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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창작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

Papillon, 2016-07-22 01:19:22

조회 수
349

어떤 작품을 평가하는 장소에서는 작품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비판의 강도에서도 비판의 이유에서도 다양하죠. 누군가는 거의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하는 반면 누군가는 이성적인 비판을 합니다. 누군가는 창작자나 관련자 때문에 비판하는 반면 누군가는 작품 자체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런 비판에 대한 반응도 다양해요. 단순히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지녔다고 보는 경우도 있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예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사람들을 비꼬거나, 수준이 낮다고 욕하거나, 보지 말라고도 합니다. 

이런 욕설과 비꼼, 그리고 보지 말라는 발언이 논리적으로는 옳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렇다고 아주 이상한 말도 아닙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해당 부정적 판단의 근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일본의 소년 만화 “블리치”는 특유의 허세와 턴제 배틀 때문에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걸 좋아하는 팬들 역시 많은 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식의 비꼬기나 욕설은 이해할 수 있어요. 일반적인 경우에 한정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 이상하지 않은 행동을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상의 관련자, 특히 창작자가 그들입니다. 

저의 외조모께서는 전통 무용가이십니다. 관련 분야에서는 유명하신 분이시죠. 그리고 돌아가신 외조부께서는 외조모께서 추신 춤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연구하시는 무용연구자이시자 비평가셨습니다. 저희 외조모께서 추신 춤은 지금 와서는 일종의 전통무용으로 취급받습니다만 과거에는 새로운 무용으로 취급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시선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죠. 외조부와 외조모께서 공연 회의에 참석하셨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무용가가 말했다고 하더군요. 관객들의 수준이 낮으니 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외조부께서는 역성을 내셨다고 하시더군요. 감히 오만하게 관객 분들을 수준 낮다고 발언하고 그들의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 너는 예술가로서 엄청나게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발언이었다고 합니다. 그 분은 예술가가 예술가로서 있을 수 있는 근원은 관객에게 있다고 보셨거든요. 저는 저의 외조부의 시선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예술가가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관객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요? 그것은 기본적으로 예술의 가치는 온전히 관객이 부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다비드 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죠. 다비드 상은 훌륭한 예술 작품입니다. 그것에 대해서 제가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다비드 상을 굉장히 가치 있는 대상으로 여길 겁니다. 그걸 살 수도 없겠지만 만약에 살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가격이 매겨지겠죠. 그런데 이 다비드 상을 그대로 보존해서 매드맥스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가져간다고 가정해봅시다. 과연 그 시대의 사람들은 다비드 상에 어떤 가치를 매길까요? 그런 세계에서 다비드 상은 기껏해야 돌덩이 정도로 여겨질 겁니다. 건축하는데 부족하다면 부수어서 건축자재로 사용될 수도 있고 무기가 필요하다면 팔다리를 잘라서 휘둘러댈지도 모르겠죠. 어처구니없는 결과지만 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다비드 상이란 것은 결국 대중이 매긴 가치를 제외하면 단순한 돌덩어리에 불과하거든요. 이는 다른 예술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중이 가치를 매기지 않는다면 책은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아도 단순한 잉크와 종이에 불과해요. 디지털 그림은 단순한 0과 1의 전기 신호에 불과하고 아름다운 가구는 단순한 목재에 불과합니다. 그들의 가치는 대중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해당 물건의 소비자에게 달려있어요. 때문에 그들이 좋아하는 작품은 가치가 올라가고 싫어하는 작품은 가치가 내려갑니다. 이는 대중적인 작품일수록 정도가 심해지게 되죠. 

이런 시점에서 볼 때 창작자가 그걸 소비하는 소비자층에게 비꼼을 던지고 싫으면 관두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네, 그건 자해행위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창작물이 지닌 가치를 그리고 그 가치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죠. 그렇기에 결과를 생각하면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발언입니다. 그렇다면 가끔 이런 발언을 하는 창작자들은 대체 왜 그럴까요? 세세하게 따진다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보통 둘 중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오만 혹은 우둔이죠. 오만은 작가가 팬들에게 칭송받다보니 자신이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대상, 즉 물이나 식량 같은 생필품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 경우입니다. 이런 작가들의 마인드는 간단해요. “네가 감히 안사고 어쩌겠느냐?” 혹은 “네가 안산다고 해도 내 작품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작품의 가치는 수직하락하게 되고 이들의 오만은 처참한 결과로 다가오게 되죠. 우둔은 좀 다른 케이스로 본인이 화가 나서 참지 못했기에 한 발언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이쪽은 오만보다는 그래도 정상참작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심한 타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어요. 특히 상대가 이성적으로 말했는데 이렇게 반응했다면? 오만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창작자가 아마추어 동인 작가라면 이 가치 깎아먹기의 결과는 최소한으로 다가옵니다. 어쩌면 단순히 본인이 욕을 먹는 정도로 끝나겠고 최악의 경우라고 해봤자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는 정도겠죠. 그렇기에 스스로 그런 결과를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다면 그렇게 말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본인이 그 대가를 치르겠다는데 뭘 어쩌겠어요. 그런데 프로가 되면 좀 사정이 복잡해집니다. 그렇게 작품의 가치가 깎이게 되면 타격을 받는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게 되거든요. 한 번 삽화가 들어간 소설로 예시를 삼아보겠습니다.

삽화가 들어간 소설의 작가가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졌죠. 과연 누구에게 피해가 들어올까요?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삽화가입니다. 해당 작품의 가치는 둘이서 나누는 것인데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자기 작품의 가치도 떨어졌거든요. 
출판사 홍보팀에게도 피해가 옵니다. 그 소설을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시간을 쏟아왔는데 그냥 물거품이 되어버렸네요. 이 사람들 엄청 허망할 겁니다. 
그 이후 출판사에서 줄줄이 피해자가 나오게 됩니다.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편집자.
부적절한 인선 등용으로 책임을 지게 될 공모전 심사위원.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 출판사의 운영진들.

