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럭셔리 패션뷰티 브랜드인 샤넬이 인천공항 구내의 면세점에서 모두 퇴출당했다고 하네요. 그 이유인즉, 인천공항의 각 면세점 운영업체들에게 30평 이상의 대규모 화장품 단독매장을 달라고 요구했고, 해당 면세점 운영기업인 롯데면세점, 호텔신라 및 삼익악기 측과의 합의가 결렬되어서 샤넬 매장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해요.
해당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보통 백화점 1층에는 샤넬을 위시한 고급 패션브랜드가 대규모의 매장을 갖추고 있어요.
어차피 백화점이 타겟으로 설정한 고객들은 부유층이고, 그러한 럭셔리 패션아이템은 백화점 고객유치 및 매출확대에 크게 기여하니까 단독매장을 점유할 자격이 되는 거겠죠.
그런데 공항의 경우는 어떨까요? 백화점과는 좀 다른 점이 있어요.
물론 국제항공교통이 비싼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해외여행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요. 하지만 해외여행상품이 가격이 많이 낮아지고 홈쇼핑에서도 광고될 정도로 대중화가 급속하게 이행되고 있어요. 그래서 공항 내의 점포는 백화점에서보다는 생각해야 할 고객층이 훨씬 다양화되기 마련이죠.
또 한가지. 면세점은 공항 출국장 쪽에 설치되어 있어요.
이것의 이유는 간단해요. 국외에서 사용할 것을 전제로 구입하는 물품에 내국세를 부과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게 화장품 같은 소모품이면 그나마 나은데 액세서리같이 계속 사용가능한 물건이라면 여행중에 계속 휴대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겨요. 그렇다 보니 어쩌다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생길 때 면세점에서 핸드백 같은 것들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국내로 갖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한데 사실 구입가가 저렴한 이외에는 여행중에 계속 짐이 되니까 불편하기 짝이 없어서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예요.
그렇다면 샤넬의 화장품 단독매장 요구는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또 그게 아니라는 게 문제.
이미 부유한 사람들이라면 굳이 공항 면세점이 아니라도 백화점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화장품 몇 가지를 위해서 해외여행을 한다는 건 본말전도니까 가능한 선택지일 수가 없어요. 그리고 부유하다고 할지라도 모두 샤넬의 상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샤넬의 제품은 여성용 화장품 및 패션아이템에 치중해 있으니 이미 성별로 고객층이 특정되어 버리기 쉬워요.
그리고 화장품이 핸드백 같은 것보다 확실히 가격이 낮기는 하지만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은데다 샤넬 제품에 대한 선호가 더욱 낮거나 없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리고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샤넬은 패션뷰티 관련에서 정상급의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 브랜드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친 나머지 그 브랜드 가치를 주장할 줄만 알았지 타겟으로 하는 시장을 보는 눈은 정상급이 아닌 듯해요. 그렇다 보니 결론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전면퇴출...
프랑스의 국방장관이었던 앙드레 마지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프랑스의 대독 국경방어시설이었던 마지노선이 항공기의 발달 및 지상군의 우회침공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아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아무 쓸모없는 콘크리트 덩어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프랑스는 독일의 침공 6주만에 항복하는 굴욕을 당했어요. 상황과 상대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결과는 이렇게 참혹했어요.
샤넬의 경우도 이와 다를 것은 별로 없어 보이네요.
그리고 브랜드가치라는 것도 고객이 있고 나서의 문제라는 게 선명히 보여요. 시장을 형성할 수 없다면 이미 전제부터가 틀린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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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안샤르베인
2015-09-11 23:14:42
협력을 생각하지 않고 콧대만 높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받을 수 있었네요.
과거의 영광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마드리갈
2015-09-11 23:29:18
사실 지금의 쟁쟁한 브랜드들이 그냥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죠.
이를테면 1955년 2월에 선보여서 오늘날 샤넬 하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간판상품인 2.55 핸드백은 긴 체인을 달아서 어깨에 맬 수 있는 혁신, 그리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 등의 요소를 담았어요. 그리고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강남 등지에서는 자주 보인다고 3초백이라 불리는 핸드백 중의 하나가 되어 있어요. 게다가 루이비통 같은 경우는 19세기 유럽의 철도건설 열풍을 제대로 읽어서 철도여행에 편리한 가방을 발명하여 패션리더 브랜드로 등극하는 데에 성공했어요. 막강한 브랜드파워도 시장을 잘 읽고 성공해서 생긴 것이지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고, 그것을 망각할 때부터는 앞날이 어둡게 되어요.
Lester
2015-09-12 13:46:38
그런데 단편적으로 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샤넬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만 저렇게 '미련한' 선택을 했을까?라는 의문도 생기더군요. 지금 사회책에서 나오는 수요와 공급에 대해 생각해 보면 "한국인들은 샤넬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이렇게 제안하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몰라요. 즉 우리나라에서 샤넬에 대한 수요가 높다, 더 나아가 명품에 대한 수요(과시욕 포함)가 높다는 걸 아니까 나올 법한 생각이고, 그걸 실천에 옮겼다가 실패했을 뿐인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드리갈
2015-09-12 23:17:08
샤넬의 자신감은 근거가 없지는 않아요.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전세계에 걸쳐 형성된 막강한 브랜드파워, 그리고 신흥시장인 한국에서의 괄목할만한 성공이 그 근거니까요. 그렇지만 그러한 뛰어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샤넬 자체의 강점만을 봤고 다른 변수, 특히 샤넬에 불리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보니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퇴출당하게 된 거라고 봐야 하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봐요.
