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당히 오랜만에 돌아온 HNRY입니다.
제목의 의미는 그러니까......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Momo)에 빗댄 것입니다. 이 작품의 흑막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인데 시간저축은행이란 곳을 운영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접근해 남아돌고 낭비되는 시간을 투자하면 나중에 그 시간의 배로 불려서 되돌려준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데 막상 투자계약을 하고 나면 이들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고 투자한 시간만큼 일상이 바빠지지요. 그들에게 투자한 시간이요? 절대 안돌려주지요. 그들에게 시간은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연료 같은 거라서 말이죠.
그래서 요즘 저는 제가 모르는 새에 그 회색의 신사들에게 넘어가 시간의 일부를 그들에게 넘겨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이 들곤 합니다. 일주일 중 5일을 학원에서 보내는데 그 5일차에서 학원이 끝나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으로 가고 그렇게 해서 주말은 아침까지 밤새 야간 근무를 서다가 월요일에 일이 끝나면 잠을 자다 일어나서 잠깐 쉬다가 바로 학원으로 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지요. 만약 사장님에게 뭔가 사정이 생긴다면 일하는 횟수가 +1이 되고요.
그러다 보니 공휴일 빼면 저에겐 쉬는 날이 없습니다. 만약 해당하는 달의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버린다면? 그럼 그 때는 쉬는 날이 하루도 없겠네요.
뭐어 스스로 택한 길이기도 하고 학원은 만족스러운 교육 커리큘럼과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일하는 직장의 사장님도 깐깐하시긴 해도 지킬 건 지키는 철저하신 분이라 돈 떼먹는 일 같은 건 없이 반드시 일한 만큼 보수를 주시기 때문에 지갑 역시 언제나 넉넉한 상태라서 대체적으론 불만이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비해서 여유가 많이 사라진 건 어쩔 수 없군요. 뭐어, 하고 싶은 게 많아도 하나를 할 경우 다른 걸 포기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인지라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긴 하지만 말이죠.
여튼 근황을 전하고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은 만약 입에 시가를 물고 창백한 얼굴에 중절모와 잿빛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든 대머리 신사를 보면 절대 피하도록 하세요. 모모와 호라박사는 독일인이니 먼 이국땅인 한국까진 못와줄지도 몰라요. 스스로 주의해야죠.
여튼, 의미불명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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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TheRomangOrc
2015-02-27 23:16:56
시간저축이라...비록 사기 행위로 악용되긴 했으나 꽤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그게 자극이 되서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셨길 바래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볼 때도 이런걸 생각하며 보다보면 아주 좋은 트레이닝이 되곤 해요.
마드리갈
2015-02-28 19:44:57
제목을 보고 순간 뭔가 싶었어요. 그 소설에서 나온 표현...
그런데 보통 모종의 이상한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주로 검은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로 묘사되는데, 예의 그 소설에서는 회색의 정장...참 특이해요. 일종의 클리셰 비틀기인가 싶기도 하고...
많이 바쁘시군요. 그래도 잘 지내고 계신 것이 보여서 정말 다행이예요.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내 주셔서 근황을 전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려요.
SiteOwner
2015-03-01 21:37:03
오랜만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 전해 주신 근황,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시간저축은행 하니 모 금융회사가 서울시내의 버스 내에 붙인 광고판도 생각나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나오는 개념이군요. 기발한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인상착의, 잘 기억해 두겠습니다. 일단 입에 시가를 물었다니까 냄새로 바로 파악이 되겠군요.
언제든지 편할 때 또 들러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