그 작가는 이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할까요? 아니 애초에 보상을 할 수 있을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소비자가, 대중이 늘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주장은 헛소리에요. 그런데 대중이 창작자를, 더 나아가서 창작자가 속한 직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애초에 창작자가 지닌 가치를 부여해준 것은 바로 그들이거든요. 그렇기에 프로 창작자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가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사고를 치는 창작자들도 있지만요.
Papillon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24 댓글

팔라이올로고스

2016-07-22 01:53:57

안그래도 관련으로 글한번 써볼까 했는데 파필리온님께서 멋지게 정리글을 올려주셨군요. 사실, 인터넷 돌아다니다 이런글을 봤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동인계출신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꼬우면 사지마'로 끝나는 동인계의 습성을 프로에서도 적용하려드는 경우 역시 많다."이글을 보니 그게 생각나는군요.

Papillon

2016-07-22 02:48:18

동인작가 출신이라서 보이는 행보가 아닙니다. 당장 제 외조부 님의 일화에 나오는 무용가는 동인작가라서 저런 행동을 보인 것이 아니니까요. 더 중요한 것은 프로 의식의 문제+선민의식에 가깝죠.

파스큘라

2016-07-22 11:52:48

본문과는 좀 다른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어떻게보면 외조부님의 일화와 상통하는게 훈민정음 창제 반대 상소가 올라올때 정창손이 "어차피 무지렁이 백성들인데 번역까지 하며 가르쳐봐야 뭐하냐"라고 했다가 열받은 세종대왕이 "네놈이 그러고도 선비냐"라고 일갈하고 파직시켜버렸죠.


사실 원피스의 히루루크의 대사 죽는다는건 잊혀진다는거야 라는 대사도 곱씹어보면 결국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을 가져준다는 그 자체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외 요새 일본 실사영화, 특히 진격의 거인 제작 스태프 쪽에서 할리우드 어쩌고 제작비가 어쩌고 궤변을 늘어놓던데 보지도 않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냥 궤변으로밖엔 안들리더군요. 조지 로메로: 제작비가 뭐 어째?

Papillon

2016-07-22 14:14:21

애초에 유학 자체가 교육을 통해 사람이 바뀐다는 걸 전제로 시작한 학문인데 그걸 부정한 순간 이미 유학자이자 선비로서 자격이 없는거죠. 자기가 공부하는 사상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부족한거니까요.


사실 제작비가 적은 거로 불만을 느끼는거야 문제는 없는데 그걸 말하는 방법이 잘못되었죠.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제작비가 적어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걸 계기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면 괜찮았을텐데 부정적 평가를 한 평론가를 보고 "저 바보를 데리고 온 건 누구냐~"같은 발언을 해댔으니 답이 없죠.

셰뜨랑피올랑

2016-07-22 13:01:47

아래 작성하신 글과 연관성 있는 사건에서 보고 글을 쓰신거라면 제 생각은 좀 다르네요. 창작자를 떠나 상대방이나 타인을 낮잡아 보는것부터 터부시 되어야 합니다.  기본적 이론이죠. 하지만 창작이란건 예술의 범위기도 하고 굳이 예술분야가 아니라도 현대엔 '다양성'이란 것이 크게 중시 됩니다. 


기본적 이론이 통상적 전제임엔 틀림 없지만 여러가지 사례가 복합적으로 적용 될 수 있단겁니다. '꼬우면 보지마'가 비논리적이란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이것이 비판점이 있단것과 별개로 작가의 기존 방식을 좋아하던 독자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춤이나 그림 등의 예술이라면 그 범위가 무궁무진하니 대체재가 없다거나, 시장을 장악하거나 독식할 우려가 큰 경우랑 성격이 전혀 다르죠. 한마디로 '갑질'을 할 수도 없고, 갑질을 해도 효용성이 없단 것입니다

그리고 되려 그런 태도를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여러 밴드 등 아티스트나 스타가가 과격한 발언이나 스탠스를 취해 호응을 얻고 이슈가 될 수도 있죠.

또 작성하신 아래글과 연계되는 해당 건에서 단순 독자와 작가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술한 복합성이란 것이 그런겁니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있고 상관관계가 몹시 다양합니다

전후사정 역시 복잡하죠. 당시 작가는 자신의 창작활동 그 자체보다 그 외부적 요인으로 마찰이 컸고 그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창작자와 독자의 문제로 볼게 아니라 창작자 누구와 독자 누구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사례를 중점으로 두고 본문을 작성한거라면 저랑은 사건을 보는 시작점부터 다른거 같고 그렇기에 크게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아랫글과 더불어 하고픈 말이 많은데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아 급하게 핸드폰으로 적었습니다. 그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셰뜨랑피올랑

2016-07-22 17:24:45

범죄가 아니니 다릅니다. 자유란 그런거니까요. 트위터로 말하는게 범죄도 아니고, 약간의 무례 혹은 저돌적인 자주적 행동은 범죄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 발을 밟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낸 일은 정중히 사과하고, 구두 값등을 변상하면 되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는 상해나 타인의 물건을 망가뜨린 범죄일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발언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창작자 본인이 자유를 행사하고 그로 인해 업계에 못 들어오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그건 순전히 개인적인 일입니다. 제가 달걀 프라이 반숙을 평생 못먹을 몸이지만 그게 제 개인적인 일인것처럼. 그것이 옳지 않다 생각하면 싫으면 본인은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자유니까요. 그리고 창작자가 뭘 어떻게 더 우대 받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직업에겐 각 특수성이 있을 수 있는거 아니겠나요. 말씀하시는 우대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보통 회사랑 계약 전후의 근로의 형태가 상이하고, 대개 프리랜서 성격을 띄며, 재택근로인 경우기 잦고 대응 되는 고객이 예술을 이용하는 감상자이기에 나타나는 특성이라 생각합니다.