서울에서 수입차가 많이 팔리긴 하죠. 그런데 자동차 전시장은 왜 하필이면 강남구의 도산대로같은 곳에 모여 있을까요? 관악구나 은평구 등에서도 수입차는 많이 보이는데. 이것만 생각해도 문제는 확실히 보여요.
셰뜨랑피올랑
2015-09-17 10:21:41
얼마 전에 인천공항면세점을 들렀어서 싱숭생숭하게 느껴지는 소식이로군요.
여러 거대 유통기업에 '슈퍼 을'이 될 수 있는 손 꼽히는 브랜드인 샤넬이 이렇게 되었다는건 굉장히 놀라워요. 그만큼 샤넬의 요구가 엄청난 무리였단 반증이겠지요?
이후에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거지만 당장 이걸 보면, 변함없는 '슈퍼'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정도껏, 이란게 필요하겠어요.
마드리갈
2015-09-17 14:24:55
오랜만에 오셨어요!!
그러셨군요. 그러고 보니 전 한동안 인천공항에 갈 기회가 없었어요.
백화점이든 공항면세점이든 입점업체들은 브랜드파워에 따라서 받는 대우가 천차만별이예요. 일례로 미국 뉴욕의 메이시스백화점의 경우는 입장객들이 왼쪽보다는 오른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관찰하여 출입문에서 오른쪽에 있는 부스에서 더욱 인기있는 상품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식이죠. 이것 말고도 유명 브랜드에는 입점수수료를 낮춰준다든지 하는 것도 있어요.
샤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최근 한국에서의 성장세가 경이적일 정도로 좋았고 입점하는 곳마다 고객을 끌어왔으니 특급대우를 받아도 감히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백화점에서 통용되던 상식을 공항면세점에서도 적용하려들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공항면세점 사업자들에게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공항은 백화점과 달리 쇼핑이 주목적인 곳도 아니고, 공항면세점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입이 더 중요한데다 그 납부자가 반드시 샤넬일 필요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 큰 매장 하나를 샤넬에 주는 것보다 그걸 여러 섹션으로 분할하여 여러 업체를 입점시키는 것이 더 이득이라면 샤넬의 설 자리는 없어지게 되어요.
브랜드파워도 시장이 있고 나서의 이야기이고, 백화점과 공항면세점의 성격이 다른 것을 간과했으니 샤넬은 자충수를 두어 버리고 말아 버렸어요.
마드리갈
2022-02-10 13:28:41
2022년 2월 10일 업데이트
샤넬이 비수도권 면세점에서 모두 철수하기로 했어요. 그 결과 3월 31일을 기해 부산 및 제주시내의 면세점 패션부티크는 영업이 종료되고 서울시내 및 공항면세점 사업에 주력하게 되어요.
이렇게 된 것에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패텬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어요. 화장품 등을 한국내 면세점에서 대량구매하여 중국 내에 전매하는 전매상들에 과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입점이 브랜드 이미지에도 도움이 안 될 뿐더러 단가가 낮아서 매출 신장에도 큰 기여를 못한다는 것이 그 분석에서 나온 결과.
결국 2015년 하반기에 지적한 것처럼 패션브랜드의 화장품 사업은 그다지 좋은 비즈니스모델이 아니라는 것이 이렇게 입증되었어요. 그러나 면세점 업계의 고민은 오히려 더욱 커졌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슈퍼甲된 샤넬·루이비통 “장사 안되니 철수”…시내면세점 ‘충격’, 2022년 2월 9일 조선비즈 기사
마드리갈
2023-06-04 16:43:15
2023년 6월 4일 업데이트
제주시내의 면세점 중 루이비통과 샤넬이 철수해 있고 흔히 3대 명품브랜드로 불리는 에르메스만 신라면세점에 잔존해 있어요. 특히 제주시내에 설치된 시내면세점은 외국인관광객 전용으로 운용되기에 외국인관광객이 유입되지 않으면 매출을 올릴 수가 없어요. 제주공항 착발의 중국항공편 운항이 재개되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인의 한국방문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이것도 문제예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제주 떠난 ‘루이비통·샤넬’…비상경영 롯데·신라면세점 ‘기지개’, 2023년 3월 28일 제주의 소리 기사
마드리갈
2023-07-27 22:53:41
2023년 7월 27일 업데이트
일부 패션브랜드에서 불량품을 교환할 경우 구입시기와 교환시기 사이의 제품가격 인상분을 내도록 요구해서 소비자불만이 가중되고 있어요. 루이비통, 샤넬, 디올, 구찌, 까르띠에 및 반클리프아펠이 이러한 방침을 유지하고 있고 또한 그 기준 또한 자의적이어서 정당한 요구를 고객의 변심으로 간주하여 제품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면서 돈은 돈대로 챙긴다는 비판이 가중되고 있어요.
이것이 위법으로 판명나더라도 과연 이렇게 지속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루이비통·샤넬 “불량품 바꾸겠다고? 오른 가격 85만원 내라”, 2023년 7월 26일 조선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