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동네 병원의 과잉 진료 행위에 속았습니다. 여태까지 소모한 돈이 꽤 아까워지는군요.
저는 몇 개월에 동네 병원에 들러서 혈액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원인은 심한 두통 때문이었는데 이는 제가 평소에도 자주 앓는 증상이에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심한 편두통에 시달립니다(원인은 개인적으로 약한 거북목+스트레스에 약한 체질+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일 것 같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쉬고 말겠지만 그 날은 근무를 서야하는 날이라서 병원에 들렀지요. 그 당시 병원에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혈액 검사를 할 것을 요구했고 저는 해당 사항을 수용했습니다. 덤으로 진통제 역시 받아왔죠. 그 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런데 혈액 검사 결과가 나오자 병원 측에서 결과를 보며 설명했습니다. 지방간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약물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죠. 당시 저는 지방간을 앓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 때 받은 한 달 치 약물이 꽤 비쌌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났습니다. 병원 측에서 약물의 효과가 있는지 재검사를 하자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혈액 검사만이 아닌 초음파 검사 역시 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받아들였고 결과가 호전되었다면서 약을 더 처방해주었습니다. 그렇게 2개월 치 약을 받아갔습니다.
이윽고 다시 2개월이 지나고 병원 측에서 재검사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 때부터 슬슬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한 번이야말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왜 또 검사를 요구하는 것일까? 사실 혈액 검사는 해당 병원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초음파 검사는 보험 처리가 안 돼서 상당히 비싼 것이라 망설여졌죠. 결국 한 번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아보고자 며칠 전 대학 병원 내과를 찾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며칠 후 의사가 결과를 설명해줬습니다.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지방간이 있는 것은 사실. 하지만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애주가들이나 살 찐 사람들은 이 정도 지방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덤으로 고지혈증도 있긴 하지만 역시 심한 수준은 아니며 그냥 운동하고 체중 좀 줄이라는 처방이었죠. 정 그게 힘들면 식욕 억제제나 하나 처방해주겠다면서요.
결국 식욕 억제제나 하나 처방받은 뒤에 돌아왔습니다. 해당 동네 병원은 자주 찾아가던 곳이었는데 앞으로 찾아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들게 되는군요.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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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SiteOwner
2016-07-31 22:42:57
의료정보같은 고급정보가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의료인에 한정되어 있는 것에서 태생적인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니, 확실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으면서도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부풀리지 않는 의료인의 양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판단, 처방 등의 부족이나 오진 등의 경우보다는 확실히 낫지만, 그래도 씁쓸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동네 병원도 정말 천차만별이긴 합니다. 여기는 그래도 그런 문제는 볼 수 없었으니 다행일까요.
이제는 의사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조차 폭리 취하기의 포석으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니 그것 또한 고민입니다.
마드리갈
2016-08-01 01:09:23
확실히 그런 경우는 허탈하죠. 일단 의료관련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은 의사의 조언을 걸러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의사를 신뢰해야 하는데, 어떤 악덕 의료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위법은 아니지만 야비한 돈벌이를 해서 뒤통수를 치는 일을 벌이니, 이래서 집안에 의료계 인사와 법조계 인사가 한 사람씩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가 보네요. 몸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겠어요.
얄팍한 술수가 한번은 푼돈을 좀 벌겠지만 크게 잃는 길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요. 게다가 아무리 대도시라도 좁은 동네 안의 일은 금방 퍼지기 마련인데, 그 어리석음에 탄식할지, 근시안에 연민할지 판단이 안 서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