Papillon

2016-07-22 15:35:15

저로서는 조금 의문입니다. "처벌이나 계약파기로 책임을 질 수 있다"라는 것은 "범죄를 저질렀으면 법적 처벌을 받아서 책임을 질 수 있다"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보이거든요. 창작자 본인은 그걸로 처벌을 받고 다시는 업계에 돌아오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책임을 진걸까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 사람은 책임을 배신한 대가로 처벌을 받은 것이지 책임을 다한게 아니에요. 경제적 손해는 해당 창작자에게 주던 금전을 더 이상 지불하지 않거나 되돌려 받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해당 창작자를 기용한 대가로 이미지가 나빠진 회사는요? 해당 창작자를 기용하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업계 내에서 신뢰도가 떨어질 인사담당자는요? 해당 창작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리 능력을 의심받거나 징계를 받게 될 해당 창작자의 담당자는요? 해당 창작자의 행적 이후에 업무를 맡을 때 더 까다로운 절차를 밟게 된 다른 창작자들은요? 그 사람들의 미래를 단순히 본인이 그만두거나 처벌받는 것만으로 책임을 졌다고 할 수 있나요? 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일개 개인은 무슨 짓을 해도 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어요. 그렇기에 프로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발언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입조심은 창작자 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업계든 프로는 이런 식으로 직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행동을 조심하죠. 이것은 실제 직업정신 교육에서 배우게 되며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풍조인 "프로게이머"들이나 스포츠 선수들 역시 이런 교육을 받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특히 까다로운 정치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죠. 저 자신도 아마추어지만 창작을 하고 있고 창작자가 꿈이긴 합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이 어째서 다른 직업보다 우대를 받아야 하는 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셰뜨랑피올랑

2016-07-22 15:12:42

저는 그런 과격한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예의인가, 아닌가로 따지면 최소한 전자는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럴 자유 역시 있다고 판단합니다. 일례로 댓글에서 거론하신 작가역시 무척 싫어하지만 그의 행동은 자유입니다. 그리고 그 행동으로 명백한 경제적 손해가 발생했다면 인과관계를 입증해 처벌이나 계약파기 등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겁니다.

Papillon

2016-07-22 14:08:53

 해당 사안만이 아닌 일부 창작자의 프로의식 부재에 대헤 전체적으로 논한 글입니다. 올린 거야 얼마 되지 않지만 사실 과거 유미즈루 이즈루(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작가)가 트위터에 연재 안하고 노다니면서 트윗하는 걸 지적한 독자에게 "버러지 같다"라고 발언했을 때 쓴 글이거든요. 


"꼬우면 보지마!"라는 주장이 비논리적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 본인이 꼬우면 보지말라고 선언하는 것이 문제인거죠. 작가 본인이 '어차피 나의 방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내 작품 안볼텐데 뭘~'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 생각을 본인 작품에 담아서 창작 방향성을 지키는 것도 괜찮죠. 어떤 의미로는 바람직한 방향성입니다. 사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그건 자유인데 뭐라고 탓할 수 있겠어요? 문제는 프로 창작자의 경우 "어딘가에서 돈을 받고 있다"라는 겁니다. 그것이 프리랜서든 어딘가에 소속된 창작자든 이건 자기가 소속된 직장에 피해를 입히는 결과로 돌아와요. 요컨데 본인만 손해를 입고 끝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동인작가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문에 언급했죠? 피해 입는 것은 기껏해야 본인 뿐이니 동인 창작자는 그래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회사에 소속되어 있거나 회사와 계약하고 있는 프로 창작자는 어떨까요? 한 번 해당 창작자를 고용한 혹은 해당 창작자와 계약한 업체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그들 입장에서는 해당 발언은 단순히 "꼬우면 내 작품 보지마"가 아니에요. "꼬우면 해당 회사에서 발매한 제품을 소비하지 마세요."라고 자신들에게서 돈 받고 있는 사람(단순한 계약 관계든 아니면 고용 관계든)이 발언한 겁니다. 이건 단순히 개인의 의사 표현 이전에 회사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는 발언을(실제 그런 결과가 나오든 아니든) 해버린거나 다름 없어요. 그리고 그런 발언을 하면 해당 창작자와 관련된 인물들은 문책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걸 고려하지 않겠다는 건 터무니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행동이에요.

Papillon

2016-07-22 18:17:16

셰뜨랑피올랑 님/ 1. 불법이 아니기에 다른 경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사이트 규정을 어기는 것은 자유이며 다른 회원이 이에 의해 불편을 겪더라도 추후 처벌받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이다."라고 바꿔 생각하주시면 되겠습니다. 일반적인 직장은 고용자가 개인적인 사유로 직장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자제시킵니다. 굳이 직장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들도 이런 내용이 계약에 명시되어 있거나 암묵적인 규정으로 지켜지는 내용이에요. 이 부분도 법규가 아닌 단순한 사규나 계약, 혹은 암묵적 약속에 불과하니 어겨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2. 발언 자체는 개인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로 공적으로 묶인 다수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건 이미 개인적인 일이 아니죠. 예를 들어, 셰뜨랑피올랑 님이 달걀 프라이 반숙을 못먹는 것은 개인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달걀 프라이 반숙 요리를 거부하는 일 역시 개인적인 일이죠. 하지만 반숙 달걀 후라이 반숙 요리의 광고 모델이 된 상태에서 이를 지적받자 "네, 저는 먹지 못하는 요리입니다. 요리를 먹지 못하는 모델이 모델을 한 게 불만이면 사서 먹지 마시든지요."라고 하는 건 개인적인 일이 아닌 홍보 모델이 홍보에 악영향을 끼치는 회사 내의 일이 됩니다. 


3. 현재 창작자들이 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셰뜨랑피올랑 님의 주장대로라면 작가들에게 우대를 주자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이는 다른 대부분의 프로들이 공통적으로 지키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허용하려면 모든 직업에게 자유롭게 허용해야 하죠. 


4. 근무 형태가 다르기에 가능하다고 하기에는 마찬가지로 스포츠 선수나 프로게이머 등처럼 일종의 계약으로 돌아가는 직업들도 같은 규칙을 지키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대중들과 더 거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해당 규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건 단순 아마추어들 뿐입니다.


5. 트위터로 내용을 한정하시는 내용이 있으셔서 첨언하자면 트위터라는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공개 발언"의 문제입니다. 그 차이를 명확히 해두고 싶어요.


6. 출근길에 쓴 내용이라 다음 날까지는 답변이 불가능한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다만 1번에 대해서 그 역시 자유라고 생각하신면 아무래도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평행선이라서 더 이상 토론을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군요. 

