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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함 윌리엄 D. 포터의 대활약(?)

파스큘라, 2016-09-03 17:30:33

조회 수
177

이따금 세상에는 영화나 드라마같은 창작물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이번에 소개해드릴 일화의 주인공인 윌리엄 D. 포터도 그 주역(?)중 하나입니다. 플레처급 구축함의 일원으로서 1942년 9월 27일 진수되었고 함번은 DD-579.

 

플레처급 구축함은 대전기 미국이 값싸고 빠르게 대량 생산해서 대양으로 보낸 그런 구축함 중 하나로 적절한 성능과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전장에서 대활약한 함급이죠. 또 윌리엄 D. 포터의 자매함이자 태피 3 소속이었던 USS 존스턴, USS 히어만, USS 호엘은 사마르 해전에서 야마토급 전함 야마토를 위시한 일본 해군 주력 부대와 조우, 절망적인 전력차임에도 용감무쌍하게 덤벼들어 토네급 중순양함, 모가미급 중순양함 등을 어뢰와 함포로 격파(!)하고 히어만은 어뢰를 발사해 야마토와 나가토급 전함 나가토를 격퇴(!)시키는 대활약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한편 우리의 주인공 윌리엄 D. 포터는 자매함들과는 다른 의미로 유명해지는데...

 

USS_William_D_Porter.jpg

오늘의 주인공, USS William D. Porter (DD-579).

 

1943년 11월 12일, 윌리엄 D. 포터(이하 편의상 포터)에게 하달된 첫 임무는 당시 미국 해군의 최신형 전함 아이오와급 전함의 네임십 USS 아이오와 (BB-61)에 대한 호위 임무였습니다. 당시 아이오와에는 테헤란 회담에 참석하려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및 함대 사령관 어니스트 킹 제독을 위시한 고급 인사들이 다수 승선하고 있었고, 그 중요성 때문에 아이오와의 호위임무는 극비로 시행되었습니다.

 

최강의 전함을 호위한다는 부푼 꿈을 안고 첫 임무에 나선 포터는 그렇게 당당하게 바다로 나아가지만, 출항 시에 닻을 제대로 회수하는걸 깜빡하고 그대로 출항하는 바람에 옆에 있던 배의 갑판을 닻으로 박살내버리고, 자신은 임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남긴 채 그대로 함대를 쫒아갑니다. 이후 아이오와 측과 합류, 한동안은 조용히 항해하지만 도중에 포터에서 실수로 폭뢰가 굴러떨어지며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당연히 함대 한복판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폭발에 당황한 함대는 독일군 유보트의 기습공격이라 착각, 미친듯이 회피기동을 실시하며 보이지 않는 적을 수색 경계하였고 포터 역시 폭뢰 폭발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추정)한 강한 파도에 승무원 한명이 휩쓸려 실종되고 기관실이 침수되며 출력 저하로 함대에서 뒤쳐지기까지 합니다. 어느정도 혼란이 가라앉은 후 포터 측에서 실수라고 털어놓았고, 안그래도 대통령을 비롯한 중요 인사들이 승선해 있는 지라 경계심이 하늘을 찌를듯하던 어니스트 킹 제독은 출항하자마자 사고를 치고 있는 포터를 경계하며 함장에게 친히 '제대로 좀 하라'는 의사를 보내고 함장도 '개선하겠다'라고 답변하며 폭뢰 투하 건은 폭뢰 관리 실수로 인한 사고 정도로 적당히 마무리됩니다.

 

