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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어가 다른 문자를 표기체계로 표기되었다면?

탈다림알라라크, 2016-04-20 23:38:08

조회 수
157

지난번의 한글만능론 반박 글에 이어 짤막한 지식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써 봅니다.

이번에는 한글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문자, 예를 들면 로마 알파벳을 한국어의 표기 방식으로 받아들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그 표기 방식은 지금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나 매큔-라이샤워식 표기법과 비슷했을까요?


답은 No!


독일어나 폴란드어 같은 경우를 보면 우리가 잘 아는 26자의 로마 알파벳에는 없는 문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스체트(ß)라든지, Ł 같은 글자가 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을 '확장'이라고 합니다. 한국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는 c에 해당하는 음가나 문자가 없으므로 c를 'ㅊ' 음가를 나타내는 데 썼을 것입니다. 'ㅋ'보다 'ㄱ'을 더 많이 쓰므로 'ㄱ' 음가는 k로 나타내고, 'ㅋ' 음가는 'kh' 등으로 차별화했을 것입니다. 'ㅔ'보다는 'ㅓ'를 더 많이 쓰므로 'ㅓ'는 e로 표기하고, ㅔ의 경우에는 반점이나 줄을 긋는 식으로 구별했을 것입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eu'로 쓰는 'ㅡ'는 '?' 등으로 나타냈겠죠. 이렇게 따져 보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로마자의 한국어 확장(가칭)에 따른 표기는 이렇게 구분해 볼 수 있겠습니다.


기척이 크다.→

표기법 : gicheok-i keuda.

확장 : kiceki kh?da.


이렇듯, '한글'과 '한국어'는 동음이의어 관계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문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다른 문자체계를 우리 식대로 받아들여 쓰고 있었겠죠. 이두나 향찰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한글이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 최적화된 문자임은 부정할 수 없지요.

탈다림알라라크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마시멜로군

2016-04-21 01:37:27

한국어를 한글로 표기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주제는 1학년때 국어 교과서에서 본적이 있어요. 거기서는 그냥 그 문자를 변형없이 사용했었다보니 이런 생각도 참신하네요.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자이니 표기하기 편할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마드리갈

2016-04-21 11:17:23

독일어나 폴란드어 등의 예도 한 가능성의 차원이 아닐까요?

아시아 언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경우는 또 상황이 다르거든요. 현대 베트남어의 표기문자는 프랑스어에서 로마 알파벳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자획이 추가되어 크게 달라진 반면, 인도네시아어 및 말레이어의 표기문자인 말레이 알파벳은 26자의 로마 알파벳 그대로인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이것을 볼 때, 로마 알파벳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문자의 추가나 변형을 수반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어요. 게다가 독일어조차도 스위스 독일어는 ß 대신에 ss를 쓰고 있고, 현대 독일어에서도 ß가 들어가는 어휘의 상당수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ss로 대체되어 있어요.

SiteOwner

2016-04-21 21:02:29

저 또한 언어학에 조예가 없어서 어떻게 되리라 예측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탈다림알라라크님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한국어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자를 도입하였습니다만, 한자를 변형하거나 독자적으로 만드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인명한자인 乭(돌), 논을 나타내는 畓(답), 지명한자인 乷(살, 충북 충주시 살미면 등의 용례가 존재) 등이 한국에서 만들어져 한국내에서만 쓰이는 몇 안되는 사례입니다. 분명 한국어와 중국어는 상호호환되지 않는 별개의 언어인데도 불구하고 한자의 변형이나 독자적인 창제가 극히 적었다는 점을 봐도, 반드시 로마 알파벳의 확장이 일어난다고 단언하지는 못합니다.


둘째, 로마 알파벳을 어디에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충분히 알파벳과 자음 대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별화의 양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예측을 하려면 기원이 선결조건으로 작용합니다. 위에서 동생이 언급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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