셰뜨랑피올랑

2016-07-22 18:53:57

1. 흠 뭔가 불편해하신거 같은데 전 무례한 행동을 적극 권장하거나 실례를 '자유니까'해도 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자유니까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태도를 고수하거나 행사하는 사람이 자유를 가졌기에 그런 행동을 할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는 겁니다. 팔을 몇도 각도로 꺾고, 발을 몇cm들어라 등등 그런걸 일일이 규정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니라면요. 그리고 그 전후사정과 세부에 따라 그 무례나 실례에 찬성을 할 수도 반대를 할 수도 있겠죠.


2. 특정제품을 홍보하고 알리기 위해 고용 된 홍보모델과 작가와 연재처 편집장은 전혀 다른 위치입니다. 반숙 프라이 예시는 어떻게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고,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소하기도 한 개인이 알아서 해야하는 개인적인 일이란 예시였을 뿐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3. 제 의견이 왜 우대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누군가는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고, 그게 싫으면 마찰을 피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제 의견을 왜 우대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상술했듯 직업의 특이성에서 오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작가들이 그럴수 있다면 회사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뭐 좋다고 우대를 왜 해주겠나요.


4. 같은 규칙을 지킨다는게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에게 실례를 끼치지 않고, 낮잡아 보지 않는건 기본 전제임에 틀림 없다고 긍정했습니다. 위에서 회사원도 마찬가지라고 했으니 말 줄입니다. 


5. 공개발언의 구체적 범위를 정할 수 있나요. 방송전파를 통해 말한 것이 아닌이상 공개발언이란 범위에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셰뜨랑피올랑

2016-07-23 12:51:11

댓글이 작성 된 것을 확인 하였으나, 현재 자세한 답변은 불가합니다.

또한 제가 수정하는 중 답변을 주셨는데 시간이 되시면 다시 한번 읽어주세요. 저 역시 차후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Papillon

2016-07-23 12:33:43

퇴근 후 잠들기 전에는 리플이 올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 답글을 달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달게 되는군요.

일단 잠들기 전이라 좀 몽롱해서 그렇게 느끼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셰뜨랑피올랑 님과의 논쟁은 의견이 갈려서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일어난 것 같습니다.


우선 일차적으로 제가 본문에 쓴 논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로 창작자는 자신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지녔더라도 소비자에게 대놓고 욕설, 비꼬기, 사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과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2. 1의 첫번째 이유는 예술의 근본적인 성질 때문으로 예술은 소비자가 없으면 가치 자체를 부정당하는 존재이기에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욕설, 비꼬기, 사지 말 것을 요구하는 행동은 일종의 자해행위에 불과하기 떄문이다.

3. 1의 두번째 이유는 프로로서 일으킬 수 있는 파급력 때문이다. 프로가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향한 욕설, 비꼬기, 사지 말 것을 요구하는 행동은 그것이 작든 크든 계약자 측에 피해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개인이 완벽히 책임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셰뜨랑피올랑 님과 저의 의견이 본격적으로 갈리게 된 부분은 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셨냐에 대한 것이죠. 저는 "해서는 안 되는"이라는 부분을 "친구를 괴롭히면 안 돼요." 같은 의미로 판단하고 쭉 토론에 임했습니다. 요컨데, 그것을 완전히 제어하자는 것도 아니고(애초에 제어할 수 있다면 그런 사건들이 터지지도 않겠죠) 어떻게든 수단을 써서 직접적인 제어를 시도하자는 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프로라면 해당 행동을 했을 때 여파가 크고 그러니 그 여파에 휘말릴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됩니다." 정도의 의미였죠. 이에 반해 셰뜨랑오뜨랑 님의 경우 저의 발화에 대해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며 그것을 강제로 제약받아야 하는 항목"으로 받아들이시고 이야기하신 것 같습니다. 그 이후의 논쟁은 기본적으로 이 인식 차에서 벌어진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은 자러가야 해서 이상 마치겠습니다. 잠을 전혀 자지 않고 저녁부터 오늘 아침 9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니 힘이 드는군요. 그 이후에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 언제 돌아올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셰뜨랑피올랑

2016-07-23 11:43:11

 말씀하신대로 피해가 갈 것이라고 예상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건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거나 그 외의 계약사항과 그를 비롯한 지시로 규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피해가 갈 것이니 하지말라는 말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폭력적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디서까지 조심해야하는 건지 하나하나 알려주실 수 있나요. 계약 이전과 별 다를 바 없는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모두가 거부하지 않는 규정을 제시할 수 있는가 입니다. 또한 차별과 혐오가 있는 환경에선 그것을 구실로 작가 개인의 신념, 정치적 사상, 성별, 인종 등이 탄압 받을 수 있습니다. 대중이나 우리 고객이 싫어하니 흑인인 것을 티내지 말아달라, 못생긴 여자는 본능적으로 선호도가 낮을 수 밖에 없으니 여자는 화장을 하고 다녀라, 목소리가 탁해서 다른 직장동료들 근무환경이 저해 된다, 네가 트랜스젠더 혹은 동성애자인게 들키면 소문이 안좋으니 해고하겠다, 우린 캐주얼 산업인데 네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 젊은층의 호응을 못받으니 해고 하겠다 등. '프로의식 준수', '폐를 끼치지 않게'라는 미명 하에 차별 받고 탄압하는 것을 경계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프로의식 준수를 위해 계약사에 피해 줄 행동을 하지말자'라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화제에 저는 선듯 '네 그럽시다'라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 이전에 자유가 보장 되어야 합니다.  법을 들고 오셨는데,  자유롭게 행동하고 그것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바로 이 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주관적인 영역이 아니다'라는 근거로 들고 오신거라면 법이란 원래 사람들이 만들어가 주관적 의지가 있습니다. 또한 제가 상술했듯 자유가 있다면 그 법에 반대를 하거나 이의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명예훼손죄, 간통죄, 단통법, 아청법 등은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것에 대표적인 법이라 할 수 있겠고,  모든 법은 시민들의 주관적 판단이 될 수 있는 대상입니다. 규정이나 법이 기준이라 하여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객관적이거나 중립적, 혹은 '진리'일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법의 정당성이나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 영역입니다.  당장의 사례를 들자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그외 법의 준수를 '프로의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주관적 해석입니다. 최소한 예시로 들고 오신 대한민국 법에서는 '프로의식'이란 어휘를 거론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이에대해 '법을 지키고, 프로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저 법을 지키는게 프로의식의 이행은 아니다.'라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또, '진리'는 아니지만 저 역시 기본원칙이나 규제는 지켜야 하는게 '기본'이라고 여러번 말했습니다. 저는 규율이나 법을 어기는 것을 권장하지 않으며 되려 자유를 행사하고 법적이나 규율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며, 그것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 전후사정 등 여러 복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프로 창작자는 예외 될 수 있다거나 한 적도 없고, 직업의 특이성에서 오는 갑질 불가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죠. '갑질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 = 갑질을 해도 된다' 가 아닙니다. 일례로 창작자 외의 스타들 이야기도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같은 답변이 나오는데 이를 정리하겠습니다.