다음 날, 아이오와는 관측 기구를 격추하는 방공훈련을 실시했고 같이 참석한 포터도 아이오와가 놓친 관측 기구들을 모두 격추시키며 전 날의 실추된 명예를 어느정도 되찾습니다. 방공훈련이 종료된 후 이어진 뇌격훈련. 포터는 아이오와를 가상표적 삼아 어뢰를 발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훈련이기 때문에 빈 어뢰 발사관을 조준하며 가상표적인 아군 함정에게 어뢰를 쐈다고 신호를 보내는 임무였죠. 의기양양하게 어뢰를 발사한 포터, 헌데 비어있어야 할 어뢰 발사관에는 진짜 어뢰가 장전되어 있었고, 어뢰 발사관을 뛰쳐나온 진짜 어뢰가 곧장 아이오와를 향해 질주합니다. 극비 임무라 무선 침묵 상태였기에 발광 신호로 어떻게든 이 사고를 알리려 했지만, 포터가 보낸 신호는 '어뢰가 아이오와 반대편으로 발사됨'과 '전속으로 후진중' 이라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신호였기에 아이오와 측은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결국 졸지에 아군의 최신형 전함과 함께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을 전부 날려버리게 생긴 포터는, 처벌을 각오하고 무선으로 어뢰 접근 신호를 보냅니다. 직후 '자신을 향해 어뢰가 돌진하고 있다'는걸 깨달은 아이오와 측은 비상이 걸렸고, 아이오와는 가속하며 우현으로 급선회하는 필사의 회피기동을 하게 됩니다. 이와중에 어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루스벨트와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민 킹 제독은 덤. 어뢰는 다행히 아이오와 후방 300m 지점에서 폭발하며 최악의 사태는 벗어나게 됩니다. 대열로 복귀한 아이오와는 16인치 주포 9문 전문을 포터에게 겨누며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그제서야 포터는 실수로 진짜 어뢰를 쐈다고 자백합니다.

 

이 일로 호위 임무 중단 명령과 함께 함대에서 쫒겨난 포터는 버뮤다로 보내졌고 여기서는 총으로 무장한 해병대의 열렬한 환호와 함께 미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승무원 전원이 대통령 암살 미수 혐의로 체포됩니다. 가장 막중한 책임으로 14년 노역형을 선고받은 어뢰 담당자를 비롯해 승무원 대다수가 처벌 대상으로 올랐으나 어쨌거나 포터의 행동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인정되었고, 당사자인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람이 일하다 보면 실수 할 수도 있고 그런걸로 이렇게 과하게 처벌하는건 좋지 않다'라고 너그러이 용서해주면서 전원 무죄로 풀려납니다. 덤으로 그가 민주당 소속이었기에 이후 포터와 만난 배들은 "우린 공화당이니 쏘지마라"라는 조롱까지 곁들여 주기도.

 

하여간 대통령을 공격한 일로 단단히 못 밖힌 포터는 추운 알류산 열도로 귀양 보내졌고 거기서는 잘 지내나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술 취한 수병이 실수로 5인치 함포를 발사하여 한창 파티가 벌어지던 기지 사령관의 자택 마당을 포격하는 사고를 칩니다. 다행히 사상자는 아무도 없었고, 불미스러운 전적 하나만 추가된 걸로 무마되었습니다. 이후 전황이 바뀌어 가며 필리핀 침공 작전과 함께 태평양으로 되돌아온 포터는 필리핀에 배치되었고 이곳에서는 초계함(picket ship)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기들을 격추시키며 선전하지만, 지난 날의 과오는 지워지지 않고 여기서도 방공임무 중 같은 플레처급 자매함 USS 루스를 40mm와 20mm 기관포로 공격한다던지, 전후 기록을 대조한 결과 항공기 격추 기록 중 3기는 아군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등 사고치는건 여전했습니다. 다만, 아군기 오사 같은 경우는 긴박한 전투 중에서 본의아니게 자주 일어나는 실수 중 하나이기에 포터만을 탓할 일은 아니긴 합니다.

 

포터의 마지막 근무지는 오키나와 였고, 이곳에서는 지상 포격 및 해병대의 상륙 지원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미해군 희대의 사고뭉치에게도 최후가 다가옵니다. 4년에 걸친 태평양 전쟁도 끝물이던 1945년 6월 10일, 포터를 대상으로 일본군 최후의 발악인 카미카제 공격이 이루어 졌지만 포터도 대공포망으로 응수하며 반격하였고, 대공포망을 뚫고 들어온 99식 함상폭격기도 간신히 피해 카미카제를 시도했던 99식 함폭은 그대로 바다에 빠집니다. 그런데 바다에 빠진 99식 함폭은 그대로 물 속을 질주하며 포터의 현측 바로 아래에서 폭발. 사실상 기뢰 직격과 같은 폭발에 휘말린 포터는 함체에 커다란 구멍이 날 정도로 대파되며 3시간 만에 침몰하였고, 3년 간의 짧고도 파란만장한 함생을 끝내게 됩니다. 이렇게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녔지만, 사고친 것에 비하면 의외로 인명 피해는 한번도 내지 않았으며 최후의 순간에서도 포터의 승조원은 기적적으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지 않고 전원 근처의 해병 양륙함에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이렇게 3년간의 짧고도 파란만장한 함생을 살았던 포터의 이름과 무용담은 자매함이자 사마르 해전의 영웅 존스턴 및 히어만과 함께 (좀 다른 의미로) 미해군의 전설로 남게 되었으며 그간의 전공과 최후의 고군분투를 인정받아 미해군도 네번째 종군기념성장(Battle Star)를 수여해주며 작전 중 명예롭게 침몰한 포터의 공적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파스큘라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ありったけの東京タワーグッズを集めるだけの変人。

