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 도장에 다닐 때 쓴 수필(?)입니다.
지금은 도장도 없어졌고 저는 2단 단증까지 따고 그만 뒀습니다...
다들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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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도장 아이들을 바라보는 청띠의 마음
청띠인 작가가 천방지축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장난기 100% 일상을 쓴 글입니다. 천방지축 아이들의 합기도 도장 생활을 한 번 지켜보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었으면 합니다.
작가 겸 잉여 겸 사람 블랙홀군 (그때는 본명을 썼었지만...)
<Prologue>
아이들은 이제나 저제나 축구만 하고 있다. 그 때, 관장님이 시간이 됐다고 정렬을 하라고 하셨다. 그러자 희태는 "끝나고 축구 할게요, 네?"라고 관장님께 말했다. 하지만 "안 돼."라는 관장님의 말씀에 희태는 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섰다. 자리에 서있던 나는 문득 재밌게 놀다보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끝나고 그냥 가기 아쉬웠는지 와리가리를 하고 갔다. (그때나 그만두기 전에나 애들은 끝나고 그냥 가는 법이 없었다) 우리 도장 식구들은 정렬 전에나 운동이 끝나면 거의 축구를 한다. 아무래도 도장 식구들이 대개가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나때만 해도 여자들은 합기도 잘 안했다)
도장 식구들은 매일 가보면 축구를 한다. 내가 7시부만 나가서 그런지 다른 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도장은 애들 두 명과 공만 있어도 축구를 하고 놀 정도다. 내가 초록띠였을때부터 쭉 축구를 해오다 못해 이제는 아예 기존 축구를 개조해서, 한명이 골키퍼가 돼고 다른 사람들은 줄을 서서 공을 차는 식의 축구를 하곤 했다.
나는 그당시만 해도 운동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때문에 구경하는 게 일이었다. 겨울에는 난롯가에서, 여름에는 시원한 창가에서 구경하고 있노라면 같이 뒤지 않아도 들뜨게 된다.
<1>
어느날, 한참 축구를 하던 아이들도 보던 나도 동시에 비명을 질렀던 일이 있었다. 누가 찬 공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이 형광등을 깨뜨린 것이다. '헐'과 이거 어떡하지로 인해 얼음이 된 분위기속에서 화살은 보경(이름은 이래도 남자입니다)이이게 돌아갔고. 보경이는 억울한지 발끈했다. 관장님은 뜀틀을 딛고 올라서 형광등을 교체하고, 칼로 공의 바람을 빼셨다. 픽, 하고 공의 바람이 빠질 때마다 다들 풀이 죽어가는 게 안쓰러웠던지, 관장님은 바람 빠진 공을 주시면서 "옛다, 와리가리나 해라."라고 하셨다. 관장님께서 주신 공을 누군가가 받았는지,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다들 다시 싱글벙글해져서는 운동 할 시간이 됐다고 정렬(보통은 2~3줄로 서는데, 운동을 하려고 대형을 맞추는 것을 뜻함)을 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 2002년 월드컵이 있었고, 월드컵 동안 아이들은 축구 광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솔민이네 어머니가 찾아와 관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돌아간 날, 그 날 이후로 솔민이는 도장에 영원히 나오지 않았다. 그때는 친하지 않아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학원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우리들의 축구 포에버 정신은 계속됐다. 솔민이의 빈자리는 다른 누가 와서 채운 것도 아니고, 그냥 있는 그대로에서 한 명이 빠진 대로 여전히 아이들은 운동 전이나 끝나고 축구를 했고, 한참 축구를 하다가 관장님의 "정렬!"소리를 들으면 아쉬운 눈치였다. 운동보다 노는 것 좋아하는 나이인데, 누가 말리리오.
<2>
도장에는 2개월에 한 번씩 심사라고 해서,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배웠는지 평가를 받는 날이 있었다. (이때는 보통 토요일에 심사를 봤다) 사실은 나도 동생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동생은 나보다 1년 먼저 다녔었다) 심사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징후는 딱 하나다. 관장님께서 평소보다 운동을 엄하게 시키신다는 것.
