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난이도가 있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좋은 현상입니다. 단순히 생각해서 난이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게임은 아예 컨셉 자체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죠. 점점 올라가는 점에서 유저의 숙련도를 계속 시험해보면서 도전의식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갑자기 오른다는 점에서 서사적으로 주인공이 겪는 고난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점도 있으니 문학적으로도 훌륭합니다.
하여튼 난이도가 게임 내부에서 올라가는 게임 뿐만이 아닌, 미리 선택해두고 플레이하는 게임도 많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게임의 어려움을 느끼기 싫다면 아주 쉽게 해도 되고, 정말 도전의 극치를 해보고 싶다면 아주 어렵게 할 수도 있는데, 게임을 최대한 즐겨야지 그렇게 쉽게 해서 다 이기고 다니면 뭔 재미로 하냐며 난이도 선택을 비판하는 쪽도 있지만 전 개인의 취향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제도인 만큼 좋아합니다.
하여튼, 난이도 제도 자체는 좋지만 그걸 활용하질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 점은 좀 실망스럽죠.
예를 들어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난이도가 오를 수록 컴퓨터가 지능적으로 행동하고 우회적인 공격을 가하는 식이 아니라,
그냥 수치적으로 보너스를 받고 전투력에 보너스를 받는 수치놀음밖에 되질 않습니다.
이 것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는건 아닌데, 오히려 이 때문에 난이도가 하락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문명이 아주 대표적인 예인데요, 난이도가 높으면 컴퓨터가 일꾼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그걸 전부 뺏어서 자기걸로 만들면 일꾼을 만들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난이도가 하락합니다(...) 또한 난이도가 오를 수록 호전성이 상승해서 전쟁을 자주 거는데 이 때문에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사이에 져가는 쪽에 선전포고 하고선 공격하면 100% 플레이어가 이기는데, 이건 역사적으론 맞긴 한데 게임으로썬 아쉬운 부분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사례를 보면 편법을 쓰면 오히려 높은 난이도에서 컴퓨터가 자폭해버리기 때문에 더욱 더 쉬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리듬게임같은 경우도 꽤 애로사항이 꽃피는데요, 수치만 올려버리면 난이도가 정해지는 RPG나 전략 시뮬레이션과는 다르게, 리듬게임은 난이도가 오르면 배치를 바꿔야 하는데, 그래서 난이도를 표기했는데 표기한 난이도보다 체감 난이도가 더 낮거나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리듬게임은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면 오히려 어려워지는데, 그래서 일부러 속도를 느리게 진행함으로써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데 이 것도 몇몇 분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클리어하셔서 표기된 난이도가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아요. 속도가 느린 것 말고도 곡에 갑자기 뜬금없는 배치가 나와서 당황하는 사이에 미스가 뜨는 곡도 있는데, 문제는 전체적으로는 쉬운 곡이라서 체감 난이도는 어려운데도 표기된 난이도는 그것보다 쉽다고 나와있는 부조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cytus가 아주 대표적인 예인데, 난이도가 9단계까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9단계는 아주 심하게 어렵기로 유명한 3곡 빼고 전부 퍼펙트 클리어했는데, 오히려 8단계와 7단계에서 퍼펙트를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패턴이 나와서 한두개씩 틀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하여튼 게임에 난이도가 있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입니다. 여러분은, 게임에 난이도를 아주 잘 활용한 그런 게임을 보셨나요?
난이도를 선택하는 게임이던, 선택하는 게임이 아니던, 난이도 밸런스가 아주 잘 맞는 그런 게임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조명이 좀 더 비싼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서 그늘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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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하루유키
2015-04-29 10:02:42
전 뭔가를 조종하거나 조작하는데 궤멸적으로 재능이 없어서 컨트롤을 요구하는 게임은 도저히 못해먹겠더군요. I Wanna Be The Guy 시리즈 처럼 애초에 난이도 자체를 무식하게 올려놓은 게임은 말할것도 없고 일본 '사키츠네' 님의 동인 게임 'Cracke Cradle'도 미션 3에서 접었습니다. 도저히 저같은게 할만한 난이도가 아니더라구요...
제가 하는 게임 몇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마인크래프트는 옵션에서 언제나 난이도를 바꿀수 있고 난이도라고 해봐야 몬스터의 공격력이 강해지고 배고픔 옵션이 제대로 작동하는 정도라서 무척 할만합니다. 저처럼 평화주의자(?)를 위해 아예 평화로움Peaceful 난이도로 몬스터 따위 볼 일 없이 편하고 느긋하게 할수도 있고 하드코어 생존주의자들을 위해 죽으면 맵 자체를 삭제하는 하드코어Hardcore 난이도 옵션까지 구비되있구요. 사실 딱히 컨트롤 같은게 필요한 게임도 아니지만요.
OSU! 같은 경우는 Catch the beat 모드만 줄창 파고있는데 표기된 난이도와 실제 난이도의 괴리감이 드는 노래가 몇곡 있기는 합니다. 가끔은 이게 인간의 반응속도로 칠수있다고!? 같은 노래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그냥저냥 할만합니다.
계속 하다보니 저처럼 컨트롤이 궤멸적인 사람도 "보여! 내게도 비트가 보인다고!" 같이 모 유명한 빨간색 가면남 대사를 치기도 했었죠.
마드리갈
2015-05-03 00:28:52
너무 쉬우면 곧 흥미를 잃기 마련이고, 너무 어려우면 진입장벽이 되어서 아예 등을 돌리기 마련이고...
역시 그게 게임 난이도 설정을 어떻게 하는가의 관건일 거예요.
해 본 게임 중에서 난이도 관련으로는 이런 것들을 겪어봤어요.
삼국지 6의 경우는 고급 난이도의 경우, 우선 회견에서 장수목록을 볼 때 초급에서처럼 불만도가 가장 높은 장수가 리스트에 차례대로 안 나오고 랜덤하게 출력되어서 상당히 성가시게 되어 버려요.
헤일로의 경우, 전설 난이도에서는 코버넌트의 무기는 뭐든지 정밀유도무기가 되어 버려요.
SiteOwner
2015-05-05 00:01:31
적절한 난이도로 밸런스가 상당히 좋았던 게임이라면 고전게임 쪽에 좀 많았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고인돌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졌던 Prehistorik 같은 것들이 클리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하는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할까요. 그런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매킨토시 쪽에서 유명했던 Marathon이나 도 절묘하게 잘 만들어진 케이스였습니다. 위에서 동생이 언급한 헤일로 시리즈는 그 마라톤 시리즈를 만들었던 Bungie의 개발품입니다. 이후 기업은 2000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후 2007년에 재분사되었습니다.
요즘 게임의 경우는 안 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