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이라는 말이 있죠.
자타가 공인하는 뭐시기 뭐시기 이런 식으로 쓰여서, 흔히 다들 아시겠지만, "이 사람은 그 누구든 인정할만큼 뛰어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요.
제가 이걸 제일 처음 들었던 게 아마 10살때였던 거 같습니다. 아니, 8살때인가? 햇깔리네요.
아무튼, 그 때 "자타가 공인하는 누구누구"라는 말을 책에서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그 때 느낀 건 딱 하나였습니다.
"아니, 대체, 자타가 누구길래?
왜 그가 공인했다는 것만으로 위대하다는 의미가 되는거지?
대체, 자타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얼마나 대단한 신(神)이길래!!"
정말로입니다.
아니, 진짜 그렇게 들리지 않으세요? 자타가 공인했으니 위대하다면, 자타는 그만큼 위대한 사람이잖습니까!
게다가 왠지 자타라고 하니까, 어디 아랍쪽 이름 같기도 하고, 왠지 중동쪽에서 믿는 엄청나게 위대한 신이나 선구자같기도 하고 말이죠!
아무튼, 어머니께 여쭤봐서야 그게 사람 이름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이 일이 떠오른 게 어제였습니다.
자타공인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올라서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달아 저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그걸 생각하고서는 "어렸을 때 나는 참 재미있는 아이였구나" 하고 재미있어했습니다.
한번 궁금해져서 여쭤봅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저처럼 어떤 단어을 다른 의미로 착각하거나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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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댓글
하루유키
2015-03-05 11:48:44
전 쌀과 밥이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향토 작물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초밥은 또 정확하게 일본 음식이라고 생각한게 함정) 그러다가 쌀에도 종(인디카, 자포니카 등)이 나눠져있다는 것과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먹는 주식이라는걸 알고 말 그대로 문화적 충격을 먹었죠.
대왕고래
2015-03-06 00:48:00
쌀에도 종이 여러가지가 있다는 건 왠지 신기한데요...? 아니, 저만 신기한건가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만 주로 밥을 먹으니까,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인도에서도 쌀을 먹는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이제서야 뭐 성인이니 이거저거 들은 게 있어 이해하지만...
마드리갈
2015-03-05 14:45:23
처음에 이 글을 읽고 재미있어서 웃음을 참지 못했어요!!
자타라는 대단한 인물이 공인한!! 그렇게 보니 정말 자타가 특정 인물의 이름같이 보이기도 하네요.
저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역시 대왕고래님의 재미있는 발상에 많이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뭐랄까, 정말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그래요.
제가 착각한 것 중의 하나는 "방만하다" 라는 말이었어요. 흔히 적자투성이의 부실한 경영상태를 두고 방만한 경영이라고 비판하잖아요? 전 이것을 보고, 대체 어느 크기의 방 정도가 되면 문제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데, 거주공간인 방이 아니라 放漫이었어요.
대왕고래
2015-03-06 00:53:37
정말 그렇지 않아요? 진짜 자타가 사람이름같고 엄청난 거 같잖아요 ㅎㅅㅎ 어렸을 때 저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방만하다는 말도 진짜 그렇게 들리네요. 으음, 겨우 다리 뻗고 잘만한 싸구려 방인 걸까요?
카멜
2015-03-05 16:11:11
전 티비요 티비안에 사람이 들어있는줄 알았죠. 아참 그리고 연기하는 사람 진짜 죽는건줄(...)
대왕고래
2015-03-06 00:46:55
TV속에 사람이 있다라, 제 친구들한테는 안 물어봤지만 아마 어렸을 땐 다들 그런 생각을 했었을 거 같아요.
근데 전 그런 생각은 잘 안했던 거 같아요... 아니, 그냥 생각을 안하고 봐서, TV속에 사람이 살아있나 살아있지 않나가 아예 주요 토픽이 아니었어요. 제가 호기심이 없는 걸까요, 아님 진짜 TV는 바보상자라서 생각을 못하게 하는 걸까요;;;
연기하는 사람 진짜 죽는 줄 아셨다는 말을 듣고, "잠깐 그럼 재방송때마다 그들은 부활해서 다시 죽는... 끔찍하고 잔인한 방송사들..."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Lester
2015-03-06 14:18:59
만화책 대여점이요. 어렸을 적에 시스템을 모르고 일반 서점처럼 읽고 나오다가 주인 아저씨한테 혼났다는...
대왕고래
2015-03-10 23:30:03
저랑 반대네요!
전 서점을 대여점보다 나중에 가게 되어서, 서점에서 책을 읽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했었죠.
일단 들었으면 사거나 해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 읽기만 해도 된다는 게... 물론 맘에 드는 건 사는 게 좋지만요.
SiteOwner
2015-03-10 23:27:41
자타라는 인물이 얼마나 위대하길래 자타가 공인한다는 말을 할까...마치 장안의 화제라는 말같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확실히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여기서 장안(長安)은 중국 당대의 수도인 지금의 서안(西安)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몇 가지 있는데 저는 "소탕" 그리고 "연거푸" 를 꼽고 싶습니다.
소탕은 쓸어버린다는 뜻인데 저는 저것을 소로 끓인 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거푸는 계속 한다는 말인데, "연거푸 총을 쏘더니 공룡이 죽었다" 라는 문장을 읽고, 연거푸라는 총은 공룡도 잡는 강력한 총인 것으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대왕고래
2015-03-10 23:32:32
장안의 화제의 장안이 중국 옛날 수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소탕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소가 방금 불을 지핀 펄펄 끓는 탕에 들어가서 태평하게 음메에~ 하면서 눈을 껌벅대는 게 생각나네요. 왠지 재미있는 광경이에요.
연거푸 총! 연발총이겠군요, 그건. 한발로도 공룡을 잡는데 그걸 여러번...
제가 자타를 사람 이름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다들 있으니 재미있어요 ㅎㅅㅎ
TheRomangOrc
2015-03-11 00:07:44
전 베리어스 아티스트(Various Artists)가 실제 있는 그룹명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야 그 뜻을 알게 되고 그제서야 아, 그렇구나 하고 깜짝 놀랬었죠.
그 밖에는 곡명과 가수를 거꾸로 알고 있던 적도 있었네요.
대왕고래
2015-03-11 00:22:59
하긴 저도 그게 무슨 의미인가 하고 넘겨버리다가, 나중에서야 알았죠. 그냥 그런 게 있는갑다 하고만 생각했었어요.;;;
곡명과 가수를 거꾸로 아는 사례는 은근히 주위에서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친구에게 곡을 하나 추천해줬는데, 그 친구가 곡명과 가수를 너무 당당히 반대로 말하고 있더라고요.
지적해줄걸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KIPPIE
2015-03-19 05:12:02
전 어릴적에 비슷한 단어를 헷갈려했었죠. 지금 생각나는 걸로는 연쇄(連鎖)-연세(年歳) / 연예(演芸)-연애(恋愛) 정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