  1. 규율, 법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제 주관적 생각)
  2. 사람이므로 과실과 잘못으로 규율, 법에 저촉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현상, 사실) 
  3. 또한 현대사회에선 단순히 사건, 논란하나가 아니라 그 전후사정과 상관관계가 매우 복잡하여 명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현상) 그러므로 신중해야한다. (제 주관적 생각)
  4. 그렇기에 명백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입증하여, 법과 규정을 기준으로 사건의 복합성과 전후사정을 고려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사실)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제 주관적 생각)
  5. 규율이나 법을 어기게 되는 것, 혹은 맞서는 것으로 호응을 받을 수도 있다. (현상, 사실) 규율과 법 역시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불완전하며, 자유가 있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현상, 사실)
  6. 자유/자유를 행사 한다는 것은 권리/ 권리를 행사 한다는 것과는 다르며 자유를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제 주관적인 생각)

입니다.

Papillon

2016-07-23 09:40:40

제가 언급하는 프로의식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프로로서 일할 경우, 자신과 계약 관계를 맺은 회사 혹은 자신이 직원으로 일하는 회사에 피해가 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를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말씀하시는군요. 그래서 저 역시 혹시라도 제가 주관적인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번 관련 규칙이나 법규에 대해 제대로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단순히 제 주관적인 관점이 아닌 민법에 명시된 내용이더군요. 
민법 제 2조인 신의성실의 원칙은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 이를 구체적 법류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91다 36642)라는 내용입니다. 요컨대 상대방과 계약 관계에 있을 경우,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무나 권리를 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군요. 
이 신의성실에 반하는 경우를 판단할 수 있는 내용 중 하나로 사정변경의 원칙이 있습니다. “이른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제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고,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라 함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으로서, 일방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계약의 성립에 기초가 되지 아니한 사정이 그 후 변경되어 일방당사자가 계약 당시 의도한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내용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 2004다 31302)가 해당 내용이죠. 즉, 계약 성립 당시 예측할 수 없던, 계약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정이 발생해서 계약을 그대로 이행시 당사자가 객관적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위의 두 내용을 프로 창작자와 해당 창작자의 계약사에 적용해봅시다. 계약사와 창작자라는 이름은 좀 불편하기에 편의상 작가와 출판사의 관계로 내용을 좁히도록 하죠. 둘의 계약은 작가의 작품을 베이스로 둡니다. 출판사는 해당 작품이 충분한 상품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불하는 대가로 판권을 얻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대가로 고료를 받습니다. 이 작가의 원고는 예술 작품이기에 그 가치는 소비자의 판단에 완벽하게 좌우됩니다. 그렇기에 모종의 이유로 소비자의 판단 준거가 크게 바뀔 경우, 작품 가치는 크게 변동되며 원고의 상품 가치를 베이스로 한 계약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작가가 사적으로 소비자와 싸우던 도중에 조롱이나 욕설, 혹은 “싫으면 사지 말라”라고 말한 사실이 공개되었다고 봅시다. 이 경우, 소비자에게 작품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판단할 준거가 제공되며 작품의 상품 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이는 계약의 지표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며, 출판사가 계약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사태이고, 출판사의 책임이 아닌 온전한 작가의 책임입니다. 이 경우 작가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으며 출판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수행할 권리가 생깁니다.

저는 프로라면 계약 및 고용관계에 있어서 누구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프로 창작자 역시 예외가 아니에요. 셰뜨랑피올랑 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하신다면 저희 둘은 기본적으로 같은 것에 동의하고 있으며 세세한 차이를 보일 뿐이죠. 반대로 반대하신다면 둘의 주장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지 더 이상의 토론은 무의미해요.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속적인 토론은 힘들 것 같군요. 그렇기에 제가 생각하기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혹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으면 토론의 의미가 없다고 보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토론에 참여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P.S. 저번 리플에서 제가 불편해보인 것은 셰뜰랑피올랑 님 의견 자체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라 마침 하고 있던 일이 안 풀리고 있어서 보인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셰뜨랑피올랑

2016-07-23 01:29:50

밖에서 급하게 적느라 내용 보충 합니다.


1. Papillon님께선 제가 말한 것을 지나치게 비약하시고,  '규정을 어긴 자가 있고, 그 규정을 어긴 자가 처벌 받았으면 그걸로 끝이냐?'라고만 하시는데 오직 결과론에만 입각한 시각입니다.

만약 예를 들어 제가 어떤 행동을 했고, 그 것이 사이트 규정에 저촉되는지 구체적으로 판정이 난해할때 여러 갑론을박이 오갈수 있습니다. 저는 제 자유의지로 행동하였으니 이에 제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타인이 제 행동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듯요. 그리고 그렇게해서 사이트 운영진이나 관리자에게 경고후 처벌을 받을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전자라면, 처벌을 받았으나 제가 마땅히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만 해야하나요? 전후사정과 선례 등 상세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안입니다.예를 들어 제가 빨간불인 횡단보도로 달려가 차에 치일뻔한 사람이나 개를 구하는건 무단횡단이겠지요. 규율을 어긴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전후의 사정이 비도덕적이라고만 비난 받아야 할까요? 어떤 이는 도리어 구해주려던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었다거나, 고작 개 하나 때문에 일을 키웠다고 지적할 수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떤 이는 전후사정을 고려해서 선처를 하거나, 도리어 칭찬을 해줄 수도 있을겁니다, 사람이니 필연적으로 과실을 저지르거나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처벌로 책임을 진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온전히 지지 못했는가는 당연히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사회작용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절차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장 근원적인 지적인데 규정을 '어겼다'라며, 논란 혹은 이슈가 되는 행동을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전제하고, 결론 짓고 계십니다.

