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독일어 Finnlandisierung의 역어로, 핀란드 내에서 반소적인 분위기를 자기검열하는 태도를 서독 언론이 표현한 것입니다. 이것은 인접 강대국에 대한 약소국의 처세를 상징하는 말로서, 썩 좋은 함의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보이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실제로 1947년 파리 조약에서 핀란드와 소련이 강화조약을 체결한 후 핀란드는 민주주의와 의회주의 시스템을 지켜내지만 소련의 짙은 그늘 아래에 있게 되어서 소련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거나 적극적인 친소성향을 보이게 되었다가, 소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그런 것들이 해소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이러한 핀란드화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 몇 가지 징조가 보이는데,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사대적 의식.
다른 하나는 북한에의 성역화.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는 중국 관련을 이야기할 때 이상할 정도로 중국을 편드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중국의 인명지명을 중국식으로 읽는 것부터 시작해서, 파주 적군묘지의 중공군 유해의 중국 송환, 서울 시내의 백화점, 화장품 판매채널, 카드사 등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편애 등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혐오 수준의 저주성 발언을 잘 쏟아내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면 중국인들이 번역해서 혐한 감정을 퍼뜨린다고 자기검열을 하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동북공정이나 Colorful China 같은 한국사 말살의 성격이 짙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별로 없습니다. 자주, 민주, 진보 등을 주장하는 이들은 제주 해군기지는 중국을 자극하기에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자주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감싸고 도는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뭐랄까, 북한을 비판하면 극우이고 북한을 찬양하거나 호의적으로 봐야 깨어 있는 지식인 등으로 보는 풍조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약탈로 연명하는 반문명적인 폭압체제나 각종 조작으로 점철된 개인숭배에 지독한 차별을 전제한 각종 억압도구 등이 만연한 인류 최악의 집단인 북한이 어떻게 그렇게 성역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체제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 죽어간 사람들을 매도하고 극우 어쩌고로 비난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중국에 대해서 사대적이고 북한에 대해 성역화하는 기조를 대체 뭐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것 또한 핀란드화의 한국적 변용인 것일까요.
대체 언제까지 중국에 사대하고, 북한의 눈치를 보는, 주권국가답지 못한 짓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그 자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해야지 특정국가의 눈치를 보거나 반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이성적인 사고가 마비되어 버리는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한국 외교의 입지는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무역으로 국부를 창출하는 한국의 경제구조상 중국과 북한에의 좌고우면은 우리의 미래를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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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5-06-20 00:40:00
외국 눈치를 너무 보는지도 모르겠어요. 중국에 대해서는 말이죠.
(북한에 대해서는 감싸고 돈단 거 자체가 이해가 안 되니까요.)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를 최우선으로 두어야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건가 싶어요.
물론 다른 나라가 필요하죠, 우리나라가 외국과 무역을 하거나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선. 근데 그게 우리나라가 乙의 입장에 있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문제가 되는 게 당연하죠. 실수를 하는건지, 아니면 일부러인건지... 대체 모르겠어요.
북한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더 이상 없어요. 북한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는 금방 알 수 있고, 그러니 감쌀 필요도 없는데, 우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가장 이상해요.
SiteOwner
2015-06-21 21:38:56
이런 생각까지 들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중국에의 사대를 당연하게 여기는 모종의 물질이라도 삽입되어서 그러는 것인지.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잘도 비판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게 태도를 바꾸니 그게 문제입니다. 심지어는 중국의 티베트 지배를 찬성하고 찬양하기까지 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적의 적은 친구라는 그러한 일상이론을 믿는 것인지...
말씀하신 대로 외국과의 관계는 필요하지만, 우리가 자주적이고 당당한 입장에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주적이고 당당한 입장을 버리면 그 끝은 절대 좋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