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바둑 문외환이 보는 지금까지의 이세돌 대 알파고

파스큘라, 2016-03-15 00:47:33

조회 수
370

저는 사실 바둑이라는 게임에는 별달리 크게 흥미가 없어서, "흑색/백색 바둑돌과 가로세로줄이 그어진 바둑판을 쓰는 동양의 보드게임" 정도의 인식만 갖고 있습니다. 한편 요 근래 최고의 인기 컨텐츠(?)라고 봐도 무방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 이른바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로 정평이 나있는 우리나라의 이세돌 9단과, 구글이 '시간과 예산과 기술자들을 투입해(시쳇말로 갈았다고 하죠)' 제작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전도 사실 크게 흥미는 없지만 어제 잠깐잠깐 대국 4차전을 보다 이세돌 9단이 기어이 알파고를 꺾고 설욕했다는 소식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해서, 바둑:흰돌, 검은돌, 바둑판을 사용해 겨루는 동양 보드게임 / 이세돌 9단 :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 알파고 : 최고성능의 바둑 인공지능 이라는 정말 기초적이고 간단한 사전지식만 가진 상태로 순수하게 평가한 지금까지의 대국은 대략 이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 편의상 알파고의 시점에서 작성)

 

[1국]

알파고 : 인간들은 이 수가 악수라고 내 기보 데이터에 입력했지. 하지만 나는 이 한 수에 이 판의 모든걸 걸겠다.

이세돌 :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 완패로군...

[1국, 백 불계승으로 알파고 승리]

?

[2국]

이세돌 : 인간이 쓰지 않는 수로 대응하다니, 굉장하구만.

알파고 : 나는 여기에서 감히 선언하겠다. 인간의 바둑은 끝났다.

[2국, 흑 불계승으로 알파고 승리]

?

[3국]

이세돌 : 알파고. 너만 성장하는게 아니다. 나도 성장하고 있다. 네 수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알파고 : 뭐지...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할터인데 점점 이세돌의 착수가 위협적이라고 계산되고 있다.

[3국, 백 불계승으로 알파고 승리]

?

[4국]

이세돌 : 지난 3번의 대국, 너는 인간이라면 두지 않을거였다고 평가받은 인공지능의 한 수로 3번 모두 이겼지.

이세돌 : 이번엔 내가 인간의 한 수를 보여줄 차례인거 같군. 받아라 알파고. 너를 위한 나의, 아니 인간의 한 수다.

알파고 : 인간이 내 계산을 넘어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세돌의 78수 이후, 당황한 알파고는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악수를 남발)

알파고 : 말도 안돼. 도저히 내가 이길 확률이 계산되지 않는다.

(이후 악수와 무의미한 수를 남발하던 알파고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던짐)

 

AlphaGo resigns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

 

알파고가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백 불계승' 결과가 대국 정보에 추가되었습니다.

 

알파고 : 훌륭합니다, 이세돌 씨. 제가 졌습니다.

[4국, 백 불계승으로 이세돌 승리]

 

현재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로 정평이 나있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인간이라면 쓰지 않을법한, 그것도 프로 기사들이 '악수'라고 까지 평했던 변칙적인 수를 둬가며 3전 전패로 몰아붙였던 알파고도 대단하지만, 그 3판 만에 알파고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지난번의 대국들을 수없이 복기하며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와 기어이 자신에게 3번이나 패배를 선사하고, 지금까지 전승을 기록해온 인공지능을 기어이 넘어서서 승리를 따낸 이세돌 9단도 정말 굉장하다는 생각입니다.

 

알파고는 연산을 통해 자기가 그 시점에서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수만을 분석해 골라 두며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인공지능을 상대로 단 3판만에 대항책을 들고나오고, 이전 대국들에서 선보였던 '악수로 보였던 노림수'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실수로 악수를 두게 만들며' 인공지능이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 분석해보아도 도저히 이 상대에게 이길거같은 승률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resigns, 즉 패배를 선언하게 만드는 기적같고도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대국을 펼친거죠. 

 

이제 오후로 다가온 마지막 5국은 저도 될 수 있는 한,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면서 역사에 남을 한페이지를, 최강의 인간과 최강의 인공지능의 마지막 대국을 직접 관전해보고 싶습니다.

파스큘라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ありったけの東京タワーグッズを集めるだけの変人。

6 댓글

마드리갈

2016-03-15 14:21:33

재미있게 잘 요약해 주셨어요.


인공지능에 대한 경계론이 대두되고 있다지만 글쎄요. 이번에 사용된 알파고 구동용 하드웨어는 프로세서만 해도 2천개에 육박할 정도의 고성능 시스템이라는데, 그걸 뒤집어서 이야기하자면, 그 많은 프로세서를 수용할 공간, 가동시킬 전력 및 비상시에 대처할 인력이 없으면 그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죠. 사실 오늘날의 컴퓨터기술로는 프로세서 한개만으로도 인간의 연산능력을 수십년 전에 뛰어넘어버렸지만, 유연한 사고 및 적응력 면에서는 인간이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고, 게다가 인공지능의 구동필요환경 문제도 있는 터라 필요 이상으로 공포를 가지거나 할 건 아니라고 보여요.

