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이런 말을 하려니 좀 그렇긴 합니다만 저는 공부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면 갑자기 회의감이 드는 것을 피할 수가 없군요.
몇 가지로 압축해 보니까 대략 이런 상황을 접하면 그런 기분이 듭니다.
첫째, 정치과잉 현상으로 인해 목소리 큰 자들이 생색내는 것으로 세상이 다 움직이는 것처럼 잘못 보이고 정작 힘들여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심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둘째, 학생 때에는 공부가 인생의 최대 변수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정작 졸업하고 나서는 그것이 일변하는 점. 그나마 돈이 최대의 변수가 된다면 좀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돈이 전부라는 식으로 몰리니까 뭐라고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셋째, 자신의 능력으로 뭔가 해보려는 것에 대해 개천에서 난 용은 싫다, 개천에서 용이 나서는 안된다 등으로 폄하하는 풍조.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시대에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계급론인지.
그리고 넷째, 공부 따위는 잘해봐야 소용없다는 식의 오래된 헛소리에 설득력이 높아지는 사회풍조.
그렇다 보니 젊은날에 아득바득 공부해 온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회의감을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이 흔들리면서도 위에서 열거한 세태에 타락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뜻의 결실은 언제 맺을 것인가 하는 희망을 안고.
이런 회의감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어렵게나마 글로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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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16-05-03 00:08:40
바보들만 사는 세상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법이죠.
대다수가 가는 길이 잘못된 길이고 그들이 무슨 설득을 하더라도, 자신이 제대로 된 길을 알고 있다면, 그냥 무시하고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됩니다.
SiteOwner
2016-05-04 13:32:28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어지러운 세태에 상당부분 흔들리기도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중심을 잘 잡고 소신있게 사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편법이 이기는 지름길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정도를 걷는 것이 이기는 길이며 가장 빠르고 현명한 길인 것입니다.
덕분에 마음이 진정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Lester
2016-05-03 00:31:06
학생 시절에 백날 공부하라 해놓고 사회에 나오니까 다 거기서 거기더라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 놓고선 돈이 최고라고 하는 괴상한 세태에 대해선 엄청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공부, 정확히는 공부한 "내용"들이 소용이 없으니까 저런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1. 정치과잉 현상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화이트칼라만 높이 평가하고 블루칼라는 천시하죠. 공부를 좋아서, 혹은 호기심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잘 평가받기 위해서' 할 뿐입니다. 블루칼라가 돈을 잘 번다고 하면 우러러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블루칼라라 욕하고, 화이트칼라가 돈을 못 벌면 한심하다 하면서도 '그래도 블루가 아닌 게 어디냐'는 식으로 위안을 삼고요. (논점이 어긋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댓글을 고치겠습니다)
2. 아마 이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사회에 적용할 것인지는 뒷전이고 옳은 소리를 해도 '사회는 다르다'는 식으로 넘어가니 답답한 거죠. 분명 학교에서는 이렇게 배웠는데 사회에 나오니까 아니더라는 얘깁니다. 좀 심한 말로 사회부적응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4번처럼 '백날 공부해 봐야 (실제로는) 쓸모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고요. 이건 미적분 공부해봤자 실생활에 안 쓰인다는 것처럼 얼핏 맞는 얘기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필요 없는 사람에게도" 지식을 "주입"하니까 문제가 생긴 거 아닐까요?
3. 개천에서 용이 나면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는 처음 듣네요. 진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나요?
SiteOwner
2016-05-04 13:55:16
일단 지금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예의 괴상한 세태는 우리나라의 교육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풍조 중의 하나인 "사람을 기르기보다 가려내기" 에 기반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기회가 닿는대로 별도의 게시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정치과잉 현상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이런 것입니다. 온갖 나쁜 짓을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되어서 한자리 해먹으면 인생역전한 것이다, 다수당이 아니더라도 대권에서 이기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는 식의 담론. 그러니 고등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하여 한 자리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실무인력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문제도 일맥상통합니다.
학교가 제대로 된 인터페이스로 기능하지 못하고, 또한 그런 상황을 기득권층이 탐욕 정당화의 수단으로 악용하니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지식이 필요없는 사람에게도 지식을 주입하니까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성년자에게는 어떠한 능력이 발현하는지 아직 알 수 없고, 교육이라는 것은 다양한 방면의 지식에의 입문기회를 제공시켜 능력의 발현을 돕는 성격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개천에서 용나면 안된다는 주장은 꽤 있습니다.
좀 유명한 것을 소개해 드리자면, 한국일보에 기고된 강남순 텍사스크리스천대 교수의 칼럼 및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저서 개천에서 용나면 안된다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