심사를 볼 때는 학부모님들도 오시고, 가끔은 심사가 끝나고 모여서 먹을 것도 같이 먹곤 했다. 제일 인상깊었던건...역시 짜장면? 예나 지금이나 나는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먹는 걸 제일 좋아했기 때문에 이때가 제일 즐거웠다.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심사가 끝난 다음에 도장에 나오면 새 띠를 받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그 각오는 3초밖에 지속이 안됐던 철없던 나였지만)
<3>
그리고 1년이 흘러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됬을 때, 신참 하나가 들어왔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한가지 확실한건 '나를 능가하는 울보였다'는 것이다. (초딩때만 해도 내 별명은 울보였다...지금은 아니지만) 한번은 앞구르기를 하다 울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혀를 깨물었다는 것... 아픈건 알겠는데 그게 울 일인지 의문이다. 또 한번은, 도장에 나보다 한 살 위인 형이 하나 있었는데 (나보다 띠도 높았지만 웬지 버벅댔다) 그 형이 놀렸다는 이유로 정렬도 안하고 준비운동 하는 내내 꺼이꺼이 울고 있더란다.
그 신참이 문구점에서 오락을 하느라 매일 늦게 와서 관장님이 하루는 그 문제로 애들하고 토론을 했던 적이 있었다. 결론은 일주일동안 감시하는 쪽으로 났지만. 그 신참, 지금은 잘 있으려나...
<4>
도장에 나와 동갑인 친구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장난기가 다분한 성격이었다. 그때 도장에는 유치원생인가, 초 1쯤 돼 보이는 꼬맹이 하나가 다니고 있었는데, 그 친구녀석은 매일 그 꼬맹이한테 장난치다가 울려서 관장님께 혼나지 않으려고 어르고 달래곤 했다. 어떤 날은 달래는 데 성공해서(?) 안 혼나고 넘어가는 날도 있었지만, 보통은 혼나기 일수였다.
그때나 관두기 전이나 도장에는 꼬맹이들이 몇 명 있었다. 그때만 해도 관장님과 사부님 다음으로 내가 제일 연장자였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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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가 상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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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mission>
예전...그러니까 나 초딩때, 그때와 달리 도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작가는 만년 1단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 여러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그리고 작가의 경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일본어를 독학함과 동시에 포켓몬에 빠져버려서 중학교 생활 내내 날라리들이 놀리고 다녔던 기억이... ㄱ-
초딩대와 달리 중딩시절에는 사부님이 우리들을 가르치고, 관장님은 가끔 나와서 이녀석들 잘 하고 있나 보곤 하셨다. 그때 사부님이셨던 분들 지금은 뭐 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준형이형, 윤호형, 대호형, 그리고 정일이형. (정일이형은 그때 나랑 8살차이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극구 부정하셨던 분이지 아마...)
<1>
중학생때는 5시부를 주로 나갔다. 5시부는 이상하게 처음에는 미약하나 끝에 인구가 불어나는 부...라고 해도 될만큼 늦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루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들어와서 관장님께 인사를 하더니 익숙하다는 듯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소개할 때 알고보니 이름은 상민, 나보다 두 살 형이었다. 그때 내가 갓 중딩이 됐을때니 그 형은 중3이지...
신참과 더불에 내가 떠나보냈던 친구들도 있었다. 초등학교가 달랐지만 중학교를 같이 들어간다고 좋아했던 찬미라는 친구. 연락이 끊긴지 좀 오래돼서 지금은 뭐 하고 지내는지도 모르겠다. 찬미와는... 내가 도장에 좀 나오라고 너무 찔렀던 탓에 절교하게 됬다. 나중에 마주치게 된다면 아마...서로 못 알아보겠지.
