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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관찰할 것.

HNRY, 2015-12-07 23:49:54

조회 수
157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사물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령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사람에게 그가 알고 있는 사물 중 무언가를 그려보게 합니다. 일단 아주 모르는 물건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그것을 그려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그려낸 그림은 실제 물건과 완전히 똑같을까요?

정답은 No.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그림과 실제 사물을 대조해 놓고 비교해 보면 얼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원인은 왜 발생할까요?

사람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나 모르는 부분을 자신의 '관념'으로 메우려고 하기 때문이죠.

이 관념이란 건 '이 물건은 일단 이렇게 생겼으니 나머지 부분은 이러이러할 것이다'란 것입니다. 해당하는 물건이 완전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다른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기억의 빈 부분을 채워넣는 과정이죠. 그렇지만 기억의 빈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더욱 관념에 의존하게 되고 그럴수록 그림은 점점 실제의 모습에서 멀어져갑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그린 당사자 외의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이 물건은 무엇인고?' 하는 영역에 도달하게 되고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없게 되어버리죠. 한참을 바라봐야 겨우 깨달을 수도 있고 심하면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만큼 더 기억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휘발성 물질과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쉽게 증발해버리죠. 그렇기 때문에 날아가는 기억보다 더 많이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억을 하는 방법은 그저 관찰 뿐입니다. 끊임없이 관찰하며 끊임없이 기억해야 하지요.


사람의 눈은 객관적이지 못합니다. 그저 보이는 부분만을 인식해 줄 뿐이죠. 그래서 보이는 무언가를 완벽히 인식하기 위해선 앞 뿐만이 아니라 뒤와 옆, 위, 아래까지 두루두루 살펴봐야 하고 그것을 기억해 두기 위해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자신의 눈을 믿지 말라' 정도가 되려나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자신이 모든 걸 객관적으로 본다 생각해도 그 관점조차 주관적인 부분일 수 있지요.(애초에 주관을 한자로 쓰면 주인 주(主)에 볼 관(觀)이지요. 주인되는 자, 즉, 자신이 보는 것이니까요.)

이것은 비단 그림을 그리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갖춰야 할 습관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건 말이죠.


만화학원을 다니며 그림을 배우며 학원강사님에게 '관념으로 그리지 말라'라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상입니다
HNRY
HNRY라고 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싶습니다.

3 댓글

셰뜨랑피올랑

2015-12-08 14:35:37

맞는 말이여요. 그래서 보고 그리기를 할땐 보통 '사진'으로 많이하죠.


실물을 보고 하는 경우 말씀하신 대로 관념으로 그리려는 시도가 많이 늘어나고, 

시점이 고정 된 사진과는 달리 무수히 많은 관점이 생기기 때문에 그림이 뒤틀리기 쉽지요.

마드리갈

2015-12-09 22:18:52

글을 읽다 보니 동양의 격물 그리고 서양의 관찰 및 추상화가 같이 생각났어요.


격물이라는 것은 알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물을 이해하고 정신을 수양하는 건데, 매화나 대나무 같은 식물들을 보면서 군자의 기개 등을 찾으려고 하는 등의 예가 있어요. 관념으로 그와는 대조적으로 서양에서는 관념을 배제하고 낙하하는 물체, 진자의 운동 등을 관찰하여 법칙을 도출하려 하거나, 프랑스의 화가 세잔이 사물을 원통, 구 및 원추의 3가지 요소로 추상화하는 식으로 사고를 발전시켰어요. 그 결과 동서양의 문명은 판이하게 달라졌을뿐만 아니라 수준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물에서 관념을 걸러내지 못한 동양의 경우는 과학의 발전이 정체됨은 물론 그 관념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요.

관념 걸러내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성은 이렇게 드러나는 법이예요.

SiteOwner

2015-12-19 15:04:20

알다, 이해하다 등의 의미로 쓰이는 일본어 동사 와카루(わかる)라는 것이 나누는 것을 의미하는 와케루(わける)의 자동사 형태입니다. 즉 나누어졌다라는 의미인 것이지요. 이에 더해, 일본은 근대에 서양의 과학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 기술문명을 급속히 발전시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의 대표적인 상징이 의학서적인 해체신서(解?新書)입니다. 이런 것을 보았을 때 특정 대상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눌 수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해석, 재현 및 구성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이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완벽한 재생(mimesis)이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없이는 현실과 유리된 관념적인 것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진경산수화 이전의 한국화의 경향이 어땠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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