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Whiplash)
감독 : 다미엔 차젤레
출연 : 마일즈 텔러(앤드류 네이먼역), J.K. 시몬스(테렌스 플렛처역)
*해당 정보는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movie/bi/mi/detail.nhn?code=119632)를 참고하였습니다.
1.
이 영화에 관련된 평을 읽다 보면 천재, 노력, 열정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를 봅니다. 일반적으로는 괴팍하고 난폭한 스승 밑에서 갖은 핍박을 겪으면서도 결국 그것을 극복해내고 재능을 피워내는 천재의 모습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이 키워드와는 전혀 다른 키워드. 광기. 조금 더 길게 말하자면 예술이라는 이름의 광기가 영화의 주요 키워드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깐깐한 지휘자이자 교수인 테렌스 플렛처,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음악 학원 학생 앤드류 네이먼이 바로 그 두 사람입니다. 플렛처는 끊임없이 앤드류를 구석으로 몰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두 사람의 갈등은 개인적으로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연출에서 두 사람의 갈등을 중심으로 극을 구성하여 긴박한 느낌을 주었지만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것 없다고 봅니다.
2.
테런스 플렛처는 이 밋밋한 이야기를 살려 준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J.K. 시몬스의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플렛처는 마치 ‘풀 메탈 재킷’의 하트먼 상사와 겹쳐 보입니다. 끊임없는 욕설과 폭언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습니다. 정확한 시간에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나는 플렛처는 밴드에서는 마치 왕과 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서둘렀어? 늘어졌어?’, ‘내 템포가 아니야!’는 이러한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밴드에 맞는 템포입니다. ‘내 템포’라는 부분이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플렛처는 자신의 교육 철학이 확고합니다. 영화에서 몇 번 언급되는 찰리 ‘버드’ 파커의 이야기는 그의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만약 그가 무대에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다면, 분해서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버드’는 없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또한 그의 교육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사가 바로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Good Job’야.‘입니다. 만약 찰리에게 누군가 그만하면 잘했어. Good Job라고 말했다면 지금의 버드는 없을 것이라는 말은 곧 자신의 교육 철학에서 적당하게는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의 교육은 끊임없이 구석으로 몰고 또 몰아서 스스로가 연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간에 플렛처가 제자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며 그의 연주CD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그 제자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살로 죽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플렛처를 만나고부터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다는 변호사의 얘기로 말입니다. 그는 후반부에 앤드류와의 대화에서 말합니다. 자신의 교육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또 다른 ’버드‘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 한 비극이라고 얘기하면서 말입니다.
이와 다르게 앤드류는 처음에는 순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플렛처와 만나면서 모든 것이 변합니다. 플렛처가 지닌 광기에 전염된 것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입니다. ‘드럼으로 성공하고 싶은데 연습을 하게 되면 만날 시간이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서로의 감정이 상해서 나쁘게 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깨끗하게 헤어지는 것이 낫다.’며 여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보입니다. 이때 저는 플렛처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플렛처 역시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 어느새 앤드류에게 옮겨있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때 여자 친구는 ‘내가 네 방해가 되는 것이 예정된 것이냐?’라고 묻습니다. 앤듀르는 무척 덤덤하게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이후 앤드류는 망가집니다. 연습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자 주먹으로 드럼을 두드려 찢어버리고, 교통사고를 당해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무대 위에 올라갑니다. 그러나 연주는 엉망진창이었고 플렛처의 ‘자넨 끝났어.라는 말을 방아쇠로 그동안 쌓인 감정이 폭발하여 플렛처를 공격합니다. 그 후 자살한 제자의 변호사가 플렛처의 잘못을 고발하라는 말에 고민하다 그를 고발하는데 동참합니다.
한동안 드럼과 멀어진 앤드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냅니다. 그러나 우연하게 연주를 하고 있는 플렛처를 만나게 되고 그의 교육 철학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그리고 연주를 제안 받고 다시 드럼을 치게 됩니다. 마지막에 그는 다시 한 번 플렛처에 의해 구석으로 몰리고 드럼을 박차고 떠나다가 다시 돌아와서 미친 듯이 드럼을 연주합니다.
이 장면은 상당한 몰입감과 함께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 연주를 앤드류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앤드류는 드럼을 연주하다 옆 사람에게 ‘자신이 사인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밴드의 주도권은 플렛처가 아니라 앤드류에게 넘어갑니다. 왕과 같은 위치,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즉, 앤드류는 플렛처와 같은 인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도 광기의 존재가 된 것입니다.
3.
플렛처는 광기에 빠진 인물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러한 플렛처의 모습이 만들어진 모습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처음 앤드류가 밴드에 들어왔을 때 보여줬던 친절한 모습, 지인의 딸과 대화를 나눌 때의 모습, 학교에서 해고당하고 어느 가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할 때의 모습에서 영화 내내 보였던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이 아닌 부드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예술이라는 이름의 광기가 만들어 낸 형상이 바로 테런스 플렛처일지도 모릅니다. 제자가 자살을 했어도 그는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습니다. 예술에 묶여버린 슬픈 모습이자 예술이 지니는 광기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인물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영화의 결말은 조금 모호하게 지어집니다. 앤드류는 명확하게 웃고 있지만 플렛처는 입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은 웃고 있어서 일반적으로는 웃는 얼굴을 생각합니다. 저도 웃는 얼굴이 어울린다고 봅니다. 플렛처는 결국 자신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뛰어난 연주자. 광기를 지닌 자. 명확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자살한 제자는 실패한 인물이었습니다. 성공한 표본을 보았으니 그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광기가 가득 찬 교육을 지속할 것입니다. 1명의 완성을 위해서 99명을 버릴 수 있는 것. 그것이 그의 교육이며 예술이라는 광기의 발로입니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향입니다. 매력적인 재즈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음악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저는 이 영화의 음향을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흔하다고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이렇게 생명력을 지니는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 테런스 플렛처와 음향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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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마드리갈
2021-01-22 13:09:50
예술이라는 이름의 광기...
어릴 때에는 예술과 아름다움을 왜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오래 살아온 것이 아니긴 하지만, 특히 광기에 빠진 예술가의 이야기를 접할수록 그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그런 상황의 당사자가 아닌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겠죠...
역시 독특한 캐릭터의 존재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