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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관한 끝없는 고민과 혼돈

Lester, 2014-04-06 16:42:53

조회 수
227

어제 형님이 휴가 나오셔서 친히 훈계를 해 주셨습니다. 대개 이런 내용이었죠.

-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 넌 애가 아니라 사회인이다. 사회인답게 살아라.

- 네가 하고 싶은 XXXXX는 사회의 밑바닥이나 다름없다. 다른 사람들이 하다하다 안 되면 그 일을 하는 거야. 그래프로 치면 -10이다. 그리고 (예를 들자면) 공무원 시험은 0에 가깝지. 성공한 사람들은 +10이고. -10에서 시작할래, 0에서 시작할래?

-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생활패턴하고 생각을 안 고치면 넌 쓰레기다.

- 너 쓰레기야? 아니잖아. 그러니까 바뀔 수 있어.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대해서 알아보긴 했는데, 반발심인지 뭔지 때문에 부정적인 내용을 찾게 되더군요.

- 9급 공무원을 포기하고 도배사가 된 사람과 지식만 있고 직업의식은 없었던 지방9급의 이야기

- 안전행정부 장이 본 공무원 시험의 실제

- 노량진을 다녀오거나 살아봤던 사람들이 본 공무원 시험의 허수와 허상

- 공무원시험이 국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 이유 : 다른 곳에 쓸 인력이 부족해짐

- 공무원이 각 부서에서 진행하는 실제 업무와 예상에 비해 적은 실수당

- MBC스페셜에서 취재한 고시학원의 모습


문제는 저런 이야기를 꺼내면

- 해보지도 않았잖아? 확실해?

- 지레 겁먹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 일단 해 봐라. 그리고 포기해라. 그러면 그게 네 꿈인지 남의 꿈인지 확실해진다. (by 강신주)

- 그건 남들의 사례다. 넌 다르다.


...이런 말이 되돌아 온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공무원 시험이라는 게 하나의 진리처럼 굳어져서 "안 하면 이상한 것"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6-3-3-4-3(초중고대시)같은 느낌?


분명히 사람은 공무원만 해야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다른 직업에 비하면 안정적이고 보수와 이것저것 모아보면 낫(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나이를 먹으면 가족을 꾸리건 안 꾸리건 자신만의 생계는 마련해야 해요.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일로 돈을 충분히 벌 수 없다는 보장은 없죠. 반면 공무원은 여러 학원들의 연구에 의해 뭐 하나 바뀌면 실시간 업데이트가 됩니다. 즉 자신의 취미든 생계든 돈을 어느 정도는 벌어야 가능하고, 그러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이 공무원밖에 없다,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공무원을 뽑는 안전행정부의 장께서도 '국가 전반적으로 인력이 쏠리니까 손해'라고 하실 정도(기사를 봤는데 링크를 잊어버렸네요)인데...'공무원이 되면 정말 좋을까'라는 주제로 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2급)이 "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란 책을 쓰기도 했고.




철학자 강신주는 "해 보고 나서 판단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요? 사람은 꼭 멀리 돌아야만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걸까요?


혹시 이 거대한 혼돈을 논파해 주실 분?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5 댓글

SiteOwner

2014-04-06 20:08:41

써 주신 글에 대해서는 동생과 같이 읽고 여러모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전제를 염두에 두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부터 그 점에 대해서 하나하나 지적해 드리겠습니다.


1. 문제의 부정적인 사례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는데, 왜 그럴까요? 희소성의 차이입니다. 예의 그 사례도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어떤 특정사례에 의존하여 논지를 강화하려면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Lester님의 역선택에는 어떠한 유의미한 근거가 있습니까?


2. 노량진 관련

수험가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대입이든 자격시험이든 채용시험이든 간에 허수지원,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수험생 등은 어느 방면에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특별히 공무원 수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습니까?


3. 공무원시험이 국가적으로 안좋다?

