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한 3~4년 전부터 느릿느릿 연재해 오던 범죄소설의 주인공 이야깁니다.
(자세한 건 광고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
이 캐릭터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 의욕은 거의 없음
- 의형제(형)를 비교적 많이 아낌
- 범죄에 깊숙히 물들었음
- 한때 정치인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가 이용당하고 버려진 적이 있음
이런 식으로 기쁜 일이 별로 없는 캐릭터이다 보니까,
작가인 제가 이 녀석의 이야기를 이어가려다 보니 연재가 별로 즐겁지 않더라고요.
그나마 액션씬이 나오면 좀 신이 나긴 하죠. 때려부수는 거니까.
하지만 액션씬도 한두번이고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이죠.
그래서 즐거운 쪽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설정놀음하던 세계관을 바탕으로
짤막한 걸 새로 시작하고 있긴 한데, 문제는 이 쪽도 비슷비슷하게 딥다크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딥다크는 오버고, 아직 시작 단계에요.
하지만 주인공 성격이 비슷비슷하니 마찬가지죠.
다만 저 범죄소설에 비하면 그나마 주변에서 챙겨주고 챙기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합니다.
뭐 아무튼, 분량과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앞에서 언급한 범죄소설이 메인이긴 한데,
저걸 계속 연재하려니 기분이 축 처져서 못 해먹겠어요.
어쩌면 귀찮은 걸 '기분이 처진다'는 이유로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 지 거의 다 계획을 잡아놓은 상황에서 연재를 하려니,
그 다가올 결말이 그닥 반갑지 않다는 게 문제죠.
그냥 그 길게 연재한 건 관두고, 밝은 쪽을 다듬어 나가는 게 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려나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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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Owner
2014-05-22 11:54:48
창작활동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그만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데 창작활동을 왜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고 처음에 상정했던 목표를 실천하실 거라면 정신력을 강화해 나가시는 편이 오히려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소설인지 해당 사이트에 연재된 것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읽어 보고 어떻다고 말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용규칙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본다면, 그냥 특정사이트명을 거론하는 것은 금지사항 제4조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인하시는대로 본문 첫째줄에 대해 입장을 밝히시고 수정해 주십시오.
Lester
2014-05-23 10:09:31
그런데 제가 봤을 때 그렇다는 거지, 다른 분들이 봤을 때는 크게 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소설은 쪽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네카와츠바사
2014-05-22 21:06:31
전 그거랑은 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예전에 소설을 연재한 적이 있는데, 매주 써서 올리는 작품이었는데 쓸 당시에 재미있게 본 작품에 제가 물들어서, 서술 방식이나 행동 양식 같은 게 물들은 작품에 비슷해지는 거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의 주인공이 무언가를 보면서 열심히 서술하는 형태의 작품이라면 제 소설의 주인공의 말 혹은 서술하는 문장이 장황해지고, 반대로 열혈물을 보면 주인공의 행동 양식도 열혈이 되고 그런 식이었죠. 작품에 스스로가 물드는 건 Lester님과 비슷합니다만, Lester님이 본인의 작품에서 물드시는 거라면 전 다른 작품에서 물들어서 그걸 소설에 반영한 거였죠.
제 경험은 이랬고... 아무튼 쓰면서 너무 다운이 되고 그게 스스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 잠시 쉬면서 멘탈을 보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배트맨 시리즈에서 '조커'라는 역할을 한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조커는 배우를 잡아먹는다"라더군요. 그 중에서, 같이 촬영하던 다른 배우들이 소름 끼쳐할 정도로 명연기를 보여준 히스 레저는 정말 슬픈 결말을 맞이했고... 창작물의 캐릭터가 구현자에게 악영향을 주는 건 실제로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무리 안 하셨으면 해요.
Lester
2014-05-23 10:17:06
저도 마찬가집니다. 내용이 범죄물이다 보니까 다른 범죄물을 참고하게 되는데, 저의 경우 GTA 영향을 몇 년 동안 받아서 그런지 계속 게임처럼 '장소 이동-이벤트-장소 이동'의 반복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 팬픽의 단점이죠. 이런 걸 빨리 극복해야 되는데, 문제는 저런 과정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게;;;
마드리갈
2014-05-28 03:18:36
그러시군요. 자신의 창작물이 어두운 것을 담고 있다면 아무래도 그걸 만들고 향유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그런 심경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장기간에 걸쳐서 써 오셨다면 아무런 목적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그냥 그걸 폐기해 버리는 것도 좀 아깝지 않아요?
제가 말씀드리는 사항이 충분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해요.
사실 체력이 딸리게 되면 정신력도 같이 약해지고, 그래서 힘들어짐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생기거든요.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고, 기존의 창작활동과 거리를 두어서, 충분히 정신력이 보충된 뒤에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예요. 저도 요즘 매주 3일만 포럼활동을 하는 것으로 살짝 거리를 두었는데, 몇개월 전처럼 포럼을 할수록 불행해지는 건 막을 수 있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