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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고 기분나쁜 학교 꿈 하나

마드리갈, 2016-05-18 09:33:24

조회 수
244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학교생활에서 좋은 기억이 없다 보니 평소에는 어지간해서는 떠올리는 일은 없어요. 그런데 이게 간만에 꿈에 나오니 정말 기분이 나쁘기 그지없네요. 황당한 것은 기본이고.

이번에는 그 꿈 이야기를 해 볼께요.


꿈속의 저는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으로, 시기는 지금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때.

일단 현실의 한국의 학제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는 상태였고, 그런 학제하에서 저는 이미 최고의 명문대 입학이 확정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 학교에 부조리가 꽤 있어요. 창작물 속의 학교로 치자면 학과성적에 따른 차별이 정당화되는 암살교실의 쿠누기가오카 중학교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초하의 한낮이라 실내에서 책상 위에 생수 한 병 정도는 두어도 허용되는 그런 어느 날.

난데없이 32마디 길이의 예술가곡 하나를 쓰라는 작곡 과제를 부여받아서 힘들게 악보를 써 나가고 있었어요. 예고도 아닌 일반고인데. 아무튼 저는 절반을 완성하고 17번째 마디를 써 나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목이 말라서 책상 위에 놓은 생수병을 열어서 물을 좀 마셨어요. 

그런데 교사가 저에게 다가와서는 시비를 거네요? 그 이전에도 왼쪽 열부터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가장 오른쪽 열에 있던 저에게 와서는 왜 물을 마시냐고, 그리고 지금 쓴 곡은 절대로 지금 쓴 게 아닐텐데, 지금 썼다는 증거도 없잖아 하면서 헛소리를 막 늘어놓네요. 물은 허용되고 있고, 오늘 이 시간에 과제를 부여받아서 계속 쓰고 있던 건데 무슨 말씀이냐고 따지는데...


교사가 이렇게 욕설을 퍼붓네요.

"너 뭐야? 대가리 염색이나 하고, 빠가라서 대가리에 갈 게 다 가슴으로 갔나? 너 정학 1주일. 나가!!"


저는 그 교사를 확 쏘아봤고, 소지품을 챙겨서 교실을 나가려 했어요.

그러자 교사가 또 욕을 하네요.

"야, 이새끼, 건방지게 어딜 쳐나가!!"


저는 뒤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해줬어요.

"교장에게 직접 말씀드리죠. 필요하면 교육부장관에게도. 참고로 이 빠가, 교내 유일의 명문대 입학 확정인데?"


교사의 태도가 돌변하네요.

그게 아니고 일반론을 말한 거다, 착오가 있었으니 취소해 주겠다 등의 말을 늘어놓으면서 애걸복걸하네요.

저는 그 교사를 구석에 떠밀어버리고 그냥 교실을 나가 버렸어요. 그리고 꿈이 깨었죠.


뭐 이런 꿈이 다 있나 싶네요.

결말이 나쁜 건 아니지만, 중고생 6년간 겪었거나 보아왔던 부조리가 다시 생각나서 이것만큼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지고 있어요. 오늘도 여러모로 조심하면서 살아야겠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Dualeast

2016-05-18 10:58:28

잠자는 시간은 휴식 시간인데, 그런 꿈으로 방해받으면 기분이 별로지요.

저런 꿈은 차라리 안 꾸는 게 나은데 말입니다.

마드리갈

2016-05-18 15:15:04

그럼요. 기분도 별로인데다 몸 상태까지 영 그러니 조심을 안 할 수가 없어요.

피곤하지만 어쩌겠어요. 몸에 잘 받지는 않지만 커피를 마셔가면서 버티고 있어요.


그런 때가 있었어요. 갈색 계통의 복잡한 모발색을 보고 불량학생 또는 혼혈로 의심하거나 가슴이 큰 저의 체형을 성희롱의 대상으로 삼거나 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모발색으로 시비를 거는 경우는 없어졌지만 오늘 꿈에서 그런 도발을 보니 10대 때가 생각나서 여러모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어요.

벨라

2016-05-18 20:15:25

텍스트로만 읽어도 차별적이고 폭력적인데 직접 들으셨을 때는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상상도 안 가네요. 오늘 잠자리에 누우실 때는 이러한 꿈에게서 벗어나서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마드리갈

2016-05-18 23:58:29

안녕하세요, 벨라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그 꿈이 하루종일 신경쓰여서 특별히 조심했는데, 그 덕일까요, 오늘은 일단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은 좀 많이 움직여야 해서 더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좋은 말씀에 깊이 감사드려요!!

마시멜로군

2016-05-18 22:22:55

뭔가 꿈답게 뭔가 대화가 횡설수설 하지만 확실히 제가 꾸면 하루종일 기분나쁠듯한 꿈이네요. 갑자기 6년동안 겪은 일이 튀어나온걸려나요.. 저의 경우에는 중학교때 저를 괴롭히는 애를 죽이는 꿈을 가끔 꿔요..

마드리갈

2016-05-18 23:59:40

그렇죠. 꿈 속의 것들은 역시 횡설수설의 연속...


확실히 신경쓰여서 여러모로 언행을 조심했는데, 그 덕분인지 오늘도 무사히 저물어 가네요.

사실 꿈속의 상황이 제가 겪었던 상황과는 몇 가지가 같고 몇 가지가 달라요. 일단 학제, 합격한 대입전형, 교내부조리의 구체상황, 즉석에서 내려진 징계처분 등은 달랐고, 교사의 괴롭힘 방식 등은 동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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