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년간의 사투리의 평준화

SiteOwner, 2016-07-05 21:09:38

조회 수
153

2010년대의 후반인 지금과 20년 전인 1990년대 후반을 비교해 보면 여러모로 많이 달라진 시대라는 게 느껴집니다.

어떤 변화상이 있었는지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오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투리도 꽤 평준화되었다고.


처음 서울 생활을 했을 때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서울말에서 특정 모음이 이상하게 변화하는 특징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계란, 베개, 배우의 이름 엄앵란을, 서울말로는 겨란, 벼게, 엄영란이라고 발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글자 그대로 발음하면 지방 사람이다, 촌스럽다 하는 것이 당시의 서울말의 분위기. 앞의 두 예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세번째의 예는 완전히 인명 자체를 바꾸어 버리는 것이었고, 이 사례는 실제로 TV 방송에도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는 발음하는 경향은 아예 없다고 할 정도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영남권에서도 특정 모음이 달라지는 현상은 물론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금을 소곰으로 발음한다든지, 다듬다를 다담다로 발음한다든지 하는 것. 이런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간혹 마리를 바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자음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 사례는 더욱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어휘발음 그 자체의 차이는 상당히 좁혀지고 요즘은 억양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 식입니다.


표준어의 어휘가 사투리에 수용되면서 이전의 사투리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로 사투리의 어휘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를테면 쌤(선생님), 아재(아저씨), 정구지(부추) 같은 말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변화에 초연한 어휘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령 또는 지링이라는 말은 간장을 뜻하는 여진어계 어휘인데,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아직 대구 및 경북 서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콩국수를 호남에서는 콩물국수라고 쓰고 충남 태안군 일대에서는 식당을 식관이라고 표현하는데 예의 표현 또한 다른 곳에서는 아직 접한 적이 없습니다.



회고해 보니 언어의 변화라는 게 20년 정도 지나면 확연히 느껴지는 건가 봅니다.

그리고,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군요. 몸 상태는 지금이 가장 좋은데.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마시멜로군

2016-07-06 22:27:03

방언이라.. 그 당시 서울말은 뭔가 어색하네요. 언어는 변하기 마련이긴 하지만요.

익숙한 방언도 있고 어색한 방언도 있네요. 쌤이나 아재의 경우에는 사투리인줄도 모르고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하죠. 그런데 지링이나 식관은 확실히 어색하네요.

SiteOwner

2016-07-07 19:28:45

당시의 서울말은 확실히 미묘한 데가 있었고, 이상한 편견이 여전히 많이 지배했습니다. 심지어는, 서울말을 쓰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사투리를 언어장애라고 규정하는 괴이한 풍조마저 있었습니다. 예의 풍조는 요즘은 찾아보기 아주 힘들 뿐더러, 동의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요.

확실히 몇몇 사투리 어휘들이 조금씩 입지를 넓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건 그렇지 않지만요.

아직 인생을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이렇게 생활 속에서 언어가 변화하는 과정을 회고해 보니 확실히 감흥이 새롭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5896

꼰대와 음모론, 그 의외의 접점

  • new
시어하트어택 2024-11-24 2
5895

오늘부터는 여행중입니다

1
  • new
SiteOwner 2024-11-21 13
5894

멕시코 대통령의 정기항공편 이용은 바람직하기만 할까

  • new
마드리갈 2024-11-20 17
5893

10세 아동에게 과실 100%가 나온 교통사고 사례

  • new
마드리갈 2024-11-19 20
5892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1
  • new
마드리갈 2024-11-18 45
5891

근황 정리 및 기타.

4
  • new
Lester 2024-11-17 63
5890

그럴듯하면서도 함의가 묘한 최근의 이슈

  • new
SiteOwner 2024-11-16 25
5889

이것이 마요나카 철도 사무국의 진심입니다!

4
  • file
  • new
마키 2024-11-15 61
5888

홍차도(紅茶道)

2
  • new
마드리갈 2024-11-14 32
5887

예금자보호한도는 이번에 올라갈 것인가

  • new
마드리갈 2024-11-13 28
5886

마약문제 해결에 대한 폴리포닉 월드의 대안

  • new
마드리갈 2024-11-12 38
5885

이번 분기의 애니는 "가족" 에 방점을 두는 게 많네요

  • new
마드리갈 2024-11-11 39
5884

방위산업 악마화의 딜레마 하나.

  • new
SiteOwner 2024-11-10 42
5883

"N" 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생각없는 용어들

  • new
SiteOwner 2024-11-09 43
5882

트럼프 당선 & 수능과 교육 이야기

4
  • new
Lester 2024-11-08 107
5881

있는 법 구부리기

4
  • new
SiteOwner 2024-11-06 70
5880

고토 히토리의 탄식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4-11-05 47
5879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가는 건 일단 맞게 보이네요

3
  • new
마드리갈 2024-11-04 52
5878

중국의 비자면제 조치가 도움이 될지?

5
  • new
마드리갈 2024-11-03 82
5877

아팠던 달이 돌아와서 그런 것인지...

2
  • new
마드리갈 2024-11-02 5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