보통 정책입안자, 집권여당 등지에서는 공무원 때리기와 개혁을 동일시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특히 신고전학파에 입각하여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 민영화, 사유화 등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한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그러한 의견은 신고전학파의 사고방식에서는 타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고방식에서는 글쎄요. 상당히 삐딱하게 보자면, 정부가 고용창출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이제 민간부문에서도 별로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내기 어렵고, 정부가 일한다는 지표는 만들고 싶으니까 구직자 개인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직무유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Lester님의 현재 지위가 정책입안자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그런 지위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발언의 설득력이 얼마나 달성되겠습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국가적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항상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용없는 성장, 금융화(Financialization)에 의한 임금정체현상 등의 사안을 알아보십시오. 거칠게 말하자면,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에, Lester님이 그 희생되어야 할 소수가 될 경우에도 그 주장에 동의하실 수 있을 건지를 되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하고 싶어도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자 등이 아주 빈약한 한국의 현실도 알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4. 처우문제

민간부문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100만원어치 소득을 얻으려면 300만원어치 일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단기에 실적이 나지 않으면 해고당하거나 배상책임을 추궁당하게 됩니다. 때로는 급여를 제대로 못받는 경우도 있고, 이것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더욱 심합니다. 그런데 이건 채용되었다는 전제의 일이고, 실제로 민간부문에서 채용되기에는 온갖 외생변수로 인해 방해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나마 공공부문은 그런 차별은 없습니다. 물론 급여도 밀리는 경우가 없습니다. 인력시장 일용직의 경우 일당으로는 공무원의 일일 소득보다 더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만, 누가 생활수준이 더 높은지를 보면 답은 거의 대부분 정해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5. 영상물 문제

악마의 편집이라는 것이 얼마나 횡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례가 많으니 생략하겠습니다.


6. 문제의 책 관련
그것, 목차를 봤는데, 현직 행정관료가 쓴, 현 정부의 이른바 "창조경제" 방침을 정당화하는 것이 보입니다. 얼마전에 정부에서 규제개혁, 공무원사회에 대한 적대 및 비판이 횡행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근거로 삼을 경우, 그 저자 또한 공무원이기에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 라고 주장한 크레타 출신의 시인이 말한 역설과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그 책을 근거로 삼으시겠습니까?


일단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 형님분의 그래프 비유를 반박할 효과적인 수단이 Lester님의 글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SiteOwner

2014-04-07 08:02:02

그러면 오늘 밤에 이 점에 대해서 별도의 댓글로 좀 더 자세한 것을 첨부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그래프 비유에의 반박여지는 지금까지 Lester님이 제시해 주신 정보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 점은 미리 알려드리니 꼭 참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ester

2014-04-06 22:55:09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결국 제 스스로 줏대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혹시 1번과 3번에 관해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만약에 그 그래프 비유를 반박하려면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SiteOwner

2014-04-08 19:37:20

예상보다 답변글이 늦어지게 된 점에 죄송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1번부터 말씀드리지요.

글자 그대로입니다. 어떠한 행위나 상황을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용하려면 그것들이 사례가 확실히 많거나, 각종 교차검증을 통하여 널리 지지받고 있을 것이 당연히 전제됩니다. 여기에 더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과학과 미신의 차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과학은 보편성으로 증명되나 미신은 특수한, 그리고 검증이 불가능한 극소수의 사례에 의존할 뿐입니다.

SiteOwner

2014-04-17 12:52:22

3번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어차피 정부에 개인사정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정부가 관심있는 것은 거시경제지표와 그 지표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는 공무원시험 수험생이 그것을 포기하고 민간섹터에서 경제활동을 하면 실업률도 개선되고 국민총소득(GNI)의 총량 및 1인당 수치가 커지면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각급학교 및 대학의 정책이 직업인력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까? 그것도 아니고, 금융화, 외환위기, 증권화 등을 거쳐서 고용창출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인데 수험생활을 전제로 공부해 온 수험생들이 직업선택에 갑자기 진입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즉 변호사를 목표로 하여 수년간 공부하는 사람에게, 국익에 해가 되니 내일부터 항공정비사를 하라는 건데 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설령 어떤 개인이 초인이라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런 개인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그렇게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의 수 자체가 지금 없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자신이 처한 스탠스에 따라 설득력 있는 발언의 범위가 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혼동하면, 형법상의 죄인과 종교상의 죄인을 동일시하는 오류에 빠지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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