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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나왔습니다.

블랙홀군, 2014-08-26 00:48:04

조회 수
319

지금 착잡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홀가분합니다. 
어제까지는 황당했지만, 오늘 교수님하고 둔탱이 태도 보고 아예 정 떨어졌어요.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면... 
어제 원래 누구 생신이어서 가족들이 다 계곡에 놀러갔는데, 저 혼자 이것때문에 못 놀러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곧 돌아온 엄마한테 보고를 드렸죠.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엄마는 교수님과 통화를 했고, 시안군 일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전부요. 
그리고 다시 교수님과 엄마가 통화를 했고, 교수님은 그럼 네가 원하는대로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자정 6분 전에 전화해서 11시에 오라는 거 병원때문에 안 된다고 해서 아침 10시까지 갔어요. 
우울증 약 하루 안 먹어도 안 죽는다고요? 
그렇겠죠. 당신, 정신병은 인정 안 하는 분이니까. 
적어도 저 면담하는 교수님은 그런 분은 아니셨는데, 왜 사이가 안 좋은 지 알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을 했습니다. 노트북도 당연히 들고 갔죠. 
엄마가, 아침 먹으면서 오늘도 계속 가라고 하면 아예 짐 싸서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짐은 풀지 않았습니다. 

곧 교수님께서 오셨고 결정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아직 결정은 못 했다고 했더니 나가랍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하고 짐 전부 챙겨서 왔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교수님께 한마디 했습니다. 
"그런 걸로 해결이 됐으면 병이 아니예요, 교수님. "
남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난자한 사람을, 직속 후배라고 변호하고 있더군요. 
허.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둔탱이한테도 그간 못했던 말을 전부 뱉었습니다. 
"내가 누구때문에 죽으려고 했는데. 
당신때문에 온실 가서 수십번이고 도루코로 손을 그으려고 했어. 3층 난간에 있었던 것도 11층에서 뛰어내리려고 그런거였어. 당신 트라우마 건드리는건 싫어한다는 사람이 남의 트라우마 그렇게 건드리고, 말로 사람 난자해서 죽음으로 몰아갑니까? 그러고도 눈썹 하나 까딱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옆에서 죽어가도 모르는 주제에 당신에게 상냥하게 대해달라고 하고, 시안군때문에 나를 걱정해? 하, 웃기지 마세요. 당신은, 적어도 내 기억 속의 당신은 절대 나를 걱정할 사람이 아냐. 당신 부사수 외에는 어떤 사람도 안중에 없는 사람이라고. 옆에서 누가 죽어가도 당신 부사수 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 뭘 걱정하고 뭘 신경쓰는데? 당신은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도 없고 더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좋겠네, 이제 당신 부사수만 이뻐해도 삐질 사람도 없으니까 얼마나 좋아? 고소하지? 기분 좋잖아. 
이제 우린 적이야. 더는 만날 일 없었으면 좋겠네. 一生あなたを仇名すようです。(평생 원망할겁니다.)"

그러고 있는데 다들 출근하더군요.. 
일단 교수님은 엄마가 오자마자 제가 자리에 있는 모든 짐을 빼는 걸 보고 경악하셨습니다. 
이럴거라고 생각 못 하셨나본데 아뇨. 교수님, 저 너무 얕보셨습니다. 
너 그거 진짜 다 가져갈 작정이냐고 하는데 엄마가 이제 내가 못 오게 할거라고, 난 내 자식이 먼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식구들 만나서 마지막으로 얘기 전하고 왔습니다. 
"잠만보, 로파파. 나 이제 가. 그동안 쌀쌀맞게 군 게 있다면 미안해. 너희가 미웠던 게 아니야, 박사님이 미웠던거였어... 야, 너무 그러지 마. 니 사수(둔씨)를 봐, 눈썹 하나 깜짝 안 하고 태연히 있잖아. 잘 있어, 연이 닿으면 나중에 또 봐. 그리고 언니들, 고맙고 미안해요. 제 편이 있다는 건 좋은거였어요. 나중에 또 봐요. "
블랙홀군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7 댓글

Lester

2014-08-26 10:39:30

아니, 교수급으로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정신병을 인정하지 못한다라...정말 말이 안 나오네요. 저희 학과 교수님이 그러셨죠. 지식인과 지성인은 분명히 다르다고...

대왕고래

2014-08-26 15:19:26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까 싶네요.

참... 무지한 사람들 때문에 많이 힘드셨다는 게 느껴져요.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싶지만... 힘내셨으면 좋겠네요.

호랑이

2014-08-26 20:35:27

허... 방금전 비슷하다면 비슷한 일이 일어나서 공감합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인간이 다른 사람 이용해서 저를 잘 구슬리려다가 자기 마음대로 안되니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공격, 오폭을 맞은 분이 저한테 짜증내는 방식으로 절 괴롭히길래 그것이 알고싶다 한편 찍고 차단하고 오는 길입니다.

다른 사람을 교묘하게 건드리고 조정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화가 치솟지요. 그 대상이 나 자신일 경우에는 울컥하는 정도가 두 배.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의 "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빼고 그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은 뭘 느끼든 뭘 생각하든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나 좋을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특히 저런 성향이 더하더군요.

 

정말로정말로 좋은 어머님을 두셨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절대 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화도 나고 슬프고 울컥하겠지만, 자신을 잘 다독여가며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마드리갈

2014-08-27 09:26:19

정말 많은 고초를 겪으셨어요...

그리고 글에서뿐만이 아니라 행간에도 그간의 힘들었던 나날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파 오네요.


그 교수를 4글자로 요약할 수 있겠어요. "전문바보" 라고.

전공학문에서는 지금까지 낸 성과로 교수의 자리까지 오르는 데에는 성공했겠지만, 누군가의 롤모델이나 어떤 조직의 리더로서는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 마음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굉장히 무서운데다, 자신의 조직 내의 갈등을, 특정인에 상처를 주어 내쫓는 방식으로 봉합한다는 데에서 인간혐오까지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자들에게 고통받지 않고, 편안히 지내셨으면 해요. 고생 많으셨어요.

블랙홀군

2014-08-27 23:11:23

저도 저런 교수님 롤모델로 삼고 싶은 생각은 1pg도 없었습니다. 

SiteOwner

2014-08-30 22:13:50

저도 예전에 대학교수에게 인격을 부정당한 바가 있어서, 블랙홀군님이 겪으셨던 아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병이라는 것은 꼭 육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에도 병이라는 게 있고,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닌데다 많은 경우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라서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하지만,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편협하면 안됩니다. 어차피 저렇게 인간을 소모품으로밖에 못 보는 자 밑에 있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법이니, 앞으로 이 일이 전화위복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역시 어머니는 강합니다.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TheRomangOrc

2014-09-02 22:59:40

많이 힘드셨었군요.

무척 괴롭기도 했을태고 힘드시겠지만 그를 이겨내고 계신 중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앞으로는 잘 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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