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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力という罪_borderland

블랙홀군, 2015-06-07 21:25:21

조회 수
139

-큭... 

내가 들은 것은, 단말마와 같은 그녀의 목소리. 
내가 본 것은, 그녀와 또 다른 인간, 그리고 날뛰고 있는 타라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보니, 쓰러진 걸까. 

두 인간을 부르려고 했지만 부를 수 없다. 
인간들이 점점 모여든다. 
그리고 눈이 점점 감겨온다. 

-......해?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는 어디일까, 의료반이 온 것일까? 

-......기, ...어나... 

클로에, 클로에는 괜찮을까? 
클로에와 같이 왔던 인간은? 
둘은 지금쯤 의료반에 있을까? 
두 인간이 걱정된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애써 눈을 떠 본다. 

"어, 일어났다! 헤키라, 일어났어! "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건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온통 깜깜해보이는 곳. 
한눈에 보기에도, 여기는 제 3홈과는 다른 곳이었다. 아니, 이승이 아닌 것 같았다. 
눈앞에는, 노란 뺨이 그려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이상한 녀석만이 있었다. 
그 옆에는, 분홍색 머리를 한, 호박같은 것도 있었다. 

"크윽... 여기는......? " 
"정신이 들어? " 
"어떻게... 된...... " 
"이런, 아직 몸이 아프구나. 잠깐만... " 

이상한 녀석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분무기같은 것을 뿌렸다. 
덕분에 아픈 것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호박같이 생긴 녀석이 건넨 열매를 먹자, 조금 기운이 들었다. 

"여기는 어디지? 그리고 넌 누구냐? 난 분명, 타라카와 싸우고 있었는데...? " 
"여기는 반전 세계야. 우리는 송화산을 통해서 여기로 들어왔고.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있는 널 봤어.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심하게 다쳤던데...? 괜찮은거야? " 
"반전... 세계...? " 
"이 곳은 기라티나가 관장하고 있는 반전 세계야. 송화산에서 죽은 포켓몬의 영혼이 이 곳을 거쳐가지. 참, 난 텐라이라고 해. 그리고 이쪽은 펌프슈야. 넌 누구니? " 
"난 케르베로스. " 
"그렇구나. 케르베로스. " 

자신을 텐라이라고 소개한 녀석은, 곧이어 누군가를 불러왔다. 
낯선 여자는, 텐라이를 따라 내게로 왔다. 
아마, 그녀도 나를 발견했던 모양이지. 

"정신이 좀 드니, 케르베로스? " 
"넌 누군데 나에 대해 알고 있는거지? " 
"텐라이에게서 전해들었어. " 
"그런가... 아차, 클로에! 클로에는 어디에 있지? " 
"클로에...? 그게 누구야? 트레이너야? " 
"클로에는... "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를 잃었다는 슬픔보다도, 트레이너라는 말이 무슨 뜻인 지 몰랐다. 
도대체 이 곳은 어디지, 나는 그 녀석의 동료마이고 우리는 동료일 뿐인데. 

"나는... 그 녀석의 동료야. " 
"동료라... 트레이너와 같은 개념이겠구나. " 
"그나저나 케르베로스, 넌 왜 반전 세계에 떨어져 있었던 거야? 잔뜩 다친 상태로...? " 
"설명하자면 길어... " 

제 2홈에서 갑자기 타라카가 날뛰어버리는 바람에, 시설이 부서져 있었다. 
클로에, 그녀는 제 2홈의 데빌버스터였다. 
그녀는 악마가 날뛰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민간인들을 구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녀와 동행했던 다른 인간 역시 그랬다. 

그리고 나와 클로에, 다른 인간은 모든 민간인들을 구했다. 
다른 인간에게는 아직 동료마가 없었기때문에, 더 남아있을 지 모를 생존자를 찾고 올 것을 부탁하고 클로에는 나와 함께 타라카를 제압하러 갔다. 
하지만, 클로에는 타라카의 칼날에 무참히 베였다. 뒤따라온 그녀 역시. 그리고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곳이, 바로 이 반전 세계라는 곳이었다. 

"그런 일이... 그렇다면 클로에도 이 곳 어딘가에 있을 지 몰라. " 
"그래! 우리가 찾는 걸 도와줄게. 펌프슈, 너도 도와줄거지? " 
"응. 자, 가자. 아마 이 곳 어딘가에 클로에가 있을거야. " 

어서 클로에를 찾자,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 넓어 보이는 곳 어디에서 클로에를 찾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제발, 여기 있어줘, 클로에. 나와 같이 올라가자, 클로에. 

"어, 이건 뭐지? " 

펌프슈가 주운 것은, 내가 어제 먹다 남긴 데몬 스낵이었다. 
어제는 웬지 입맛도 영 돌지 않아서, 스낵을 먹다 남겼던 것이다. 
클로에는 평소와 달리 스낵을 남기는 나를,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었다. 

