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생일 전날(11월 14일)에 있었던 '그 집회'에서 한 어르신이 뇌진탕에 걸려 중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한지라...
사실 저는 개인 사정상 그 집회에 간 적도 없는지라 큰 상관은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까 묘하게 내 생일 챙길 상황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건 또 그것대로 웃기는 상황이었나 봅니다. 쉽게 말해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졌단 얘기죠.
그런 얘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제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일단 너부터 어떻게 하고 남 걱정 나라 걱정 하는 게 순서에 맞지 않느냐"라고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얘기도 맞는 말이다 싶어서 결국 그 게시물을 지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생일 전날에 대한 이야기고... 생일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말이 생일이지, 그다지 바쁜 하루도 아니었는데 대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전에는 공무원 학원에서 보강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중간테스트 잘 못 본 것 때문에 오락실에서 분풀이를 하고...
집에 와서 책 좀 보고 인터넷으로 자료 검색 좀 했더니 그새 저녁이 되고 자정을 넘더군요.
생일을 기념하느라 딱히 뭘 한 적은 없다 보니 기억나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지인 몇몇이 페이스북이나 쪽지를 통해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해 준 게 전부군요.
실제로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그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저는 그렇게 1살을 더 먹었습니다. 먹었나 봅니다. 안 먹었을 수도 있고요.
가끔 사람들이 동안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가치관이나 행동거지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걸 보면 나이란 건 정말 숫자에 불과한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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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하루유키
2015-11-17 12:37:18
"가을이 되고 또 겨울이 되니 한살 더 먹었어"
유키 - 못난이야
어릴땐 생일을 틈 타 새 장난감을 손에 넣던가 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니 생일이 되도 그냥 그러려니 하게되네요. 그래도 제 나름대로는 특별한 일을 해보기도 하고 올해는 모처럼이니 생일 선물도 맘먹고 크고 비싼 걸로 하나 해줬고 여자사람이 생일 케이크도 사줬네요.
대왕고래
2015-11-18 15:42:55
...생일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안 나요.
제 동생 생일날에는 대왕암에 여행을 갔었는데 말이죠...
어째 나이가 먹을수록 생일 보내는 게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느낌...
SiteOwner
2015-11-23 18:54:50
저도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생일이 6월말이다 보니 여러모로 어중간해서, 고등학생 때까지는 기말고사 준비로 정신없이 지냈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이미 방학중이라서 가족과 단촐하게 보내고, 그러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진짜 중요한 것보다는 부차적이고 지엽적인 것에 쓸데없이 집착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아서, 본질은 무시당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허겁지겁 본질을 찾고...인류의 역사는 이런 시행착오가 조금씩 개선되어 온 역사인데, 과연 우리가 살아 있을 동안에 나이에 연연하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는 없겠군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글을 읽고 나니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가 생각났습니다.
마드리갈
2015-11-25 22:56:30
그러셨군요. 많이 늦은 시점이지만 생일을 축하드려요.
변화라는 것은 어느 날 벼락이 치듯이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고, 정말 변화가 일어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천천히 일어나지만 어느 새 그 변화를 느끼게 되기도 해요. 그래서 다른 것은 확실히 다르고, 같은 것도 마냥 같지만은 않다는 것이겠죠.
저희집의 경우는, 생일을 밖에서 보내는 일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집에서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레스터님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