어떤 사례에서, 언제, 누가 무슨권리로, 왜, 누가 무엇을 '어겼다'라는건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당연하게 '어겼다'라고만 하시니까요.

'누가 나쁜짓을 했어요. 그 사람 나쁘죠?'라고 하시는데 '아니요. 착한거 같아요'라고 할 수는 없죠.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이에 대해 '네. 나쁜거 같아요.'라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유'/ '자유를 행사' 한다는 것은 '권리'/'권리를 행사'한단 것과 전혀 다릅니다. 자유를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권리였는가, 권리가 아니였는가 판단하는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입니다. 권리가 아니라고 해서 자유가 아니라거나, 일방적으로 자유를 박탈할 순 없습니다.

당연히 규율을 지켜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사회, 소통작용을 하는 인간이라면 규율에 대해 여러 생각을 가질 수 있고, 과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건의를 할 수 있으며 규율에 이의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2. 오직 특정물품을 홍보하기 위해서 고용된 홍보 '모델'과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와 연재처, 개최지는 전혀 다른 비유입니다.

창작자가 그 개인이 홍보대사나 홍보모델로 활동하지 않는 이상 절대 비교 될 수 없는 사안이지요.

홍보를 하기 전후로는 홍보하는 브랜드를 위해 까다로운 계약조건을 내겁니다. 당연한 도덕적 행동(혹은 역으로 비도덕적 행동), 구체적인 비주얼 스타일 지시, 말투, 행동, 식습관, SNS활동 등등.

이에 대해 서로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동의를 했다면 계약을 이행하여야 합니다. 홍보와 이미지 선전 그 자체가 목적이니 당연히 이미지를 무너뜨리는건 보다 구체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습니다.

단순 창작자라면 그 사람이 홍보와 이미지 선전을 위해 기용 된 홍보모델과 같은 엄격한 의무를 행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사사례로 우리나라 메이저 항공사에서 스튜어디스들의 행동규제가 지나치게 자세하여 너무 가혹하다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3. 4. 5. 또한 '우대'라는 표현을 쓰시는데 우대는 기본적으로 차별이 전제 되어 있어 제 의견을 완전히 곡해하고 있습니다. 직업간의 특이점이 있고, 같은 직업군이라도 성향과 전개에 따라 친대중적이거나 마니악한 팬덤이 있거나 할 수 있습니다.

예술과 창작이라는 범위에서 저는 '갑질'이 어렵고, 갑질을 하더라도 효용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갑질을 해봤자 실익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거에요. 이는 '우대'랑은 도리어 거리가 먼 주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본문에 적으신 말씀대로 감상자가 있어 예술이 성립한다는게 통상적이니까요.


 규칙이나 규율이라며 '프로의식을 가지자'는 암묵적 합의를 거론하시는데 그 프로의식이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고는 말 안해도 아실 겁니다.

셰뜨랑피올랑

2016-07-24 12:36:55

  1. 그러니 저는 그 부분에 함부로 찬성할 수 없습니다. 창작자도 하나의 인격체고, 창작자 이전의 인격과 인권이 있습니다. 예술가나 창작자, 혹은 노동자들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고 자부심을 지녀도 되지만, 역으로 예술가, 창작자, 노동자이기 이전 역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거론한 '자유'란 것이 그런 의미입니다.
  2.  1.의 첫번째 이유란건 개인적인 예술론에 입각한 시선이니, 별 다른 말 하지 않겠습니다.
  3.  두번째 이유에 대해서 저는 자유가 있으니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분쟁과 피해 등은 규율과 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굉장히 광의적으로 적용 되므로 이것으로 끝! 책임 다했다! 라고 단언 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회사에선 기준점을 두고, 모두의 자유를 존중하며, 최소한의 추궁이나 사회 책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계약사에게, 관계자에게 피해가 가니 하지말아달라'라는건 지나치게 광의적이며 폭력으로 적용 될 수 있기에 저는 함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예술가를 비롯한 시민의 탄압은 그렇게 이루어졌으니까요.


이전 작성글로 미루어 보아, 최근의 사건에 영향을 받아 작성하신 글이라 생각하고 계속 말하겠습니다. 해당 건은 작품이나 창작활동 그 자체에 대한 화제보다는 철저히 외부 사건이 중심이며, 직접적 계기입니다. 이에 독자라는 B가 작가인 A에게 반발하고, 작가인 A도 독자 B에게 반발하는 것이 주입니다. ?인과관계를 역으로 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누가 먼저 잘못했다, 누가 원인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니까.? 독자(소비자)와 의견, 생각, 신념이 다르다고 해서 작가(공급자)가 입을 다물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다만 사람에 따라 이를 권장할 수는 있겠죠.) 제가 '계약사, 관계자에게 피해가 가니 하지말아달라'라는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고 한것이 이것입니다. 그것이 작가/노동활동에 상업적으로 유리한가, 그 개별의 대응 하나하나가 도덕적이고 올바른 과정과 결과였는가 등 결과의 평가 이전에 그럴 자유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자유란 것이 있고, 사람과 경우의 수는 워낙 다양하니 개중에는 과격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태도에 호의를 표하거나, 강렬히 비판 할 자유 역시 있으니까요. 더욱이 해당 건에서는 작품이나 창작활동, 즉 노동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외부적 요소에 대한 사견들이었습니다. 이에 B가 A라는 작가의 직업을 문제삼아 공격을 한다면 그게 '너는 알바(직원)이니 소비자인, 고용자인 나한테 굽신거려야야해'라는 갑질과 뭐가 다를까요. 


