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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얽힌 2가지 일화

SiteOwner, 2015-12-23 21:23:44

조회 수
185

이제 이틀 뒤면 크리스마스입니다.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것은 아니라서 집에서 딱히 기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세계적인 기념일인만큼 모두에게 좋은 휴일이자 뜻깊은 날이었으면 하는 소망만큼은 확고합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연말의 긴 연휴, 건강하고 재미있게 보내시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크리스마스에 얽힌 2가지 일화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군입대를 위하여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정리하고 입대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던 1998년 12월의 일이었습니다.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사짐을 꾸려서 용달차에 싣고, 저는 그 용달차의 조수석에 타고 집까지 가는 중이었습니다.

용달차 기사님이 라디오를 켰습니다. 마침 그 채널이 기독교방송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기서 방송되던 것은 교회에서 성탄기념으로 개최하는 성극 관련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사연으로 인해 라디오를 듣다가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느 교회에 정신발달이 다소 늦은 한 청소년 신도가 있었는데 그 신도가 성극에서 야박한 여관주인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대사대로 하자면 출산이 임박한 만삭의 동정녀 마리아 일행을 야박하게 내쫓아야 하는데 갑자기 절규하면서 이렇게 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서 오시오!! 속히 들어오시오!! 나, 그렇게 손가락질받아오면서 살아온 장사치지만 어찌 이 밤중에 힘들게 여기까지 온 나그네들을, 그것도 임산부가 있는 일행을 내친단 말이오? 나 비천한 장사치지만 마음까지 비천한 이는 아니란 말이오!!"


성극의 내용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지만 그 청소년 신도의 절규에 그 교회 사람들은 눈물과 박수로 화답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성극 관련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라서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2.

미군 내에서는 10월부터 12월까지는 가장 식사가 풍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새 회계연도가 9월에 시작하는데다 10월말은 핼러윈, 11월말은 추수감사절, 12월말은 크리스마스가 있다보니 이럴 때는 행사당일에는 아주 호화로운 특식이 나옵니다. 게다가 특이한 게, 장교들이 행사용 복장을 입고 식당 카운터에 서서 직접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기도 합니다. 특식이다 보니 주문종류의 제한도 없습니다. 제 경우는 군생활 도중 그렇게 특식이 나오는 4분기를 두 번 맞이하였습니다.


보통 다른 카투사들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에 외박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저는 경제사정이 넉넉치도 않은데다 집도 230마일 정도 떨어져 있었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는 영내생활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특식은 꼬박꼬박 챙겨먹고, 덕분에 칠면조 요리도 원없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미군들이 저렇게 칠면조고기를 잘 먹는 한국인이 있다니 신기하다고도 말하고, 아예 완전히 미국화된(fully Americanized) 것같다고도 말해주고 그랬습니다. 그 이외에도 다른 미군들과 대화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거나 그랬습니다. 게다가 이전부터 부대내 영화관의 지정당번 중 한 사람이라서 영사기를 작동시키는 조건으로 무료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세계의 연인" 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댈러스 카우보이즈 미식축구단 치어리더팀의 순회공연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원래는 24일에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잘 듣게 되는 음악을 소개해 보려 하였습니다만 사정상 늦어졌습니다.

결국 25일 새벽중에 완성해 두었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마시멜로군

2015-12-23 21:51:30

아. 카투사 출신이셨군요. 장교들이 행사용 복장을 입고 직접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는건 진짜 특이하네요. 그리고 특식이라 하니 어떤 종류인지 궁금해져요.

SiteOwner

2015-12-24 18:57:07

그렇습니다. 카투사 출신이다 보니 미군 쪽의 문화에 더욱 익숙한 대신 한국군 쪽의 문화에는 꽤 낯선 게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이전의 다른 글에서도 조금씩 언급해두었으니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듯합니다.


특식을 회상해 보니 대충 이랬습니다.

육류는 칠면조 통구이, 로스트비프, 스페어립, 성인 남자의 얼굴 정도 크기의 햄 등이 나왔고, 해산물로서는 랍스터, 슈림프 칵테일 등의 것이 있긴 했지만 육류만큼은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그것 말고도 각종 케이크, 샐러드, 펀치 등의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이것은 평소와 특별히 다른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주류는 식사중에는 허용되지 않았고, 일몰 후 개별적으로 음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당 주류 보유한도는 맥주 식스팩 하나, 즉 6병이 한계였습니다.

제가 있었던 부대에서는 장교들이 입는 행사용 복장 중에 카우보이 모자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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