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서 4월로 바뀌는 주간.
비가 오고 있고, 벌써 오래 전에 지난 일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습니다.
28년 전의 이 주간에도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3월 30일, 수요일이 4월 1일이었던 것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28년 전의 저는 당시 국민학생, 그리고 지금의 저는 이미 어른이다 보니 이것은 같지 않군요.
그 때의 저는 4학년 1반 38번.
당시 다녔던 학교에서 남학생으로서는 유일하게 30번대의 번호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 학교의 번호부여방식이 남학생은 1번부터, 여학생은 남학생의 번호가 끝나면 그 다음부터의 번호를 부여받는 식이라서 보통 한 반이 40명 이내였던 그 때의 사정으로 볼 때 남학생은 20번대도 나오기 힘든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학생이라서 그렇게 번호를 부여받지는 못하고, 전입된 반의 여학생의 끝번호인 37번 다음의 38번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해에 이름으로는 거의 불리지 못했습니다. 버젓이 이름 석 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통칭은 "전학온 아이" 이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다음해에야 달라져서 5학년 때부터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게 되었지만요.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 학교에 입학한 것이 아니고 도중에 전학온 사실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닌데, 같이 새학년을 시작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어린아이들조차도 그렇게 안팎 구분을 한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묘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히 좋은 기억도 없는 그 국민학교에서 보냈던 첫 주간이 갑자기 생각나고 있습니다.
왜 생각났느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사실 정확히 대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냥 갑자기 생각났으니까요.
아직도 28년 전의 그 주간의 월요일 아침이 생각납니다.
노란 교모를 쓴 채 등교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날부터 그 학교의 학생이 된, 교모를 쓰지 않았던 저의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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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안샤르베인
2015-04-01 23:28:08
저도 초등학교 5학년때 이사를 오는 바람에 전학을 처음 가게 됐는데, 그때 아이들이 제 경상도 사투리를 무척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SiteOwner
2015-04-02 21:49:47
안샤르베인님도 초등교육 단계에서 전학하신 적이 있군요. 반갑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말씨 하니까 생각나는 사례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강릉에서 전학온 여학생의 사례, 다른 하나는 송탄(지금의 평택)에서 전학온 남학생의 사례. 두 학생 모두 5학년 때 제가 있던 반으로 전학을 왔는데 여학생의 강원도 사투리는 처음 듣는 것이라서 상당히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5학년 2학기가 시작될 쯤에는 "닭대가리" 라는 별명이 붙어 버린 것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성적이 그리 안 좋은 건 분명했는데 무엇이 추가되어 그런 별명이 생긴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TheRomangOrc
2015-04-06 15:55:49
간혹 그렇게 갑자기 옛 생각이 날 때가 있죠.
저도 초등학교 3학년 까진 전학을 무척 많이 다녔었습니다.
중학교는 입학하자마자 전학을 갔었고요.
그러다보니 어린시절엔 쭉 혼자 노는것에 무척 익숙해져있었어요.
다행이 중학교 이후론 전학을 다닌 적이 없지만 확실히 생각해보면 좀 쓸쓸한 유년기였던듯 해요.
SiteOwner
2015-04-06 23:01:39
전학을 많이 다니셨군요. 그리고 초등학생 때도, 그리고 중학생 때도...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그나마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과 섞이게 되어서 좀 덜해지지만, 국민학교/초등학교 단계에서는 구성원들의 동질성이 큰 편이어서 전학생의 존재가 붕 뜨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지만 태생적인 한계는 있더군요. 5, 6학년때 일이었는데, 좀 친해졌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1, 2, 3학년 때 이야기를 하면 저는 그냥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