<2>
새로 또 신참이 들어왔다. 그런데 얼굴이 낯이 익다. 게다가 이름을 듣는 순간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종훈이는 매일 운동이 끝나면 혼자 그 날 배운 걸 연습하곤 해서, 내가 장난스레 '혼자 노는 애'라고 불렀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명 붙이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그때는 나보다 작았지만 지금은...모르겠다;; 남자애들이 워낙 폭풍성장이잖아...
또 하나의 신참인 다원이라는 애는 주원이의 친동생이다. 그런데 어쩌면 같은 형재인데 성격이 이렇게 정 반대인지 모를 정도. 형은 포악한(?) 반면 다원이는 얌전하고 말도 잘 들었다.
<3>
사부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맨날 날 놀린 것 밖에 없다. 쳇. 가장 어린 사부님이 나보다 4살 위였다. 그리고 5살, 6살... 그때는 나보다 3살 위면 아저씨라고 부르는 버릇이 있어서, 6살 위였던 형은 아저씨라고 불리곤 했었다. (지금은 형이라고 부른다)
준형이형이 수업을 맡는다, 그러면 우리는 체력 쭉 빠질 각오를 해야 했다. 금요일에 준형이형이다, 그러면 주말에 퍼자라는 신의 계시였을 정도로 빡세게 시킨다. (푸쉬업이라든가...) 그렇다고 빡세게만 시키지도 않고, 가끔은 재밌는 얘기도 해주곤 했다.
그리고 준형이형이 가르치는 날은 유단자이면서도 꼭 뒤로 빼는 녀석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까불이 초글링 하나. (내가 그때 중 2였으니...두살 아래면 초글링) 원래 유단자도 단이 높은 사람이 맨 앞에 서야 했지만, 그 까불이에게 준형이형은 거의 쥐약이었을 정도. 평소에는 앞에서 까불다가도 준형이형이 수업한다, 그러면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끌려간 적도 있다.
윤호형은 관장님 친아들이다. 가르칠 때는 재밌게 가르치시고 준형이형처럼 빡세지도, 대호형처럼 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5시부 나갈대는 항상 성수동 패밀리를 데리러 가야 했기때문에... 난 윤호형의 가르침을 별로 받은 적이 없다...
대호형은 정말 엄하게 시키는 형이다. 농담을 이해를 못하는건지, 운동할때는 그냥 무표정 아저씨... 구령 넣을때는 목소리가 컸다. (그 형 특유의 목소리는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다) 쉴 때는 몸을 풀거나, 가끔은 애들하고 수다도 떨곤 했다. 집 안에만 있었는지, 아니면 원래 하얀건지 피부는 우유 뺨치게 하얗더만... 형, 부러워요...
<4>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난 할 말은 꼭 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할 말 안할 말을 구분을 못 하는 것, 좋게 말하면 명확한 것(?). 하루는 같이 운동하는 오빠가 너무 나한테만 뭐라고 하길래, 운동이 끝나고 나서 "왜 나한테만 그래!"라고 소리를 빽 질렀다.
지금도 나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아닌 게 있으면 이건 아니라고 집어서 말하는 성격이다. 난 절대 쪼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러번 쪼면 피해버리면 그만이기때문에, 나는 한 번 집어 말하면서 강하게 박아버린다. 그렇게 하면 피하지 못 하는 건 기본이오, 데미지가 상당하다. 나도 이러다가 독설가 될 기세...
<5>
우리 도장은 겨울에 석유 난로를 틀어놓곤 했다만, 난로와 상관없이 겨울에 바닥이 상당히 찼다. 그래서 보통은 양말을 신지만 난 양말 신으면 미끄러워서 불편하기때문에 맨발로 운동했다. 근데 이것들은 양말을 신었으면서 왜 엄살인거냐.
겨울에는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옹기종기 모여서 난로에서 발을 데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다 돼서 정렬을 해야 했는데, 그날따라 아쉬워 하는 표정들이 안쓰러웠는지 관장님께서는 5분만 더 쉬자고 하셨다.