"친구를 괴롭히면 안 돼" 동의합니다. 규율로 삼아 마땅하고, 저는 규율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개를 괴롭히는 친구를 발견해서 그 친구를 말린다고 합시다. 그 친구는 개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노는거였다 생각하고?혹은 실제로도 개는 괴롭힘 당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고? 있었으며, 그 친구는 저로인해 괴로웠고 저에게 괴롭힘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복합적이지요. 일단 제가 친구를 말리는 과정에서 악의가 있었는지, 악의가 있다 하더라도 말리는 행위 자체는 정당하였는지, 그 말리는 수단이 옳았는가, 옳지는 않았더라도 최선이었는가, 친구와 노는 동안 개는 괴롭지 않았는가, 개를 괴롭히던(혹은 놀던) 친구역시 악의는 없었는지. 복합적이고 함부로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례는 이 이상으로 복잡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당연하고 착하고 좋은 말?일반론?에 복합적이고 구체적 사례를 고려하며 선듯 동의를 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걸 알아주셨음 합니다. 또한 덧붙이자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상대방을 낮잡아 보지 않는다', '적정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프로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 착하고 좋은 말들에 나서서 "반대합니다"라고 말 할 생각은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동의하는 쪽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게 된것은 누차 말했듯 이전 글과 연관성을 보이는 특정사건을 염두에 두었으며, 단순 일반론 나열뿐 아니라 상관관계가 매우 다양하며 복합성을 가진 구체적 사례나 예술관 등을 담은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셰뜨랑피올랑

2016-07-25 14:20:53

심히 송구스럽지만 '폭탄테러'라는 비유와는 별 관련 없는 내용이네요. 비유할때 쓰인 자폭이란 단어에 폭발이란 뜻이 있으니 폭탄테러라는 건가요? 직접 사용하신 표현이 아니니 말 줄입니다.


이하는 답변입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건 순수예술이라도 마찬가지고, 어느 분야든 적용 될 수 있습니다. 굳이 상업예술로 한정하지 않아도요. 제가 지적한 바 있는 당연한 일반론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그 내용이나 과정의 잘잘못과는 다르게 그 전의 근본적인 문제를 말하고 있고 그러고 싶습니다. 이유는 두가지.

  1. 포럼 밖의 일을 포럼에서 말하는덴 어느정도 제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2.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서 누가 잘못했다, 잘했다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그에 대해 환호와 호응, 강렬한 비판의 자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환호 호응, 강렬한 비판 각각의 입장에서 자세한 답변은 어렵지만 이전 댓글의 내용을 또 말씀 드리는 정도는 가능하겠죠. 최근의 몇 사건은 작가나 독자의 마찰이라기보단 작가신분의 A와 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관심이 있는 B의 마찰입니다. 철저하게 작가활동, 작품의 진행과는 별개로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대립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상대방이 작가라는 이유로 족쇄를 채울 수는 없습니다. 상업적인 측면 혹은 작가활동에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이전의 문제입니다.

제가 여태까지 댓글로 밝힌 의견입니다. 더욱이 운영진 분의 글이 새로 업데이트 되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이상 저에게 공개 게시판을 통해 특정사건의 상세를 이야기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팔라이올로고스

2016-07-25 11:55:09

으음...잠시 끼어들어도 될까요? 파필리온님의 말은 말그대로 작가가 '폭탄테러'급의 말을 했다는게 문제였던거 같은데 말입니다.... 만화는 어찌되었든 대중예술의 영역이고,(라노베나 애니역시 여기에 들어갈 수 있겠죠.) 결국 대중예술의 특성상 창작가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출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여기에 어느정도 한계야 있을 수 있겠죠. 파필리온님이 말하신 대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예술에 영역에 있는 사람이 소비자에게 '싫으면 보지마'수준으로 행동하고 말하는건 자폭이나 다름 없는 수준으로 보입니다만.... 거기다가 그사람들이 자기와 입장에 차이가 있다고 소비자를 미개인취급하고 스스로를 깨우친 사람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건 그 창작자 집단이 사업을 아작내는거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셰뜨랑피올랑

2016-07-24 22:13:48

네, 그렇습니다. 작가를 떠나 그 어떤 노동자, 시민이든 과격한 스탠스를 취할 수도 있으며 그 과격함이 '발언(의견표명)'으로 한정 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 내용의 평가, 판결과는 전혀 별개로 그 이전의 문제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작가, 혹은 창작자가 폭탄테러는커녕 실제로 주먹질, 칼질조차 하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주먹질, 칼질정도로 보지도 않습니다.

Papillon

2016-07-24 21:59:43

쭉 읽어보니 셰뜨랑피올랑 님과 저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서는 안되는 수단의 경계가 어디인가에 대한 입장이죠. 저 역시 작가가 독자랑 싸울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 때 있었던 모 자칭 서브컬처 평론가라는 블로거의 사건이 대표적이죠. 해당 블로거는 극렬 라이트노벨 안티였는데 그래서 블로그에서 라이트노벨 작가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주 써놓곤 했습니다. 그 외에도 읽지도 않은 글을 "표지만 봤으니 충분하다"라고 이 작품은 쓰레기라는 감상을 쓰거나 했죠. 그런 일이 계속되다가 결국 시드노벨 편집자이자 작가이신 분이 해당 블로거를 고소함과 동시에 비판하는 글을 내놓았고 해당 사태 때 저는 시드노벨을 응원했습니다. 이 경우, 독자와 직접적으로 충돌이 있음에도 적당한 수단과 적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넘어간 케이스라고 보죠.


일반적으로 폭력은 나쁩니다. 하지만 폭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용인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한 이슬람 교도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도중에 한 백인우월주의자에게 극심한 모욕을 당하고 주먹을 휘둘렀다면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옹호할 것입니다. 저 역시 옹호하게 될 수 있죠. 해당 이슬람 교도가 칼을 뽑아들고 그 백인을 찔렀다면 이 순간 사람들의 의견은 갈리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백인이 잘못한 만큼 사람들은 옹호하게 될 수 있겠죠. 하지만 해당 이슬람교도가 분노해서 즉석에서 폭탄을 터트려서 카페를 통쨰로 무너트리고 카페 손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같이 커피를 마시던 일행까지 통쨰로 몰살시킨다면? 아마 옹호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심지어 같은 동네에 살던 이슬람 신자들 역시 "그 녀석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입게 되었다"라고 화내겠죠. 


