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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물품은 도태후 15년 이상이 지난 제품으로서 현용 군수품에 해당되지 않는 합법적인 제품임을 미리 알립니다.
힘들게 구했습니다.
MRE는 맨 처음 나올 때 지금과 같은 황갈색 포장이 아니라 암갈색 포장으로 먼저 나왔다고 하지요. 그 MRE를 구해 보았습니다.
MRE에 포함된 동결건조 주식은 1988년 이후 생산이 중지되게 됩니다. 겉부분 및 내부 구성품에 정확한 생산년도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지라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년도는 알 수 없으나, 저 7년이라는 기간 중에 만들어진. 최소 28년~최대 34년 지난 MRE입니다.
세계에도 몇 개 남아있지 않을거 같은 물건입니다만, 아깝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시식을 위해 뜯어봅시다.
자, 대충 내용물 겉햝기가 끝났으니 안에 든 내용물들을 전부 개봉해서 먹어봅시다.
치즈 스프레드는 버렸습니다. 저 크래커도 치즈스프레드의 맛이 배어있어서 버릴 수밖에 없었어요.
계속 진행합니다. 다음은 초콜렛 코팅이 된 쿠키 바.
그런데 세월의 힘은 이길 수 없었는지, 약간의 기름 느낌과 함께 돼지 누린내 같은게 훅 나더라고요.
이것도 버렸습니다. 새콤달콤한 사과소스의 느낌이 아니라 시큼한 죽 느낌이에요. 이것도 절대 먹으면 안되겠다 싶은 시큼한 맛이어서 삼키지 못하고 뱉었습니다.
고급스러운 코코아 맛이 아닙니다. 그냥 싸구려 제티를 물 반 저지방우유 반 섞은느낌? 그래도 신맛이나 곰팡이냄새 등등은 나지 않아 먹을수는 있습니다.
악세사리 팩도 지금과 별 차이가 없네요. 바뀐 점이라면 케첩이 타바스코 소스로 바뀌었고(지금은 유리병에서 파우치 형태로 또 바뀌었더라고요) 지금 나오는 제품은 물티슈가 추가되었다는 점 정도?
그런데 이것도 나름 먹을만합니다!ㄷㄷㄷㄷ 이것이 미군의 기술력인가.... 지금 나오는 MCW마냥 식감도 생물과 별 차이없고 맛도 맛있는 수준까지는 아니에요. 그냥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때 이거라도 먹으면서 버틸 수 있겠다 하는 수준의 노린내 엄청 나는 고기이긴 한데, 그래도 최소 28년의 세월을 버텨냈다는 점이 참 놀랍습니다.
이건 나머지 물품 사진찍고 뒷정리하면서 다 먹었어요.
물론 한 입 먹어보고 나서 삼키지 못하고 뱉었습니다-_- 저 사과소스...
이거 한 수저 먹어봤는데 살짝 매콤하면서....먹으면 안 될거 같다는 맛이 느껴집니다; 이것도 시어버렸어요. 삼키지 못하고 뱉었습니다.
패티 자체로는 어찌어찌 먹을만한데, 거기에 변질되어버린 사과소스나 케첩이 더해지니 진짜로 못 먹을 맛이에요.
가만히 보니 약간이라도 물기가 있는 제품들은 전부 상하고 시어버려서 못 먹을 맛이었고, 감미료나 초콜릿 바, 건조 식품들은 지금까지도 신선한 상태로 남아있었네요. 원래 잘 변하지 않는 물건들에 감마선처리를 통한 멸균+밀봉까지 더해져 지금까지 신선하게 보관되었던거 아닌가 싶습니다. 파스퇴르 만세.
옛날, 그니까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군인들은 이런걸 먹고 싸웠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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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SiteOwner
2015-05-28 22:07:22
짙은 갈색 포장의 MRE...정말 오랜만에 보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Right Away Foods Corp.라는 이름의 생산업체 표기도 상당히 반갑습니다. 여러 제조업체 중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런 짙은 갈색 및 옅은 갈색의 것을 모두 접했고 군생활 중에 많이 먹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시기가 시기였으니, 연식이 꽤 된 짙은 갈색의 것이라도 호랑이님께서 개봉하신 저것처럼 상당부분이 못 먹을 물건으로 변질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먹을만했지만 그다지 좋은 인상은 못 받았던 게 기억납니다. 나중에 그 짙은 갈색 포장의 것의 제조연도에 대해서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쿠키바나 비스킷 등의 포장을 보니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있습니다.