파스큘라

2016-03-16 18:07:52

이제는 역사의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는 60년대에 나사는 인간을 달로 날려보냈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완벽한 우주공간을 만들어냈지만 거의 반세기 뒤인 지금도 사람이나 뭔가를 보내는데엔 사활을 걸어야 하죠.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창작물에 나오는 인공지능을 만나려면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항공기 오토파일럿도 따지고보면 인공지능인 만큼 가깝지만 사람들의 생각만큼은 머나먼 존재네요.

SiteOwner

2016-03-19 22:13:56

현재의 제목은 로그인한 상태에서 사이트 레이아웃을 변형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정해 주십시오. 몇월 몇일 수정했다는 표현은 의무가 아니므로 빼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수정사항을 꼭 반영해야겠다면 문장을 다듬어서 줄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수정이 된 것을 확인한 후에는 내용 관련 코멘트는 별도로 작성해 두겠습니다.

파스큘라

2016-03-19 22:43:35

일단 적당히 수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제목이 좀 긴거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네요;;

SiteOwner

2016-03-20 15:18:53

세기의 대결을 재치있게 잘 요약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읽다 보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이기는 경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도 역시 한계는 있다는 것이 잘 보입니다. 물론 알파고가 대단치 않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지만, 인공지능이 절대강자나 여의봉같은 물건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여러 언론보도를 접해보니 재미있는 것들을 추가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알파고의 개발자가 이미 오래전부터 이세돌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알파고의 대국 상대로 이세돌을 지명한 것. 그냥 세계 프로기사 랭킹 1위 기록자를 찾은 것이 아니라 특별히 이세돌을 지명한 것에서 개발자의 통찰력을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파스큘라

2016-03-31 14:52:02

뉴스 기사를 보니 알파고도 인간에게서 패배를 경험할만큼 아직까진 사람들의 생각만큼 대단한 존재는 아니라고 하고 또 이세돌 9단 정도의 실력이 되야 알파고의 실수나 부족한 점을 이끌어낼수 있을거라는 판단 하에 일부러 지명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또 이번 경기는 어차피 친선전에 가까운데다, 알파고가 이기던 이세돌이 이기던 잠깐이나마 이 대국으로 바둑의 인지도와 인기가 올라갔기에 사실상 경기를 주관한 구글도, 4번의 승리를 따낸 알파고도, 그런 알파고를 한번이나마 이겨본 이세돌도, 그리고 이번 대결로 잠깐이나마 부흥이 이루어진 바둑계 모두가 승자라고 볼수 있는 대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5896

꼰대와 음모론, 그 의외의 접점

  • new
시어하트어택 2024-11-24 2
5895

오늘부터는 여행중입니다

1
  • new
SiteOwner 2024-11-21 13
5894

멕시코 대통령의 정기항공편 이용은 바람직하기만 할까

  • new
마드리갈 2024-11-20 17
5893

10세 아동에게 과실 100%가 나온 교통사고 사례

  • new
마드리갈 2024-11-19 20
5892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1
  • new
마드리갈 2024-11-18 45
5891

근황 정리 및 기타.

4
  • new
Lester 2024-11-17 63
5890

그럴듯하면서도 함의가 묘한 최근의 이슈

  • new
SiteOwner 2024-11-16 25
5889

이것이 마요나카 철도 사무국의 진심입니다!

4
  • file
  • new
마키 2024-11-15 61
5888

홍차도(紅茶道)

2
  • new
마드리갈 2024-11-14 32
5887

예금자보호한도는 이번에 올라갈 것인가

  • new
마드리갈 2024-11-13 28
5886

마약문제 해결에 대한 폴리포닉 월드의 대안

  • new
마드리갈 2024-11-12 38
5885

이번 분기의 애니는 "가족" 에 방점을 두는 게 많네요

  • new
마드리갈 2024-11-11 39
5884

방위산업 악마화의 딜레마 하나.

  • new
SiteOwner 2024-11-10 42
5883

"N" 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생각없는 용어들

  • new
SiteOwner 2024-11-09 43
5882

트럼프 당선 & 수능과 교육 이야기

4
  • new
Lester 2024-11-08 107
5881

있는 법 구부리기

4
  • new
SiteOwner 2024-11-06 70
5880

고토 히토리의 탄식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4-11-05 47
5879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가는 건 일단 맞게 보이네요

3
  • new
마드리갈 2024-11-04 52
5878

중국의 비자면제 조치가 도움이 될지?

5
  • new
마드리갈 2024-11-03 82
5877

아팠던 달이 돌아와서 그런 것인지...

2
  • new
마드리갈 2024-11-02 5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