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게임을 정말 즐기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ualeast, 2016-06-27 16:53:32

조회 수
210

자기소개에도 적었지만 저는 유희왕 오피셜 카드 게임을 오프라인에서도 하고 있는 듀얼리스트입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오프 매장에 가서 다른 사람과 게임을 하고 매장 대회에도 꼬박꼬박 출전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1위를 하기도 했고요.


제가 사용하는 덱은 옛날 덱이라 현세대 덱의 효율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서(전략 게임의 자원 관리를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큰 차이가 있지만 자원 관리만 해도 훨씬 차이가 납니다.) 효율로 따라잡을 수 없으니 그 차이가 벌어져서 제가 지기 전에 빠르게 상대를 쓰러트리는 원턴킬 덱으로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그런 전략이 대회에서 통해서 1등을 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오늘 오전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매주 주말 하루종일 매장에 있을 정도로 매장에서 게임하는 게 즐겁기는 한데 이것이 이기는 것을 즐기는 것인가 게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요. 저 원턴킬 덱이라는 것이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기는 것이 지상목표인 덱이라고 볼 수 있죠. 물론 사람이 지기만 하는 게임을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저도 이기는 게임이 좋으니 이기는데 목표를 둔 덱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대회는 결국 우승을 노리기 마련이니 그런 곳에서 이겨나가려면 그런 덱도 필요하죠. 하지만 이런 덱이 다른 사람과 대회 말고 그냥 편하게 하는 프리 듀얼에서도 적합할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대회에서도 저와 듀얼한 분이 듀얼이 끝난 후에 "듀얼한 거 같지 않다."라는 말씀을 남긴 적이 종종 있습니다. 딱히 비하 발언은 아니고 저도 그런 느낌은 받지 않았는데 그냥 시작하자마자 게임이 원턴킬로 끝나버리니 뭔가 게임을 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더군요. 솔직히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도 게임이 좀 피곤해지더라도 밀고 당기는 맛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현재 방영중인 유희왕 애니인 ARC-V에서 주인공의 이상은 "승자도 패자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듀얼"입니다. 승패에 관계없이 즐거운 듀얼이라는 것인데, 저는 듀얼할 때 딱히 부정한 수단 같은 건 쓰지 않았고 어디까지나 규정 안에서 이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정당한 행위만을 해서 상대가 딱히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닐 겁니다.(물론 제가 부주의한 행동으로 기분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지만 부정 행위나 편법을 쓰지는 않았어요.) 저는 확실히 이겨서 즐거웠지만 게임의 과정도 즐거웠나?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러다가 제가 왜 그 덱을 쓰기 시작했는지부터 짚어봤는데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쓰는 테마라서 덱을 짰고, 그 덱으로 대회에 나오는 현세대 덱을 이겨보려고 덱의 구성을 바꾼 겁니다. 그리고 제가 작년 여름부터 굴리기 시작해서 그나마 제가 가지고 있는 덱 중에 가장 잘 굴릴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덱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현세대의 주요 덱을 쓰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덱을 써서 이길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뭐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좀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대회가 아닌 상황에서 듀얼할 때는 다른 덱을 드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오전에 처음 그 생각을 했을 때처럼 고민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볼만하다고 봅니다.


기나긴 넋두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마지막 문단은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다보니까 떠올랐어요.

Dualeast

음악 소설 애니 만화 게임 다 좋아하는 듀얼리스트입니다.

8 댓글

파스큘라

2016-06-28 02:09:23

뭐든 즐기면서 하는거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라고 있는거지, 취미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말전도죠.지금 거의 2년째 플레이중인 마인크래프트 세이브도 이제는 딱히 별달리 할 것도 없지만, 플레이 한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계속 돌리고는 있는데 솔직히 이제는 반쯤 그저그렇네요. 뭐 말씀하신대로 게임은 즐기면서 하는거고, 뭔가 즐겁지 않다던가 그러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요.

Dualeast

2016-06-28 07:07:30

그래서 본문에서도 적었지만 다른 평범한 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대회에서야 제 주력 덱을 사용합니다만. 딱히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니고, 그냥 의문이 생겼던 것뿐이에요. 말씀 감사합니다.

마드리갈

2016-06-29 11:49:58

게임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도 역시 중요할 것이니까요.

그러한 여러 가치들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게임을 또 다른 각도에서 즐길 수 있게 될 수 있을 거예요.


원턴킬 덱에 대한 말씀에서 생각나는 게 있어요.

스타크래프트에서 오로지 이기는 것만을 위한 플레이스타일이 있어요. 극초반러시라고 하는, 일단 최단루트로 값싸게 생산가능한 유닛을 한 부대 만들어서, 상대가 손쓸 틈도 없이 본진을 박살내서 게임에서 이기는 그런 방식이예요. 물론 그 방법을 썼을 때 이기기 쉽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데, 이런 건 솔직히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대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전 그런 것은 아예 하지 않기로 하고 캠페인이나 유즈맵 세팅에서의 플레이만 하게 되었어요.

