
(링크는 이 버스가 시범운행되던 당시의 동아일보 기사.)
한국에서 처음으로 굴절버스가 운영되었던 것은 1985년도였습니다. 이 당시 들여온 버스는 스카니아 버스와 볼보의 버스였다는데 어째선지 남아있는 자료는 스카니아 뿐이로군요.(사족으로 스카니아 버스인데 왜 아시아자동차의 이름을 달고 있느냐 하면 98년에 스카니아가 한국법인을 설립하기 전까진 아시아자동차와 제휴협력을 맺고 있어서 그랬던 겁니다. 이미지에 보이는 창문의 SCANIA 스티커에 기사의 사진을 확대해 보면 차량 앞의 SCANIA 마크까지 선명하게 보이지요. 사족으로 볼보와 협력을 맺고 있던 건 동아자동차(현 쌍용자동차).)
당시 교통부에선 5~6월, 한 달 동안 굴절버스를 도입하여 시범운행을 한 결과 연료소비가 일반버스와 차이가 없으면서 승객을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고 교차로에서의 회전이나 정류장의 진출입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86년부터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 본격적으로 운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 교통부의 발표와 달리 이 굴절버스들은 한국에 정착하지 못하였습니다. 1개월을 추가로 시범운행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은 직각에 가깝고 좁은 도로가 많은 한국의 도로 환경에 굴절버스는 무리라는 것이었지요. 거기다 저 당시에는 버스전용차로라는 개념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노선이 일반차량과 버스가 함께 달려야 하는 환경이었고 통행량이 많은 장소에서는 굴절버스 운영이 어려우니 결국 이것들은 도입되지 못하였습니다.
(마지막은 2003년 12월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산타복장을 한 기사가 서비스하던 당시의 사진.)
그리고 약 18년이라는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서울시는 스카니아코리아와 LG상사(당시 이베코 차량의 수입원)를 통해 차량 입찰을 받고 다시 한 번 굴절버스를 시범운행하게 됩니다. 이 당시 들여온 버스는 스카니아 옴니시티 디젤 모델과 이베코(이리스버스) 시티클래스 CNG 모델이었지요.
그리고 입찰에 성공한 업체는 LG상사가 되어 본격적인 운행을 하게 된 것은 이베코 버스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스차량의무화도 그렇고 이런 점에서 이베코가 유리할 수 밖에 없던 것이려나요.
(이것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운행되고 있는 굴절버스)
하지만 2004년에 약 20대가량을 도입했던 이 버스들은 시간이 지나 대부분이 면허 말소 후 매각되었고 소수만 예비차 형식으로 남긴 데다가 운영하는 것도 이 중 1~2대 뿐이라나요? 어쩌면 제가 굴절버스를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문제는 80년도와 같은 도로상의 문제(물론 현재는 버스전용차로가 있어 그 당시보단 낫지만)에다가 잔고장에 부품 수급이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버스를 생산한 적이 없고 수입 버스이니 수입 부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이……
게다가 저것이 도입된 것이 2004년이었으니 햇수로 따지면 올해로 딱 10년(!)이 되는군요. 차량 노후화 문제도 심해진 만큼 저 굴절버스들의 운명도 그리 밝지만은 않군요.(사실 이 때 도입한 시티클래스도 97년 생산 시작 후 2007년에 단종된 것이라……)
뭐, 그래도 대용량 수송은 정말 매력적인 요소고 출력 문제도 사실 위에서 밝혔듯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믿을만한 회사의 믿을만한 제품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현재까지 별 말이 없는 걸 보면 가망은 없다고 봐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여담이지만 이런저런 시도는 많이하는 현대자동차도 굴절버스를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2003~4년도 굴절버스 도입이후의 일인데 슈퍼에어로시티를 배이스로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운용되고 있던 굴절버스들의 사정과 수익성으로 인해 도태되어 현대가 손을 떼는 바람에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합니다.
이상 한국 굴절버스의 역사를 둘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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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4-01-18 23:45:42
국내에서 굴절버스라는 게 의외로 역사가 깊군요?
전 서울에서 살 때 이베코에서 제작한 굴절버스를 타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들어온 줄 알고 있었어요. 일단 논스텝구조이다 보니 기존의 투스텝버스보다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상태에서도 승하차가 편해서 그건 좋았어요. 그런데 어떤 의자는 아주 불편했어요. 이를테면 휠하우스 위의 의자는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스카니아에서 제조한 건 못 봤어요.
그나저나 굴절버스의 파워유닛을 뒷부분에 설치하는 저 방식은 아무래도 좀 걱정되네요.
물론 제작사들의 설계능력이 뛰어나니까 저렇게 양산형으로 나오겠지만, 제 생각이 보수적인 건지는 몰라도 무게중심, 최소회전반경 등에서 불리할텐데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거든요. 안그래도 폴리포닉 월드의 자동차 규격지표를 만들면서도 이 점에서 고심하고 있어요.
HNRY
2014-01-19 03:58:49
스카니아에서 제조한 건 1985년에 한 번, 2003년에 한 번이었으니까 어느쪽이든 타볼 기회는 별로 없었던게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휠하우스 위의 의자는 당연히 초저상이다 보니 일반 버스와 같은 위치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자리잡을 수밖에 없지요.
음, 이건 일종의 태생적인 설계구조의 한계라 생각되는군요. 만약 이를 극복한 제품을 출시한 회사가 나타난다면 그 회사는 그걸로 특허따서 왕창 돈도 벌로 상도 받을 수 있을지도.......
SiteOwner
2014-01-19 23:33:51
어릴 때 굴절버스라는 것에 대한 보도뉴스는 직접 봤습니다만 그 이후로 실제 차종을 본 적은 한동안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타 본 적도 없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베코에서 제작한 굴절버스는 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게 전부입니다.
그나저나 LG상사는 별 걸 다 취급합니다. 이베코 버스는 물론이고, 항공 분야에서는 카모프의 이중반전로터식 대형 헬리콥터 총판으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식 종합상사의 한국판 변용이라고 할까요? 삼성물산 등 다른 상사와 더불어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HNRY
2014-01-20 00:01:56
뭐, 그렇긴 하지만 장작 그 LG상사는 이베코 차종에 관한 부분에선 손을 뗐지요. 별로 이익이 안나서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