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라는 부류의 책들이 비판받지 않는 경우가 더욱 더 드물기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될만한건 역시 연애계발서인데요,
전 정말 연애계발서가 싫습니다. 그냥 단순해요. 모든 연애개발서가 그렇진 않겠지만 보면 계속해서 사람의 행위를 본능적인거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싸잡아서 정당화시킵니다. 남성이 여성을 보면 흥분하는건 당연한거라던가,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력을 요구하는건 당연한거다요.
이 것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람 역시 본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고 그 본능대로 하는 것 자체가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아주 이상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라 볼 수는 없습니다. 근데 일단, 계발서잖아요? 계발서면 본능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지, 이미 알고 있고 하고 있는 본능에 의거한 행위를 계속 하라 하면 그게 뭐가 소용이 있을까요?(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도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범람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없다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본능론은... 솔직히 말해서 요즘에 와서는 무의미해져가고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고,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정당화시키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봐요. 예를 들면 본능적으로 저 과일은 8월에 열매를 맺는다, 이런 것도,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이나 과학 기술로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본능이란 이유로, 타인을 혐오해하는건... 정말 무서워요. 사람이 이런 상태면 당연히 이런 행동을 하는게 옳은거다. 라는 이론을 계속해서 믿게 되면, 결국에는 그런 상태에 빠져버릴 것 같은 상태를 가진 상대까지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봅니다. 아니면 본능과 우생학이 결합함으로써 쟤는 열등한 놈이고 그건 본능적으로 결정된거기 때문에 쟤는 뭘 해도 저 꼬라지가 될거야. 저 놈을 혐오해하는건 당연한거지. 라는 식의 논리도 가능해질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습니다.
사실 집단 따돌림도 군중이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하는 것이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해꼬지를 하고 싶은 것도.... 맞아요. 본능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을 절제해나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봅니다. 종교나 철학을 믿으며 수행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말 이게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내가 본능이라 생각했고, 당연한거니까, 이게 당연한거잖아. 뭐 틀린게 있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 언젠가 반례를 만나게 되었을 때처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큰 상흔을 남길 수도 있단 점은, 유심히 생각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조명이 좀 더 비싼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서 그늘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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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벨라
2015-04-22 10:23:15
연애계발서는 읽지 않았지만, 소위 연애상담 블로그라고 하는 곳은 몇군데 들어가서 읽어본 적이 있어요.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첨부해서 풀어나간 블로그도 있었지만, 말씀하신 본문대로의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라고 적은 곳이 훨씬 많이 보이더라구요. 사람은 같은 가족이라도 알아가야 하는 부분이 훨씬 많은데, 그걸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가상현실화하는 것은 확실히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반례는 정말 공감합니다. 당연하다 생각하는 걸 맹신하지 말고 항상 반례를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겠지요.
프레지스티
2015-04-28 19:37:54
그렇습니다. 사람은 이론을 맹신하면 그 이론의 반례가 나온다 하더라도 무시하는 습성이 있어요.
그런데 그러한 맹신이 너무 심해지면 큰 고통을 겪는 날이 오게 되지요.
안샤르베인
2015-04-22 17:43:49
확실히 본능에만 의존하는 건 위험하죠. 상대방이 만약 불쾌감을 일으키는 요소를 갖고 있다고 해서 차별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듯...
프레지스티
2015-04-28 19:37:01
본능에 의존하는 것은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처럼 안전해보이고 안락해보입니다.
다만 추억으로 남기고 벗어나야 하는 때가 오지요.
카멜
2015-04-25 12:03:44
소위 말하는 인간의 본능이란건 그냥 과학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만년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 유전자 단계로 인이 박힐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여자는 원래 애만 보게 본능이 만들어졌다..라고 하면 안되겠지요.
프레지스티
2015-04-28 19:36:25
SiteOwner
2015-05-01 13:56:26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지는 어느 정도는 알겠습니다만, 이런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본능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
프레지스티님이 말씀하신 것은 일단 본능은 나쁘다, 그래서 나쁘다, 그리고 무의미한데 위험하다 등의 도식화로 요약가능합니다. 본능과 부정적인 가치가 동의어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행동의 범위 정의에서 동의하기 힘든 곳이 있습니다.
둘째, 특정 행동양식을 본능으로 규정했을 경우에 생기는 반례.
사실 이것은 성선설, 성악설, 백지설 등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본성 문제로 들어가야 하는 사안이고, 그 방면의 전공자인 것도 아닌 터라 말을 꺼내기에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안을 본능으로 규정했을 경우에 관점을 바꾸면 성립되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조리있게 설명하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마드리갈
2015-05-05 23:42:22
본능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사실 학습된 결과인 경우가 많고, 그 역의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해요.
그러니 특정 행동양식을 본능론적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는 거예요. 각종 괴롭힘이라는 것이 그냥 본능이라면, 어떤 사회에서는 그런 것이 왜 일어나지 않는가도 문제가 될 수 있겠죠. 그렇지 않나요? 형사정책학에서 잘 언급되는 서덜랜드의 차별적 접촉이론 같은 것이 바로 그런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유해매체에 자주 노출되면 그것을 모방하여 범죄를 저지른다는주장에 대해, 서덜랜드는 그렇다면 왜 같이 노출되어도 범죄자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논박하기도 했거든요. 그런 것도 같이 볼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본능은 나쁘니까 나쁘다는 도그마에 빠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