여름에는 문쪽에 큰 선풍기를 갔다놓고 틀어주는데, 이게 바람이 오는 데가 있고 안 오는 데가 있다. 하지만 정렬할때는 띠 순서이기때문에 바람이 오고 안 오고는 그저 본인 팔자지요.
하루는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먹자, 하고 유단자 몇 명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끼리 모아서 노래자랑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때 나는 정말, 리터럴리 J-pop 매니아(지금은 가요도 몇 개 듣는다만 여전히 듣는 노래는 J-pop이 더 많다)였다. 그래서 "저 일본 노래밖에 모르는데 괜찮아요?"라고 했더니, 관장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셔서 불렀었다.
그 이후로 고등학생때는 학교 친구들하고 노래방에 간 기억이 없었다. 그 정도로 친한 친구도 없었을뿐더러 다들 가요 부르는데 일본어 불러봐라... 은근히 눈치보인다, 그거.
<6>
같이 도장에 다니던 형제 중에, 형이 나보다 두 살 아래였던 형제가 있다. 승민이, 승훈이 형제인데 형인 승훈이는 동생과 중딩 시절을 거의 같이 보냈었다. 하루는 승민이가 몸을 벅벅 긁어서 도장 바닥에 피가 묻었던 적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승민이는 벅벅 긁으면서 집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승민이는 관장님께서 끝나고 줄넘기 하고 가라고 지령을 내렸던 (그때 나도 그 지령을 받았음) 녀석인데, 승훈이는 빼빼말라서 업어치기 하기도 좀 안쓰러웠다. (호신술 할 때는 키가 맞는 애들끼리 세워서 하게 한다)
<7>
하루는 운동이 끝나고 집에서 산화중이었는데 밖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나가봤더니 아는 동생이었는데, 도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이 창 밖으로 넘어갔다고. 그 공 결국엔 못 찾았다.
<8>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모님 (관장님 부인)이 오셔서 운동이 끝나고 떡볶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몇 분 더 왔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그때 먹었던 떡볶이는 맛있었는데 왜 지금은 떡볶이를 전혀 못 먹는건지 참... (떡볶이 뿐 아니라 매운 걸 전혀 못먹음)
사모님은 운동 끝나고 남아서 줄넘기 하다보면 자주 뵐 수 있었다. 하루는 남아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데 감자를 삶아서 가져오셨다. 물론 그때 난 줄넘기를 하고 있었기때문에 거절했지만 사실 필자는 감자 킬러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감자로 만든 요리를 좋아한다. 감자튀김, 감자칩, 웨지포테이토(웨지감자), 찐감자, 통감자구이, 감자샐러드...
하루는 도장에 간만에 의란이가 놀러왔었다. (여담이지만 난 동생이 하도 알란이 알란이 그래서 본명이 알란이인 줄 알았음) 그때 도장에 나왔던 애들 중 의란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관둔지 좀 오래돼서... (쭉 다녔으면 아마 3단까지 땄을듯) 하지만 지금 도장에 다니는 1단 이하들에게는 하늘같은 대선배급. 대학교에 비유하자면 신입생과 간만에 돌아온 복학생 정도랄까.
그날도 사모님이 오셨는데 오실 때 수박을 가져오셨다. 그리고 운동이 끝나고 와글와글 모여서 수박을 먹었다. 의란이도 같이 먹었고 그 후 몇일 복귀했다가 다시 그만두셨는지 어떻게 됬는지 잘 모르겠다. 흠흠 그때는 되게 맛있게 먹었지만 사실 필자는 수박을 싫어한다. 이유인 즉슨 먹기 귀찮아서... (씨 빼먹기 귀찮아서 싫어한다. 그렇다고 씨를 삼키는건 더 못한다)
<9>
성수동 패밀리는 쌍둥이 형 두명과 동생들인데, 항상 수업 도중에 윤호형이 데리러 갔다. 성수동 패밀리 중에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이분들은 나에 비하면 정말 대선배님이시다. (3단 이상은 띠가 한자로 나왔던 시절이라 단도 몰랐다) 나는 바닥에서 뽈뽈대는 반면 그분들은 이미 축지법을 깨치셨는지 훨훨 날아다녔던... 형들이야 지금쯤 아마 군대에 계시거나 복학하셨겠지, 나보다 2살 위시니까.
