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한이 경기도 연천군에 중기관총과 직사포를 쏘았다길래, 지난해에 썼던 글인 북한 포격도발에서 북한이 잃은 것 제하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저런 행동을 해봤자 북한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고, 게다가 이번 기회로 상황을 반전할 기회도 완전히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저지르는 이유는 명백히 있습니다. 어차피 이걸로 이득을 못 얻을 바에는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자는 것입니다. 속담으로 표현하면, 어차피 먹지도 못할 감이니까 남도 먹지 못하게 찔러놓고 보자는 못된 심뽀임에 다름없습니다.
왜 하필이면 중기관총과 직사포를, 조준사격하지 않고 위협사격 수준으로 발사했을까요?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실은 고의적이지만 겉보기에 우발적으로 쏘았다는 명분만들기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수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차피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는 애초에 갖다버린 북한으로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만 최소한 대한민국의 속을 뒤집어 놓을 수는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행태를 직간접적으로 옹호해 온 종북세력들이 잘 구사하는 것이, 북한이 뭔가 저지르면 우발적이니 군부의 독단이니 하면서 김일성 일가에의 책임을 면제해 주려고 애써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 하지만 역사는 전쟁의 시작이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발단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우발적이든 고의적이든 누가 저질렀든 그게 중요한 것이 전혀 아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은 이전의 연평도 포격도발같이 하면 비난을 피할 수 없을테니 우발적인 것으로 보이게 해서 종북세력들에게 대한민국 국론분열을 주도하라고 지령을 내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내놓은 입장표명은 48시간 내에 확성기를 철거하라는 것인데, 이것은 사안의 본질을 북한의 불법도발 대 정당한 대응이 아닌 전쟁 대 반전쟁 구도로 만드려는 왜곡입니다. 이런 왜곡에 세계가 많이 낚여서 한국의 평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글쎄요. 과거의 냉전시대 같으면 또 모르겠지만 요즘에도 그렇게 북한의 얄팍한 수에 속아줄 나라가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인데다, 설령 있다 한들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무슨 힘을 쓸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게다가 한가지 더. 북한이 그렇게 대남테러를 해 왔어도 한국의 위상이 떨어지지는 않고 계속 성장해 왔습니다.
(수정 - 로켓포탄이 아니라 중기관총 및 직사포임이 밝혀져서 그에 맞추어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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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스타플래티나
2015-08-20 23:49:53
이제 북한도 남한과 싸워봤자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게 뻔하니 그냥 찔러나 보려는 듯합니다. 박물관 무기에 2차대전에서나 볼만한 복엽기, 그리고 경운기를 장비로 쓸 정도면 말 다했죠.
확성기 관련해서도, 80년대까지만 해도 비동맹국에서 나름 잘 나가는 나라였기에 북한의 주장이 먹혀들어갈 곳이 있었지만, 지금이야 북한의 지옥도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으니...
SiteOwner
2015-08-21 00:00:47
북한이 하는 짓은, 비유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자가 어디선가 데려온 어린아이를 대동하고 결혼식장에 난입하면서 "숨겨둔 아이는 어떡하느냐!!" 외치는 꼴. 그걸 한다고 해서 금전적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현장에서 잡혀서 봉변을 당하고 소송을 당하는 등의 엄청난 불이익이 뻔히 있음에도 단지 결혼식을 올리는 남녀와 하객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상처를 주기 위해서 그런 짓을 서슴치 않는 자나 북한의 포격도발이나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사실 그 북한의 비동맹주의 세력 내에서의 입지도 실상은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보다 결국 양국 모두에게 내쳐지고 마는 등거리외교의 비참한 꼴임을 생각해 볼 때 실속은 없었습니다.
대왕고래
2015-08-21 11:32:36
동생이 휴가를 나와있습니다. 오늘 복귀고, 이 사건은 어제부터 일어났죠.
어제 동생이 전화를 해보니 바로 복귀할 필요는 없다고 하길래 그렇게까지 큰일은 벌어지지 않은건가...싶었는데, 오늘 아직까지 안 끝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동생은 며칠 뒤 전역인데 이렇게 일이 터지니까 화가 난 거 같고, 연평도 도발때 말년이었던 사람들도 그 사건 때문에 전역이 미뤄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니 그래서 더 화가 난 거 같네요.
아무튼 이래저래 민폐죠.
PS. 동생에게 듣기로는 (그러니까 동생이 군에서 듣고 오기로는) 북한 장비가 그렇게 조준율이 꽝인 놈들밖에 없대요. 동생이 듣고 온 걸 제가 듣고 와서 리플에 올렸으니 정확도는 떨어지는 정보겠습니다만, 아무튼 쟤네들이 그런 포를 쏜 이유는 저런 효과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거말고는 쏠 게 없으니까"일지도 모르겠어요. 북한답다고 해야하나...
SiteOwner
2015-08-21 21:25:22
정말 근심이 많겠습니다. 특히 복무기간중에 제1연평해전이 발발했던 터라 대왕고래님께서 느끼는 기분이 이해됩니다. 큰 일이 안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북한의 군장비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물상도 이것보다는 나을 수준.
컴퓨터로 제어되는 사통장치 같은 것은 기대도 못하는데다, 수십년 전, 심지어는 반세기를 우습게 넘을 정도로 오래된 목측과 수동조작에 의존하는 물건이 많은데다 그것들조차도 노후도가 심각한 것 투성이입니다. 그러니 답이 없는 레벨...
하루유키
2015-08-21 13:15:45
어떻게보면 잃을게 너무 많기 때문에 아무 것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냥 미친짓을 받아주는 남한과 반대로 아무 것도 잃을게 없기 때문에 그만큼 막가파로 행동할 수 있는 북한의 신경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SiteOwner
2015-08-21 21:30:39
그렇습니다. 북한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사고방식을 보면, 오늘만 사니까 물불 안가리겠다는 시정잡배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언행이라는 게 입을 열면 더러운 욕지거리에 몸을 움직이면 무력도발...
그런데 오늘만 산다고 저러다가 정말 그게 실현되는 수가 있습니다. 1976년의 도끼만행사건에 북한이 완전히 갈려나갈 뻔했는데, 2015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주 화요일이 8월 18일이었지요.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한 날. 그때 죽을뻔한 경험에서 아무것도 못 배운 것 같군요, 북한은.
안샤르베인
2015-08-21 23:38:04
직장이 이런 뉴스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곳이라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언제쯤 너죽고 나죽자 식의 도발을 멈출지...
SiteOwner
2015-08-21 23:46:52
북한 독재정권에 몸담은 자들의 심성은 인간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가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습니다.
얻는 것은 없고 도리어 손해만 잔뜩 나지만 대한민국이 잘되는 꼴은 볼 수 없으니 어떻게든지 방해를 놓고 말겠다는 저런 더러운 심성은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정말 그들이 모두 죽어 버려야 조용해질 것인지...
북한은 현재 멋대로 최후통첩이랍시고 헛소리를 늘어놓은 상태. 그래서 지금이 폭풍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