간혹 미군들이 주는 저 과자를 보고, 미국 물건은 왜 포장이 저래 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MRE 내에 든 것...
호랑이
2015-05-28 23:09:08
처음 12개에서 시작했던 메뉴가 지금은 24개로 늘어나고, 음료나 메뉴도 다양해졌지요. 그래도 아직 저 짙은갈색 포장의 MRE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SiteOwner님의 댓글을 보고 초기형 MRE를 구해 본걸요ㅎㅎ 알아보실 줄 알았어요.
저도 이 시식을 통해 짙은 갈색의 MRE를 제한적이나마 접해봤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옅은 갈색의 MRE를 꽤 많이 먹었어요. 맛 자체를 객관적으로 따져보자면 최근에 만들어진게 더 맛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추억이라는 건 보정되기 마련이라 이 짙은 갈색의 MRE에 그리움을 느끼시는 분들도 꽤 계셨습니다. 콜라가 150원 하던 그때 시절의 음식이라면서.
제가 시식한 제품은 정말 극초기형, 1988년 이전의 제품입니다. SiteOwner님이 드셨던건 그 이후의 제품일 거라고 생각되네요. 주식이 동결건조 형태가 아니라 레토르트 형태였고 동결건조케챱 대신 타바스코 소스 병이 들어있었던 물건일텐데, 그것도 한번 구해보고 싶습니다.
MRE안에 든 모든 부식을 전부 먹는건...쉽진 않죠ㅎㅎ 냅뒀다가 다음에 먹어야지 하는 경우도 많고, 사탕같은건 먹으면 운이 좋지 않다는 속설도 있고. 그런 것들을 민간인들에게 나누어주던 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미국초콜릿의 맛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이 댓글을 쓰면서 남겨뒀던 초콜릿 코팅 쿠키 바를 으적으적 씹고 있습니다. 최소 28년 이상 지난 물건이지만 아직도 싱싱하네요. Sterling Bakery에서 만든 부속품이에요.
SiteOwner님께서 군생활을 하시며 드셨던 초콜릿 쿠키 바가, 지금 제가 먹고 있는 이 쿠키바와 똑같은 물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Sterling Bakery는 지금도 MRE부속품과 B-ration을 납품하고 있으니까요ㅎ
하루유키
2015-06-04 09:45:55
구 대영제국 시절에 제작된 100년이 지난 쉽비스킷이 세월의 힘을 거뜬하게 견뎌내고 만들어졌을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 보존중이라고 하죠. 요즘같이 방부제나 보존제같은게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밀가루 덩어리라는걸 생각하면 확실히 수분을 없에는걸로도 보존성이 확연히 늘어나는 모양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저는 전투식량과는 연이 없다보니 볼때마다 흥미로워요. 하나 구해다 먹어보고싶기도 하구요.
호랑이
2015-06-12 06:00:11
세월을 버텨낸것과 버티지 못한 것의 차이는 수분 함량의 차이더라고요. 머리로는 알고 있긴 한데, 초콜릿 코팅 쿠키 바를 먹을 때는 절로 놀라게 되더군요.
한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에요ㅎㅎ
마드리갈
2015-06-07 23:26:05
사실 놀랐어요. 저보다 먼저 세상에 등장한 미군 전투식량이라니!!
대체 저런 것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던 것도 정말 기적일테고, 호랑이님께서 구해서 시식을 해 보신 것도 엄청난 용기임에 틀림없어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요. 다른 표현이 생각나기 힘들 정도.
역시 그 자체로 안정한 물질이나 최대한 수분이 제거된 것만이 장기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군용물자니까 역시 최대한 저시인성 색채를 택해야겠지만, 저 짙은 갈색의 겉포장은 도저히 식품이라고 연상되기 어려울 정도예요. 역시 문제가 많아서 저런 색이 퇴출된 것일까요?
호랑이
2015-06-12 06:02:27
아무래도 10년 이상 지난 음식을 입에 밀어넣는다는게 심리적인 저항감이 있긴 했었는데요, 크래커가 의외로 멀쩡한 걸 보니 먹을만하다 싶더라고요ㅎㅎ 제품에 보존제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감마선/가스 살균을 통해 멸균상태로 만들어 놓긴 했어도 역시 수분함량이 적은 것들이 장기보존되더라고요. 생존식량에는 크래커가 빠질 수 없는가 싶어요.
저 갈색 포장이 위장성은 좋긴 한데, 아무리 봐도 먹을걸로는 안보이긴 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