그리고 쌍둥이 형제의 여동생 효진이는 그때 나와 더불어 정말 드문 여자였다. 그래서 내가 맡아서 가르치곤 했는데 맹랑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효진이랑 친한 듯.
<10>
지금 고3인 동생녀석 중에, 현진이라는 애가 있었다. 가끔 우리 집에도 놀러오곤 했는데 지금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
도장에 해동검도를 배우는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머리가 단단해서 내가 '석두'라고 부르던 녀석이었다. 하루는 석두가 벌을 받느라고 엎드려 있었는데 (엎드려 뻗쳐라고 하면 아실듯), 현진이가 장난치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가 관장님께 엄청 혼났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눈물 많이 뺐지만... 원래 눈물이 많은 녀석인듯.
한명 더 있었던 현재 고3인 동생녀석이 바로 동균이다. 난 지구상에 그렇게 그렇게 까불거리는 녀석은 처음이었지만 준형이형만 있으면 그 까불까불 정신도 잠깐 달아나시는 듯.
<11>
우리 도장은 남자에 비해 여자가 아주 드물다. 덕분에 도장에 여자 신참이 들어오면 누구든 상관없이 내가 가르쳤었다. 도장에 처음 여자 신참이 발 디디면 놀라 자빠지는 게, 자기가 다니는 부에 여자가 본인 하나라는 것이다. (혹은 나까지 둘) 덕분에 난 여자라서 행복했지만..
<12>
준비운동을 하는데, 대호형이 하루는 다리를 풀어준 지 1~3초가 지나서 똑같은 동작을 또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 한 용자가 말했다. "그거 아까 했어요." 형, 지못미요.
<13>
도장에서 제일 귀여움을 받았던 꼬맹이가 영종이 다음으로 또 있었는데, 헌모랑 성모 형제다. 가끔 너무 떠들어서 혼나기도 하지만, 사부님은 물론 도장의 모든 원생들과 같이 놀곤 했었다.
<14>
우석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나보다 두 살 아래였다. (키가 비슷해서 같이 호신술을 종종 했다) 하루는 운동을 하고 나서 쉬고 있는데, 우석이가 뜬금없이 안경을 벗어보라고 했다. 그때 난 거절했지만. (안경을 벗으면 이상한건 둘재치고 내가 안보여) 그리고 나서 하루는 안경이 너무 더러워서 옷으로 닦고 있는데, 접때 그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야, 넌 이 때 (안경 벗은 거) 안 보고 뭐했냐? "라고 물었더니 그걸 생각 못 했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하루는 이녀석하고 호신술을 하는데, 너무 약하게 해서 동생한테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동생 왈, "형 집에서는 되게 센데?" 응? 그럼 나한테는 왜 이렇게 약하게 했던거...? 내가 셌던 것도 아니고, 일부러 약하게 하는 게 느껴졌었다.
<15>
초 6때무터 도장에서 매년 연무대회를 나갔었는데, 나갈대마다 우리는 메달을 꼭 하나씩 따 오곤 했었다. 처음으로 연무대회를 나갔을때는 동대부여고(당시 이름은 명성여고)에 가서 했는데, 우리 도장은 연무대회에 나갈때마다 꼭 순서가 뒤쪽이어서 도착하자마자 연습을 했다. 연무대회는 일요일에 해서 학교에 사람은 얼마 없었다. 그날 대회가 끝나고 도장에 도착해서 옹기종기 짜장면을 먹었었다.