"이건... 내가 어제 먹다 남긴 데몬 스낵인데...? " 
"데몬 스낵...? " 
"우리 악마들이 즐겨 먹는 과자야. 어제는, 이상하게 입맛이 돌지 않아서 이걸 남겼었지... 이걸 쭉 가지고 있었던거야, 클로에는... " 
"아아... 그럼 클로에가 이 근처에 있을지도 몰라. " 

오트밀맛 데몬 스낵. 
내가 처음으로 클로에의 동료마가 됐을 때 먹었던 스낵이었다. 

당시의 클로에는 갓 데빌버스터가 된 터라 마커-게임 내 화폐 단위-나 마그네타이트가 넉넉치 않았다. 그래서 늘 오트밀맛 데몬 스낵을 사 왔었다. 클로에는 늘 스낵을 줄 때마다, 나에게 미안해했었다. 더 좋은 스낵도 많이 있는데, 아직 돈을 벌지 못 했다며. 나중에 돈을 많이 모으면, 그 때는 바베큐맛 스낵을 먹여줄게, 그녀는 늘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비록 오트밀 스낵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맛있게 먹었었다. 그리고 더 기운을 냈다. 언젠가, 정말로 바베큐맛 스낵을 먹고 싶었다. 

지금은 맥없이 쓰러져서 이 곳에 떨어져 있지만. 

"케르베로스는 클로에와 각별한 사이였구나. " 
"응. 그 녀석도 나도, 처음으로 만난 동료였으니까. " 

클로에가 갓 데빌버스터가 됐을 무렵, 사교의 관에서 나를 만났다. 
아직 초보인 녀석이 케르베로스를 다룰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녀를 걱정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 봤던 그녀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잘 부탁해, 케르베로스. 이제 갓 데빌버스터가 된 클로에라고 해. 

그것이 그녀의 첫 인사였다. 

그 뒤로 나는 쭉 그녀와 함께 했었다. 
제 2홈에서, 그녀는 나와 함께 성장했다. 

처음 고글을 맞추고, 처음으로 옷을 맞추고, 그리고 처음으로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한 날도. 
그녀의 동기들은 라이센스를 취득한 후 도쿄나 나가노 등으로 갔지만, 그녀는 제 2홈이 좋다며 여전히 제 2홈에 남아있었다. 
제 2홈은 제 3홈이 있는 스기나미와도 가까웠고, 그래서 그녀는 이 곳을 마음에 들어했다. 

-이것 봐, 케르베로스! 여기 꽃이 피었어! 
-이제 봄이 오려나 보군. 
-우리, 마커 많이 모아서 같이 꽃놀이 가지 않을래? 
-이봐, 바깥은 아직 위험하다고. 저렇게 악마들이 널려있는데, 한가하게 꽃놀이라니... 
-그래도, 잠깐 여유정도는 가질 수 있는거잖아. 조금 황폐해져서 슬펐는데, 이런 곳에도 꽃이 피는구나. 

황폐해진 곳에도 꽃은 핀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었다. 

-꽃놀이 갈 때는, 더 좋은 데몬 스낵을 싸 가자. 매일 오트밀만 먹으면 질리지 않아? 
-별로. 
-그래도, 가끔 좋은 것도 먹어야지. 매번 오트밀맛만 먹여서, 미안해. 나중에 마커 많이 모아서, 바베큐맛으로 바꿔줄게. 
-또 그 소리. 난 괜찮다니까? 마커 많이 모아서, 장비나 빨리 바꿔. 언제까지 그 총 쓸 거야? 
-난 이 총이 좋은걸. 이 총, 처음 너랑 만났을 때부터 썼던 총이잖아. 기억 나? 이 잇자국. 

클로에는 그렇게 말하면서 잇자국을 보여줬다. 
그 잇자국은, 처음으로 클로에와 만난 날 첫 임무를 수행하다가 내가 실수로 물어버린 잇자국이었다. 
그것때문에 당황한 클로에가 총을 잘못 겨누었는데, 우연찮게 잘못 겨누었던 방향에 악마가 있어서 명중했었다. 

"그 총은, 그래서 클로에가 안 바꿨었던 것 같아. " 
"그게 혹시, 이 총이야? " 
"!!" 

펌프슈가 보여준 총. 
맞았다. 이 총이었다. 여전히 몸통에 잇자국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고글. 이 고글 역시 나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썼던 고글이다. 
임무중에는 항상 고글을 쓰고 있었다. 