셰뜨랑피올랑 님과 저의 의견이 갈리지는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봅니다. 저에게 작가가 독자에게 직접 욕설을 퍼붓거나 자기 작품을 사지 말라고 하는 건 위의 예시에서 폭탄테러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자신에게 독자가 무례하게 군다면 고소를 하거나, 작품을 통해 그런 독자들의 인식을 풍자 혹은 비판하거나, 아니면 단순하게 해당 독자와의 대화를 끊어버리면 됩니다. 해당 독자를 향해 직접 욕설을 하고 사지 말라고 하는 건 무관계자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테러라는거죠. 하지만 셰뜨랑피올랑 님의 입장은 해당 행동에 대해서 주먹질 혹은 칼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죠.

SiteOwner

2016-07-31 21:09:20

이 글에 대해서는 부득이하게 코멘트를 둘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Papillon님의 글에 대한 코멘트, 그리고 다음의 것은 그 외적인 운영진으로서의 전달사항을 다루다 보니 분리하는 편이 더욱 좋겠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일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것인가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물론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확실히 기피할만한 사항이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직업으로 했을 때 변함없이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은 못합니다. 직업에는 직업에 맞는 요구사항이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될 것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특히 창작같이 그 기반이 다수의 향유자에 있는 직종에서 해서 안될 것은 그 기반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Papillon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해행위입니다. 다수의 향유자에 기반하지 않은 전근대 사회의 고급예술의 경우라도 사정의 본질이 다른 건 아니고, 오히려 더욱 큰 문제가 됩니다. 전근대 사회의 고급예술의 경우 창작자의 스폰서는 왕실이나 귀족가문 등의 재력과 권력을 겸비한 소수이다 보니 이 경우 창작자의 오만은 자신의 창작커리어는 물론 수명까지 단축시킬 수 있는 치명적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이 창작이 분업화된 경우 한 창작자의 일탈은 업계의 여러 사람을 다치게 만들어 버립니다. 라이트노벨을 예로 들자면, 한 출판사의 전속작가가 헛소리를 했다면 그 작가만 깨지는 건 아닙니다. 그 작가를 발굴해 낸 회사의 임원은 물론이고 실무진인 심사위원, 편집부원들도 줄줄이 비엔나로 연대책임을 져야 합니다. 작품에 관여한 일러스트레이터라든지, 심지어는 같은 회사에 소속된 다른 작가들조차도 도매금으로 비난받는 사태까지 이어집니다. 한국은 약간 느슨하기는 하지만, 철저히 공식채널을 거쳐서 의사표명을 하는 게 정례화된 일본에서 이런 짓을 하면 업계퇴출도 불가능한 소리가 아니게 됩니다.

창작이라는 것이 양날의 칼입니다. 대중을 움직일 수도 있지만, 대중에게 휘둘릴 수도 있으니까요.

SiteOwner

2016-07-31 21:15:23

그리고 이번에는 운영진으로서의 발언입니다.


팔라이올로고스님께는 읽기 어려운 닉네임의 경우 그대로 쓰시거나 읽는 방법을 질문하시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Papillon님의 닉네임은 보통 빠삐용이라고 읽습니다. 어원은 나비를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입니다.

Papillon님과 셰뜨랑피올랑님의 토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고 두 분께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시면서 과열화 없이 진행하셨기에 문제되는 것은 없습니다. 운영진에는 포럼에서 발생하는 사안 중 이용규칙을 위배하거나 그 이상인 것에 대해서 개입이 가능할 뿐 내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회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마드리갈

2016-08-01 01:53:38

창작자가 늘 컨텐츠의 향유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은 동서고금을 둘러봐도 크게 차이가 없어요.


일단 클래식 음악의 경우,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있어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의 1607년작 오페라 오르페오(L'Orfeo)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이것이 귀족가문간의 결혼축하연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라 스토리의 결말은 바꾸어야 했어요. 즉 오르페우스에게 구애했다가 거절당한 여인들이 오르페우스를 때려죽여서 시신을 찢어 훼손하는 장면을 축하연에 넣을 수는 없었으니 이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오르페오가 사랑하는 아내인 에우리디체를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진정한 남성임을 부각하여 그의 의로움이 별이 되어 영원히 칭송되고 있다는 형태로 바뀌었어요.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은 생애의 상당기간을 헝가리의 에스테르하지 대공(Nikolaus I, Prince Esterh?zy, 1714-1790)의 전속음악가로서 지냈어요. 그 기간 동안 만든 음악 중 바리톤(Baryton)이라는 6현 또는 7현의 대형 현악기를 위한 곡이 많았는데, 별로 좋은 악기는 아니었지만 에스테르하지 대공이 즐겨 연주하던 악기니까 그를 위해서 바리톤 연주용 악곡을 대거 지었어요. 바리톤 트리오만 해도 123곡.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음악사에서 상당히 독특한 인물인데,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도 존경받지만, 여러 트렌드를 만들었고 또한 후대의 전문음악가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추앙받고 있어요. 피아노 주자가 옆모습을 보이도록 배치한 방식, 독주자와 소수의 청중들이 교감하면서 수행하는 공연양식인 리사이틀 등은 그가 창안한 것이고, 그의 고정팬덤은 오늘날의 아이돌 팬덤의 열기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엄청났어요. 또한 과거의 위대한 음악가들의 대편성 작품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아마추어라도 피아노를 연주가능하다면 누구나 향유가능할 정도로의 보급에도 힘썼어요.


이런 사례들을 볼 때, 프로 창작자들이 자신의 컨텐츠를 향유해 주는 사람들이 소수이건 다수이건 간에 제대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성과를 내었음이 잘 보여요. 일단 서양 클래식음악 파트에 한정된 사례소개이긴 하지만 이게 다른 분야에서도 결코 정반대이거나 무관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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