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학의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과학사의 기념비적인 유산도 많고, 과학연구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도 꽤 큰 편이라서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약칭 R&D)의 절대적인 액수 세계 6위 및 및 연간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 1위로 아주 높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과학이 진흥되어 있는가 반문한다면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지거나 아예 아니라고 단언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게다가 잊을만하면 영구기관, 다단계투자 등의 허황된 사기극이 횡행하는가 하면, 비과학과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음모론마저 횡행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상당히 간단합니다. 과학이 생활저변에 안착해 있지 않고 물 위의 기름처럼 떠 있어서 그렇습니다.
약간 다른 분야에도 이 현상이 극명히 보입니다. 스포츠가 바로 그것으로, 국제대회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는 스타플레이어들은 있지만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데에는 아직 모자란 점이 많습니다. 즉 엘리트체육만 있고 생활체육은 거의 기대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의 위상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성인들에게는 과학은 그냥 학창시절에 배우고 지나가는 재미없고 분량많고 어려운 과목 중 하나였고, 현역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 정도. 이러니 짧게는 시험 직후, 길게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과학은 그렇게 잊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그러니 과학은 일반인의 생활과 유리된 것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이러한 과학과 생활저변의 괴리를 극복하고 과학을 생활에 연동시키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
크게 몇 가지만 집어내 볼까요?
첫째, 편리한 것보다 생각하는 즐거움을 찾기.
둘째, 지식을 통해 추론하기.
셋째, 주변의 현상을 과학에 근거하여 다시 생각하기.
넷째, 이렇게 실천으로 축적한 꿈을 세계 속에서 실천하기.
대략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편리한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계산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특정한 디바이스가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 만일 그것이 없거나 있더라도 사용이 일부 또는 전면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를테면 128*0.375를 계산기 없이 바로 계산해 내야 하는데 시간은 단 몇 초 뿐입니다. 이럴 경우 일일이 필산하시겠습니까? 하지만 0.375가 3/8이고 128이 16의 8배임을 알면 복잡한 계산없이도 이 값이 48이라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확한 값이 아니라 근사값을 구하는 데에도 이러한 사고방식을 적용가능합니다. 이런 식의 생각하는 훈련을 거치면, 생각하는 즐거움에 눈을 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지식을 통해서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이 하늘에 떠 있는 별 2개와 둥지 속 알 2개의 공통점을 추상적 개념인 2라는 수로 인식하기까지에는 참으로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의 문명은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습니다. 이것은 크게 보면 문명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작게 보면 개인 레벨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러 사람이 참석한 파티에서 여러가지 음식을 먹었는데 어떤 사람은 괜찮은 반면 누군가는 식중독에 걸린 불상사가 있을 때 누가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를 바탕으로 문제가 된 음식을 특정해 낼 수 있는 추론능력 정도를 갖출 수 있다면 그 능력은 훈련에 의해 앞으로도 발전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찾아서 추론하다 보면, 주변의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려운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거나, 당연히 상식으로 여겨졌던 것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잘못된 점을 발견하여 깨닫고 자신의 지식체계를 재정립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일례로 유체역학의 베르누이의 정리는 그냥 공식으로만 보면 굉장히 어렵게 보입니다. 특히 왜 유체의 속력이 높아지면 압력이 낮아지는가를 공식으로는 알지만 정말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압력이라는 것이 어떤지를 이해한다면 이를 통해 쉬운 방식으로 추론이 가능합니다. 압력은 운동하는 분자들이 표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이고, 그 분자들로 이루어진 유체의 속력이 빨라진다면 그만큼 표면에 힘을 작용시키기 어려워진다고 추론하면 그 다음부터는 공식을 제대로 이용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지적활동을 통하여 세계를 보면 지금까지와 다른 세계가 보이고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최종단계.
사회가 스스로 바뀌어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는 상당히 느리기 마련이라서, 산업혁명이라는 것도 세기 단위로 걸렸고, 최근의 가장 빠른 변혁인 정보화도 급속히 추진된 것 같지만 20세기 후반의 정보기술의 발전 및 그 이전부터의 전기동력기술, 각종 사회인프라 등이 바탕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성장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변화가 오기 전에 우리의 생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위의 세 가지를 실천하면서 꿈을 쌓아나가고, 각자가 주도적인 위치에 등극했을 때 그 생각을 현실 속에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렇게 알게 된 것으로 추론하면서 세계의 각종 현상을 재해석하고 비판하고 재정립하는 과정을 반복해 나간다면, 과학이 우리의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진흥되는 날이 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물론 이 변화가 빠르게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재촉한다고 해서 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일상이 유리된 현실을 보고 탓하는 것보다, 우리가 위의 것들을 실천하고 성장하여 사회를 주도하는 지위에 올라 꿈을 펼치게 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욱 나은, 과학이 생활저변 속에 뿌리내린 세계가 더욱 빨리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국민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에 소개되었던 새해의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오는 복만 맞으려말고 내손으로 만들자"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과학과 합리가 확실히 안착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저 새해의 노래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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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파스큘라
2016-04-22 01:16:21
본문과는 다소 외람된(?) 이야기지만 마침 주제가 '과학'이니 이야기 토막 하나. 우리나라는 어째 과학 계통 처럼 진득하게 기다려야 결과물이 나오는 학문에는 맥을 못추는 느낌입니다. 천하의 중국도 "일단 돈만 대주고, 5년이고 10년이고 연구가 끝날때까지 간섭만 안해주면 내가 로켓을 발사시켜 보이겠다"고 지도자에게 허락을 얻어서 결국에는 우주로 진출했고, 옆나라 일본도 자체적인 우주센터(우치노우라 우주공간 관측소)와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제작한 위성을 스스로의 로켓으로 스스로의 우주기지에서 발사시켜 정보를 수집하고 과학에 투자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부럽고, 또 한편으론 우리는 어째서 저렇게 하지 못하는걸까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자체적인 우주센터와 나로호 같은 자체적인 로켓(발사와는 별도로 로켓 자체)을 보유하고, 세계에서도 몇 없는 남극 과학기지나 쇄빙선 등을 보유하는 등, 그렇게까지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아무래도 가까이 하기 어려울뿐더러 더 잘 할 수 있을거같은데도 남들 뒤쫒아가는 것도 버거워서 허덕이는게 아쉽고 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전에 썼던 게시글에 답글로 달렸던 것 처럼, 또 소개해드렸던 일본의 여러 탐사선 모형 처럼 우리나라도 우리만의 과학기술력을 모형으로 만들고, 또 그것이 하야부사처럼 좀 더 일상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SiteOwner
2016-04-25 23:30:51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버튼 하나 딱 누르면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기에, 그리고 그런 성향대로 사회인이 되고 지도층이 되니까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게 세대에 걸쳐 누적되니까 당장 나오는 결과와 그것을 위한 협잡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성공하려면 오퍼상이 되어서 한탕 해먹고 빠져 나가라는 이런 말까지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를 많이 하면 뭐하겠습니까. 액수만 클 뿐이지 상당수는 의미가 반감되거나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으려면 우리 세대에서부터 머리를 쓸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생활저변과 과학기술이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포럼에서는 이용규칙 차원에서 자유로운 논의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것이 총칙 제3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시고 의견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좋은 의견에 감사드리며, 저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아이콘이 일상에 친근해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