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니다만 사실 이것도 어제 다 읽고 자고 일어나 학교로 돌아와 수업듣고 학생회 회의 갔다 오느라 글 쓰는게 늦었군요. 덤으로 국내엔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로 출판되었습니다만 제목이 길 뿐더러 원작 명칭 존중에 어긋난다 생각하여 생략하겠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해적의 시대'를 이미 읽어본 바 있습니다만 같은 해적을 소재로 했으면서 두 작품은 배경과 이야기의 흐름, 소재가 조금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해적의 시대가 17세기를 다루고 있었다면 낯선 조류는 18세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전자의 경우 해적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후자는 해적의 황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때는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의 열강들이 서로 조약을 맺어 더 이상 사략행위를 할 필요가 없게 되어 많은 사략선들이 실직하게 되었고 바하마 식민지 총독이 된 우즈 로저스가 그런 자들에게 사면을 조건으로 회유하여 해적들을 소탕하던 그런 시기였죠. 물론 초반부는 아직 그러한 황혼기가 다가오기 직전입니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해당하는 내용이 언급되지요.
이 이야기는 상선의 승객이었던 존 섄더슨, 얼마 지나지 않아 해적의 습격을 받고 그들의 리더인 필립 데이비스의 반협박으로 해적이 되어 쟥 섄디라는 약칭으로 불리게 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일단 잭 섄디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흘러갑니다만 이 소설의 주요한 소재는 바로 부두교. 팀 파워스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역사상 생전의 에드워드 티치의 기이한 행동(예를 들면 적들 앞에 나타날 때마다 불붙은 심지를 머리에 꽃고 나타난다던가...)들이 혹시 부두교와 연관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것인 만큼 이 소설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그 시절 선원들은 미지의 바다 위에서 여러가지 미신을 많이 믿곤 있었습니다만 이 소설에선 그 미신, 부두교에 관련된 주술들이 정말로 효과가 있고 이것을 유용하게 써먹기도 하지요. 아마 부두교에 관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읽으시면 이 소설을 이해하기가 더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뭐, 중반부쯤 가면 이게 제대로 판타지의 영역으로 가서 단순한 주술이나 저주를 넘어선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만;;;
해적 모험 소설답게 여기서도 앞서 언급한 해적의 시대와는 조금 다릅니다만 배신과 암투가 펼쳐진다는 점만은 공통되더군요. 역시 어쩔 수 없는 해적이란 것일까요? 하지만 부두교에 얽혀 소설에서 나타나는 좀비 해적 같은 것들은 훗날 판타지 해적 영화 등지에 나오는 유령선과 유령선원들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작중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게 슥슥 지나갑니다만 나름 그 당시 해적들의 생활상이라던가 그들의 뒷사정 같은 것들도 잘 나타나 있지요. 해적 로망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것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단 점이 흠이지만 말이죠.(…)
어쨌건 이상으로 낯선 조류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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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21:53:36
원래 불의한 목적으로 뭉친 집단의 속성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더 큰 이권이 있다면 언제든지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고, 특히 해상을 떠돌면서 선상생활을 하는 해적에게는 계획된 미래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퇴로도 없으니 의심되는 상황이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기 전에 먼저 상대를 죽이는 것이 좋습니다. 즉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원칙이 확실히 통하는 것이 그 세계입니다. 특히 사략선이 금지되어 버린 해적의 황혼기라면 배신과 암투는 유일한 선택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의 인기로 인해 개칭당한 굴욕을 겪은 것은 국내 독서계의 외화내빈(外華?貧)을 그대로 보여주는군요.
접하기 힘든 해양소설 "낯선 조류" 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아스타네스
2014-04-29 17:26:11
해적의 황혼기를 다룬 소설이 있었군요. 제가 접한 매체의 해적은 거의가 로망이라던가 모험심을 강조해서 현실을 어땠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녹록친 않았네요... 절판되었다니 지역 도서관에 없나 찾아봐야겠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마드리갈
2017-10-05 20:46:38
역시 국내 독서계의 편식성향이 문제인 걸까요. 아니면 유독 해양관련이 인기가 없는 걸까요.
해적관련의 영상물은 그래도 흥행하는 것 같은데, 활자매체에서는 그게 또 사정이 다른 것 같아요. 팀 파워스의 소설 낯선 조류가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의 흥행에 편승하여 출판되었다는 게 뭐랄까 굴욕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부두교라는 것은 온갖 미신, 주술 등의 오컬트적 요소가 많으니 창작물에서 원용하기에 상당히 적합할 듯 해요. 그리고 이국적인 소재다 보니 흥미를 끌기도 좋겠지요. 취향이 갈리는 게 좀 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