제 2홈은 황폐해진 이후로 미세먼지가 많아져서, 임무를 나가는 데빌버스터들에게 고글을 지급해줬었다. 
그 고글은, 클로에가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받은 고글이었기에 더더욱 소중했다. 
그녀는 다른 건 다 바꿔도, 총과 고글은 바꾸지 않고 쭈욱 같은 것을 써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고글도... 클로에의 고글인데? " 
"고글...? " 
"내가 있던 곳은 매우 황폐해서, 미세먼지가 많이 날리거든. 그래서 임무를 나갈 땐 항상 고글을 끼곤 하지... " 
"아하, 사막 같은 곳이었구나... " 
"응... 클로에는, 이 총과 고글만큼은 늘 같은 것을 써 오고 있었지... 나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며... " 

클로에, 이 근처에 있는거지? 

---------- 

"으음...... 어라, 여... 여긴...? " 
"여기는 제 3홈입니다. 제 2홈에서 쓰러져 있던 걸, 구해왔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 
"생존자를 수색하고 나서 타라카를...... 그리고 그 후로 기억이 없어요... " 
"그렇군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 
"클로에 씨는요? 클로에 씨는 어떻게 됐나요? " 
"아직 두 분 다 눈을 뜨지 못하셨어요...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병원의 익숙한 풍경. 
쓰러졌던 후, 다행히 빨리 후송돼서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클로에 씨와 케르베로스는... 
둘은, 여전히 눈을 뜨고 있지 못했다. 

---------- 

"클로에라는 사람은 어땠어? " 
"그 녀석은... 정말 좋은 녀석이었지...... 데빌버스터로서의 자질도 충분했고... 조금 미숙한 부분은 있었지만, 확실히 좋은 녀석이었어. 항상 다른 사람, 동료를 걱정해주는...... " 
"...... " 

그녀는 정말 좋은 인간이었다. 
데빌버스터로서의 자질도 충분했지만, 늘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부분이 좋았다. 
임무를 나가서 악마와 싸울 때도, 민간인에게 피해가 최대한 안 가게끔 노력했다. 
그리고 그녀가 임무를 나가면 늘 하는 일이 있었다. 

-클로에, 왜 그렇게 하는거야? 
-이건 죽은 사람에게 예의를 표하는거야. 죽어서는 좋은 곳에 가고, 성불하라고. 
-그런가... 인간은 복잡하군. 
-이런 곳에, 이런 때에 태어나서... 힘들었겠지... 
-글쎄. 난 잘 모르겠지만, 힘들고 괴롭지만은 않았을 거라 본다. 

그녀는 악마에게 피해를 입고 죽은 민간인에게 항상 묵념을 했다. 
그리고 악마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했다. 
어떨 때는 생존자들을 내 등에 태워서 제 2홈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그 곳에 계속 있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악마들이 공격할테니까. 그게 그녀의 이유였지만. 

"클로에는 좋은 사람이었구나. " 
"응. 좋은 녀석이었지. 좋은 동료였고... " 

클로에의 물건들을 찾으며 반전 세계를 걷다 보니, 클로에의 COMP를 발견했다. 

"이건 뭐 하는 물건이야? " 
"그건 COMP라는거야. 데빌버스터들은 이걸로 악마를 소환해. 손목에 차고 다니기도 하고, 이마에 차는 것도 있어. " 
"그렇구나. 몬스터볼이랑 비슷하네... " 
"COMP가 떨어져 있다면, 분명 클로에도 이 근처에 있을 거야... " 
"응,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야. " 

클로에가 이 근처에 있을 것만 같다. 
손목에 붙어있었던 COMP였으니... 

그녀는 최근, COMP를 바꿨다. 
오랫동안 벼르고 별러, 마커를 모아서 바꾼 것이었다. 
꽤 고가의 물건이었지만, 용량이 커서 동료마를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거기다가 소환한 악마를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도 장비를 바꾸지 못 하고, 다른 것을 사 버린 것이다. 

클로에, 이 바보같은 녀석. 
자기를 위해서도 조금은 돈을 썼으면 좋겠다. 
장비도 좀 좋은 걸로 바꾸고, 늘 묶고 다니는 머리고 예쁘게 자르고. 

---------- 

"케르베로스, 너도 어서 일어나야지. " 

몸은 조금 나아졌다. 
조금 쉰 덕분일까. 어느정도 몸이 개운해진 나는, 클로에 씨와 케르베로스를 만나러 갔다. 

침대에 누워 많은 기기들을 주변에 두르고, 쓰러졌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눈은 떠지지 않았다. 
불러도 듣지 않는다. 
앞발이 차가웠다. 

"아, 병문안을 온 게로군. " 
"스네이크맨...? " 
"케르베로스는... 여전히 일어나지 못 하고 있는 모양이군. 몸은 좀 괜찮은가? " 
"네. 덕분에 조금 나아졌습니다. " 
"그렇군... 다행이네. 하지만 아직 무리는 하지 말게. " 
"알겠습니다. " 

클로에 씨는 그 때의 일로 숨을 거두었다. 
케르베로스, 너도 클로에 씨를 따라가려는거야...? 