두번째 연무대회는 자양고에서 했었는데, 이때는 겨울이라 무지 추웠다. 하루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누가 어묵을 사왔다. 그래서 나도 먹으려고 가져갔는데 한 형이 말하기를, "입 대고 먹지 마라." 이때는 그냥 먹었지만 지금 성격이었으면 아마 젓가락 집어 던졌을걸. 난 몰라, 손으로 먹으라고 하지.
이날은 끝나고 도장에 왔는데 분위기를 잡아서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장 밑에 있는 김밥천국에 가서 밥을 먹고 해산했다. 아무래도 그냥 있으면 애들이 떠들면서 내려가다가 다칠까봐 일부러 분위기를 잡았던 듯...
세번째 연무대회는 광진구청에서 했다. 이때는 딱히 기억이 없다... 웬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미싱링크인 듯.
*미싱 링크=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에 있었던 종인데 지금은 멸종한 것. 예=시조새
<16>
중 3때, 도장에 신참이 하나 들어왔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시은이라는 신참. 처음 만나서 악수하는데 남자답지 않게 손이 나긋나긋한게 마음에 들었다만,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닥치라고 하셨던 신참.
<17>
우리 도장 사람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서. 나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겠는데, 이름이 준영이라는 건 기억난다. 2단 심사를(그리고 동생놈은 3단 심사) 보러 갔을 때 나랑 파트너였는데 심사라 긴장했는지 약간 버벅대셨던...
<Epilogue>
2단 심사를 보고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난 이화미디어고에 합격해 고등학생이 됐고, 고등학생이라면 한번쯤 해 본다는 야자를 신청하게 됐고(학원을 안 다녔기때문에 야자는 꼭 해야 했다), 내 핸드폰이 처음으로 생겼다. (물론 지금은 바꾼거지만)
야자가 있는 주가 그 주 목요일이어서, 난 야자를 하지 않는 동안엔 도장에 나가면서 전날에 말씀드릴 참이었는데... 엄마의 "오늘부터 도장에 나가지 말라"는 말은 청천벽력 같았다. 사실 도장에 다니는 동안엔 빠지고 싶은 날도 있었기때문에 시원할 것 같았는데 시원함도 잠시뿐, 섭섭함이 밀려왔다.
결국 난 도장 식구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도장을 떠나야 했다.
...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 난 대학생이 됬다. 대학생이 된이후로 동방에서 살다시피 하며 매일 늦게 들어가곤 했다.
하루는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던 중딩들과 마주쳤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같이 도장에서 운동하던, 아는 동생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머리 모양, 색깔이 바껴버려서 그 아이들에게는 전공서적에 써 있는 내 이름만이 나를 말해주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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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사실 합기도 도장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 가끔 글을 씁니다.
거기에서 제가 쓴 글을 보고 사부가 글을 올리고, 저는 또 간만에 들어갔다가 그 글을 보고...
그렇게 해서 사부 중 한 명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 사부 동생도 사부였는데, 동생 사부는 결혼해서 얼마 전에 애 돌잔치까지 했나보더라고요..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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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본 여행기 - 3일차| 스틸이미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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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2 | 61 |
2 댓글
마드리갈
2018-08-17 23:31:05
도장 등을 다녀본 경험은 없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가 그려지네요.
그리고 이렇게 도장에서 쌓였던 소소한 일들의 기억, 좋네요. 저에게는 이런 기억보다는, 지금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학교에서의 나날들 대신, 언제나 저를 따뜻하게 지켜보고 믿어주는 오빠, 그리고 저를 그 자체로 좋아해 주던 개 등의 기억을 먼저 떠올려 보고 그러니...
읽다가 갑자기 울컥했어요.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래요.
SiteOwner
2019-07-10 23:59:02
많은 것이 느껴지면서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추억을 되새겨보고 수필로 쓸 수 있는 것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인연이 또 이어지는 게 좋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그런 기억의 토대가 별로 많지 않고,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간 사람이 많은지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