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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때이면
반드시 토론하는 최부장
비판이며 맹세도 그럴듯하여
처음 그 토론 듣는 사람은
준비된 정도와 그 열정에
감탄한다!
놀랜다!
그러나 그와 함께
책상을 맞붙이고 일하는 나는
그의 토론을 믿지 않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토론만 하는 사람 ‘토론꾼’으로
그 이름 안지는 이미 오래다
그는 업무부장, 나는 그 부원
광산에서 가장 락후한 우리 부 사업이
회의 때는 의례 보고에 오른다.
부장의 자기 비판 맹세가 되풀이되나
날이 밝아지면 이야기는 다르다.
부장의 지각 조퇴는 사업 때문
배정된 물자는 실어오지 못하여
시장 물자에만 관심이 큰 …… 그
친구 친척이 그렇게 많을가.
가끔 부회가 있을 때이면
어데선가 ‘위신’이 갑자기 생기여
하부의 의견은 들은 척 만척
결론은 부원들의 과업뿐이다.
지배인 앞에 가면 머리는 못들고
련방 ‘네 네 알았습니다’
지배인 ‘사모님께’ 경의도 표해가며
애로 타령 간부 타령 하소연만 하는
‘능란한 일꾼’ ‘사람 좋은 친구’
회의 때 그의 ‘솔직’ 함이여!
공손한 접수며
‘눈물겨운’ 자기 비판
의례껀 뒤따르는 굳은 ‘맹세’가
사람도 달라진 듯……
레코드 판처럼 쏟아져 나온다.
하루는 또 한번 다짐해 보았다.
토론과 실천이 다를 수 있느냐고
대체 일은 언제 할 차비냐?고
허나 그의 대답은 판백이였다.
나는 부장이요
부장의 위신도 생각해 주어야지
보고에 근거해서 말만 하면 되는 것
토론을 잘 하였기 견디어 왔다면서
다음은 ‘에헴’ 소리가 나올 번 했다.
동무들 웃지 말라요
잠간 눈 감고 생각해 보시오
자비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으며
그리고 주위를 살펴 보아서
혹시야 토론꾼이 없는가를
- 박석정「토론만 하는 사람」(1954)
출처 : http://sonnet.egloos.com/v/4077465
이 시는 1954년 북한의 박석정이라는 시인이 쓴 시입니다. 역사를 조금 공부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에는 제한적이나마 민주주의적인 요소가 있었죠. 공개토론회도 개최했고, 또 믿을 수 없겠지만 노동신문에는 독자투고란이 있었고...
하지만 아시다시피... 김일성이 8월 종파사건을 일으켜 대규모의 숙청을 일으킨 이후 북한 사회는 경직되기 시작했죠. 거기에다가 1970년대 김정일이 도서정리사업을 시행하며 거의 모든 종류의 출판물(심지어 공산주의 서적까지도)을 검열했습니다. 이로 인해 1950년대에 보였던 문화는 모조리 사라졌죠. 이로 인해 김씨 일가의 권력은 확고해졌습니다. 대신에 북한이라는 나라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죠.
만약 8월 종파사건 이전에 김일성 반대 파벌들의 다른 움직임이 있었다면, 역사의 흐름은 바뀌었을까요?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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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6-03-29 02:47:50
일단 운영진으로서 의견을 표명할께요.
해당 게시물에 언급된 시는 북한의 매체에서 직접 인용된 것이 아니라 국내의 웹문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용된 것임이 분명히 드러나 있고, 또한 이전에도 같은 형식으로 북한 관련이 포럼의 게시물로 다루어진 전례가 있으니 이 게시물이 이용규칙 금지사항 제1조의 추가사항을 위반하지는 않아요. 이 기회를 계기로 추가사항의 결함을 보충해야겠어요.
사실 6.25 전쟁은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반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이 무리수를 강행했던 것이라 김일성은 언제든지 그 책임을 추궁당할 운명이었어요. 그러니 자신이 죽든지, 그게 싫다면 남을 죽이든지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8월 종파사건 이전이자 휴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4년부터 반대파벌을 제거하고 있었으니 움직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SiteOwner
2016-03-29 20:42:48
확실히 북한에서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눈을 좀 의심했습니다. 북한 내에서 김일성이 완전히 주도권을 잡기 전의 집단지도체제였으니까 저런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봅니다.
역시 저도 동생과 마찬가지로, 김일성의 반대파벌들이 움직였다 하더라도 결과는 동일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소련군 88여단 경력 및 중국공산당 당적보유자라는 장점으로 인해 그는 공산국가의 두 축이었던 소련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존재였고, 그 결과 세계적화라는 거대프로젝트의 선봉장으로서 가장 쓸모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김일성은 협잡에만 능하고 다른 능력은 전무했기에 그게 문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소련과 중국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6.25 전쟁에서 보여준 무능은 소련과 중국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지만 정작 김일성이 없어지면 양국의 이해에 맞아떨어지는 인물도 없었고 그러니 답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