---------- 

"클로에! " 

눈앞에 클로에가 보였다. 그녀도 나를 알아봤다. 
곧이어 그녀는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사람들을 알아보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케르베로스! " 
"클로에, 어떻게 된 거야? 한참 찾았잖아! " 
"케르베로스! " 
"다행이다, 둘이 만나게 돼서... " 

드디어 클로에와 만났구나. 
다행이다. 이제 나갈 수 있게 됐어. 

"클로에, 이제 여기서 나가자. 같이 나가서 훈련해야지. " 
"케르베로스... " 

클로에가 머뭇거린다.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모습. 
칼에 베인 듯, 배에 상처가 있었다. 

"!!" 
"어서 상처약을! " 
"아뇨, 이 상처는 그런 걸로 나을 수 없어요... 케르베로스, 미안해. 난 위로 올라갈 수 없어...... " 
"그게 무슨 말이야, 클로에? 어제 먹다 남긴 스낵 줘야지. 응? 올라가서 훈련도 같이 하고, 꽃놀이도 가기로 했잖아. " 
"미안해, 케르베로스...... " 

그녀는 내 목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 클로에... " 
"케르베로스... 난 이제 나갈 수 없어... 난 이미 죽었어... 타라카의 공격을 받았을 때, 난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어... 케르베로스, 넌 여기서 나가... 넌 아직 살 수 있어. " 
"하지만... " 
"케르베로스... " 
"클로에... " 

더 이상 그녀는 나갈 수 없었다. 
타라카의 공격을 받았을 때, 그녀는 이미 죽었다. 
...어째서였을까. 
왜, 그녀는 그럴거란 걸 알면서도 제일 먼저 타라카에게 달려들었던 걸까. 

내 잇자국이 선명한 총을 들고. 
그녀는 타라카를 겨누었지만 늦었다. 
타라카의 칼날이, 그녀의 배를 지났다. 

그리고 쓰러졌던 그녀는... 그 때 숨을 거두었다. 

"어서 가, 케르베로스. 넌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이 곳은, 죽은 자들이 거쳐가는 세계야... 나도 이제,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갈 거야... " 
"함께하기로 했잖아, 클로에... " 
"케르베로스... " 
"...... " 
"미안해, 케르베로스... 약속, 못 지켜서...... "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다, 클로에... 널...... 지키지 못 해서...... " 
"아냐, 케르베로스. 네 잘못이 아냐... 가서 내 몫까지 싸워 줘. 그리고 내 몫까지 살아줘... 사랑해, 내 동료 케르베로스... 그리고 미안해... 약속, 못 지켰네...... " 
"클로에...... "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때는 꼭... 함께 꽃놀이 가자... " 
"응. " 
"안녕, 나중에 보자... " 
"응, 클로에... " 

---------- 

"스네이크맨, 케르베로스가 눈을 떴습니다! " 

눈을 떴다.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여긴... " 
"케르베로스, 정신이 드나? " 
"너... 너는...? " 
"다행이군. 나는 제 3홈의 사령관 스네이크맨이라고 하네. 애석하게도 자네와 함께 싸웠던 클로에는...... "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반전 세계라는 곳에서 만났던 클로에. 
그녀에게서 마지막 인사를 받고 왔으니까... 

며칠 후. 

"몸은 좀 괜찮은가? " 
"네,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이제 임무를 받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 
"그렇군... 참, 자네 아직 동료마가 없다고 했었지? 당분간은 클로에의 케르베로스와 함께 하게나. " 
"알겠습니다. " 

나의 새 주인이 된 녀석은, 예전에 제 2홈에서 클로에와 함께 했던 녀석이었다. 

"잘 부탁해, 케르베로스. 난 아프로틴이야. "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 녀석에게서, 클로에의 모습이 보인 것 같았다.
블랙홀군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2 댓글

마드리갈

2020-01-15 12:50:13

힘이 없다는 게 죄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그대로 성립하는 건가요...

게다가, 포켓몬 세계관에는 꽤 잔혹한 면모도 드러나네요. 송화산에서 죽은 포켓몬의 영혼이 반전 세계를 거쳐간다느니, 사망자와 생존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갑자기 숙연해지네요.


게다가, 인간은 물론이고 포켓몬도 인격이 있으니까, 같이 의지해 온 상대의 상실은 큰 상처로 남겠죠...

SiteOwner

2020-03-28 22:37:51

아직은 입증된 경험자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만일 사후세계라는 것이 실재한다면, 이렇게 묘사된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만감이 겹칩니다.

포켓몬의 세계도 꽤나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마냥 즐겁고 재미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이미지와의 격차가 꽤 크다 보니 놀라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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