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가 너무도 혼탁합니다.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세계 각지가 어수선합니다. 국내든 해외든 이 현상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어째 문명이 가장 발달했다는 21세기에도 사회의 각 부분이 폭력의존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이것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갈수록 거칠어지고 야비해지는 세태에 한숨을 쉬게 됩니다. 게다가 그냥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만 할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당연히 여겨진다는 이러한 세태가 무섭습니다.
민주화된 시대라면서 그저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여 갖가지 유형의 폭력을 휘둘러도 그것이 정당화되고 탈권위 시대 속에서 온갖 구조적 가혹행위가 학생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는 이런 모순, 이게 과연 시대의 필연인 건지 두려워집니다.
예전에 학원강사를 할 때 어떤 학생들이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솔직히 안 맞으면 공부가 안 되잖아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지금까지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첫 세대가 될 것이고 앞으로 이 세대가 맞이할 환경은 혼탁이 극도로 다하여, 의사결정 속에서도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을 하였습니다. 게다가 닷컴열풍과 닷컴버블붕괴에서 그 시작을 보았고 정보화시대 속에서 오히려 기승을 부리게 되는 각종 유사학문과 진영논리의 난무가 그 예측을 실현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정보화사회가 진전되더라도 인터넷 회선으로 수도물이나 택배화물을 보내지는 못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인간관계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도 아닌데 무엇에 취했는지 그런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편벽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씁쓸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기반에 대한 몰이해와 매도가 심한 것도 문제입니다.
세계 각지에는 존재감이 적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 많고 그것들을 해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일과 사람들만이 주목받고 나머지는 그 주목받는 소수를 위해서라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분제가 혁파되고 성별, 종교, 인종 등의 각종 요소에 의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온 이후에 새로이 일의 귀천과 신분제가 고착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고 있습니다.
혼탁한 시대로 인해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외면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데다 지금을 사는 우리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현안이기도 합니다.
힘들지만 서로를 격려하면서 열심히 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고 노력한 과거의 사람들처럼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지요.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남은 것은 희망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글을 마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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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대왕고래
2014-09-19 00:11:50
뉴스는 어지럽죠. 어이없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요.
그렇다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더 어이없고 어지러운 일들만 일어날 뿐이에요. 빵이 썩는다고 그걸 무시하면 되는 건가요?
그러니까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다시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올바르게 다잡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언제나요.
SiteOwner
2014-09-22 20:39:05
맞습니다. 혼탁한 시대를 살아갈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게다가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의사결정도 그것의 결과도 오로지 자신의 몫으로 귀결되니까, 그것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익히고, 잘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이렇게 중심잡는 게 좋다는 건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ester
2014-09-19 11:35:03
세상이 '정보'라는 걸 너무 급하게 먹다가 사레들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의 변화가 각자의 지식을 못 따라가는 거죠. 내가 아는 한에서는 이렇게 되어야 마땅한데, 세상(혹은 주변)의 변화는 그렇지 못하니 불협화음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SiteOwner
2014-09-22 20:44:44
정보를 급하게 먹다가 사레들렸다...적절한 표현입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마치 어지럽게 움직이는 탈것에 몸을 실으면 멀미가 나는 것처럼, 여러 모로 충돌이 생겨 버립니다. 그리고, 상당히 잔인하게도 그런 것 자체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공포심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적응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흔한 자기계발서들은 잘못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책들이 안 팔리기 시작했다는데 역시 올 것이 왔다는 게 실감납니다.
Novelistar
2014-09-20 23:38:49
신용의 문제라고 봅니다. 자신 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는 주변 환경. 그렇게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사회, 부모, 선생이라는 이름의 탈을 쓴 입시 교육자들. 그렇게 자라나서, 아무런 자신만의 '필터'가 없이, 남이 넣어준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필터가 자신의 것이라고 온전히 믿으며 나는 옳은거야. 반드시. 라고 말하며 자위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들이 잘못된게 아닙니다. 세상이 잘못된겁니다. 그들은 오히려 불쌍한 이들입니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탓한다면 이 사회를 탓하고 싶습니다. 앞만 보고 가라고 하는 세상. 청춘은 꼭 아파야 한다고 가르치는 세상. 지금은 하지 않아도 돼. 나중에 실컷 할테니까. 지금은 공부나 해. 라고 채찍질하는 주변 환경.
어쩌면 인문학의 침체의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낙엽 하나가 바스락 하며 떨어져도 울 나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그저, 모두들, 스마트폰이나 참고서나 기타 자기개발서적을 보며 옆에서 교통사고가 나 누군가 세상을 떠나도 잠시 돌아볼 뿐 자신의 길을 갑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걸 누가 신경 쓸까요.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바빠지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슬픈 세상입니다.
Lester
2014-09-21 00:02:19
기업에서 인문학 운운해놓고선 대학에서 인문학과가 사라지거나 취업을 못 한다고 욕을 듣는 등
이게 뭐냐는 얘기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SiteOwner
2014-09-22 20:49:19
기성세대는 기존 상식으로 돌아가는 시대의 마지막 승차자이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상식으로 자신을 돌려야 하는 첫 승차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시행착오를 그 세대 고유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동정하는 척 비웃기에 바쁘고, 젊은 세대는 그런 기성세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것이 비극입니다. 굉장히 불길한 말이지만, 이러다가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장례를 치르는 첫 세대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런 사회의 생명력이 절대 길지가 않다는 것. 역사는 이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TheRomangOrc
2014-09-25 23:16:58
확실히 특히 올해는 늘 안좋은 소식들이 국내외 구분 없이 끊이질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 해서 무척 어수선 했죠.
그렇긴 하지만 사실 좀 더 크게 보면 올 해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그러한 것들은 세계적으로 늘 끊이지 않았을거에요.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좋았던 일도 기념할만한 일들도 많았었죠.
나쁜일들도 많지만 분명 좋은일들도 분명 많았어요.
그러니 전 되도록이면 그 좋은일들을 생각하며 그래도 세상은 가치있다고 여기고 싶어요.
그런 와중에 조금씩 상황이 나아질거라 믿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들을 하며 되도록 즐겁게 살아려고 해요.
SiteOwner
2014-09-29 21:00:27
그렇습니다.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남은 마지막 것이 희망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온갖 시련이 작게는 개인사에서부터 크게는 인류의 역사 전체에 걸쳐서 있었지만, 시련이 인류를 패배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 전 희망의 힘을 믿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
이 애니의 제목처럼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