Dualeast

2016-06-29 22:44:32

역시 제 덱은 사람들과 즐겁게 듀얼하는 건 좀 그래서... 사람들과 대회 외에서 듀얼할 때는 잘 안 씁니다. 제가 좋아하는 테마기는 해도 역시 이기는 것을 위한 덱이라고 봐서요.

Papillon

2016-06-30 00:51:19

음, 게임에서 이기는 것을 즐기는 것과 게임을 즐기는 것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이기는 것에 집착해서 게임 그 자체를 스트레스로 느낀다면 그것은 문제겠죠. 하지만 사람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만큼 굳이 그 둘을 분리시켜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저 자신이 원하는대로 캐릭터 혹은 진영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을 좋아하죠. 이와중에 강하고 약하고는 상관없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잡는 캐릭터나 진영 중에서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캐릭터도 있고, 아이템 역시 쓰레기라고 불리는 것들도 있죠. 물론 이 역도 성립합니다. 이러다보니 저는 협동이나 대전이 주가 되는 게임은 플레이하지 못하고 혼자 즐기는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죠. 이런 저를 보고 제 지인은 게임을 참 재미없게 플레이한다고 말합니다. 남들과 함께 하기도 남들과 싸우지도 못하는 캐릭터나 진영을 어디에 쓰냐는 것이죠. 저와는 반대로 제 지인은 강한 아이템과 캐릭터, 진영을 추구하고 게임에서 이기는 것을 즐기거든요. 하지만 저나 제 지인 중 누군가가 틀렸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 같은 매체에서 좋아하는 분야가 다른 것이니까요.

Dualeast

2016-06-30 01:41:19

그저 즐기는 방법이 다를뿐이죠. 그냥 저도 다른 방법으로도 게임을 즐기고 싶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SiteOwner

2016-07-03 20:02:37

높은 승률을 추구하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방법에 이미 통달하셨기에 다른 쪽으로도 시각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게임이라는 게 반드시 승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계속 지기만 하면 재미를 잃게 되어 금방 떨어져 나가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그런데 TCG 오프라인 대회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보니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치하야후루같은 애니에 나오는 카루타 게임을 떠올렸지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Dualeast

2016-07-03 20:55:09

하기사... 저도 순전히 재미를 위해서 짠 덱이라도 지기만 하면 굴리기 싫어지더군요. 확실히 일리 있다고 봅니다.


TCG 오프라인 대회는 제가 아는 한에서는 대회 시작 전에 참가자에게 덱 레시피를 받고, 무작위로 한번 대전시킨 뒤 각 라운드마다 승점이 비슷한 사람끼리, 총4~5라운드 동안 계속 게임을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승률이 높은 사람 순으로 끊어서 토너먼트를 진행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토너먼트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승점 매기는 것도 매장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인 골자는 대부분 비슷한 걸로 압니다. 일단 제가 아는 유희왕 대회는 이렇네요. 다른 TCG 대회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만. 그나저나 치하야후루나 카루타는 이름만 알고 있네요. 한번 알아볼까.. 

Board Menu

목록

Page 1 / 2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06 5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4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63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4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3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7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42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5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60
5831

모차르트의 미발표곡,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발견되다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9-21 7
5830

장수의학의 발전에 주목받는 동물에 대해 간단히

  • new
SiteOwner 2024-09-20 17
5829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라는 담론이 이렇게 표면화되었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19 21
5828

무선호출기가 화제가 된 레바논의 동시다발 폭발사건

4
  • new
SiteOwner 2024-09-18 64
5827

평온히 추석이 끝나가는 중에 2033년 문제

2
  • new
SiteOwner 2024-09-17 28
5826

의외로 친숙한 페르시아어 어휘와 러시아

2
  • new
SiteOwner 2024-09-16 30
5825

"시골" 이나 "경향(京郷)" 에서 느껴지는 거부감

2
  • new
마드리갈 2024-09-15 36
5824

멕시코의 판사직선제가 초래할 것들

2
  • new
마드리갈 2024-09-14 39
5823

당장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마당에 여름 날씨라니...

4
  • new
마드리갈 2024-09-13 43
5822

생각보니 어제가 9.11 23주기였습니다.

8
  • new
Lester 2024-09-12 132
5821

다른 언어로 접하는 사안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 new
SiteOwner 2024-09-11 45
5820

9월에 섭씨 35도(=화씨 95도)의 더위

  • new
SiteOwner 2024-09-10 47
5819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망한 게임들 소식

3
  • file
  • new
대왕고래 2024-09-09 94
5818

관심사의 도약, 이번에는 양 사육에 대해서 간단히

2
  • new
마드리갈 2024-09-08 52
5817

이런저런 이야기

4
  • new
국내산라이츄 2024-09-07 71
5816

최근에 봤던 기묘한 고양이 이야기

4
  • new
마드리갈 2024-09-07 69
5815

츠미프라, 츠미프라

4
  • file
  • new
마키 2024-09-05 82
5814

늦더워 속에서 생각난 지난 겨울의 축복의 말

2
  • new
마드리갈 2024-09-05 57
5813

여행해 오면서 후회한 것 2가지

4
  • new
SiteOwner 2024-09-04 73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