5 댓글

HNRY

2016-09-03 20:09:54

일본식으로 말하자면 도짓코 속성으로 똘똘 뭉친 구축함이었죠. 그래도 본문에 쓰신 것처럼 나름의 전과도 있고 해서 아예 그 이름이 금기가 된 것은 아닌지 훗날 알레이버크급 28번함의 이름으로 다시 부활했더군요. 그래도 전생(?)의 그 속성은 어디 안갔는지 4년 전에 일본 유조선인 '오토와산'과 충돌해 선체에 구멍이 나 막대한 수리비가 발생한 사태가...(명색에 이지스함인데도!)

파스큘라

2016-09-04 23:02:09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토네나 아라시 같은 일본군 함선들처럼 전쟁범죄에 연루된 적도 없고, 아라시처럼 함대를 전멸시키게 만든 원흉도 아닐뿐더러, 사고 치는게 전문이긴 했지만 인명 피해는 내지 않았고, 가라앉는 최후의 순간에서도 자신의 승조원들은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전원 구조됐으니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죠. 전적도 없는건 아닌데다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다 가라앉은 덕분에 미 해군도 그 공적을 인정해서 훈장도 하나 쥐어준 모양이더군요. 이지스 함으로 부활해서도 그 모양인걸 보면 정말 이름에 저주라도 걸려있는걸까요(...).

마드리갈

2016-09-12 15:28:51

정말 기묘한 이력의 구축함이네요.

그리고 벌인 일이 자칫하면 대참사로 이어질뻔한 일이라서 읽는 입장에서도 모골이 송연해지고 있어요. 하물며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분노하지 않는게 이상하겠어요.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서 아이오와 전함이 9문의 주포를 일제히 겨누었다는 게 결코 과잉대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제가 아이오와의 지휘관이라도 그랬을 거예요.

게다가 대통령 암살미수 혐의로 승무원 전원이 체포된 건이나 사령관 자택 마당을 포격한 데에서는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인명피해를 안 냈다는 게 정말 다행이예요.


역시 현실은 창작물을 뛰어넘는 건가 봐요.

마키

2016-09-12 23:29:42

게다가 당시 아이오와에는 대통령도 승선해 있어서 과정을 떠나서 대통령을 대놓고 어뢰로 공격한거나 마찬가지였죠. 루스벨트 대통령이 흔쾌히 용서해줬으니 망정이지 아녔으면 승무원들이 징역형을 살아야 했고 최악의 경우 암살 '미수'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명중했거나 회피에 실패했다면 그 이후엔... 일단 자료 찾아보고 하니 포터 측에서 발생한 승무원 손실은 초기의 폭뢰 투하 건으로 발생한 실종 정도인듯 하더군요. 한편으론 저렇게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면서도 도리어 인명피해는 내지 않고 자기만 구박받은게 신기할 정도.

 

2차대전에서 있었던 일화들만 모아놓고 봐도 정말 우리가 사는 현실이야말로 굉장하죠.

SiteOwner

2016-09-15 17:04:06

정말 황당한 사건들로 가득하 있군요, 윌리엄 D. 포터의 운용이력에는.

그리고 사건이 하나같이 비범하기 짝이 없는데다 자칫하면 국가의 중추를 박살낼만한 대사건의 주역도 되었으니 읽으면서 아이고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폭뢰나 어뢰처럼 수면하에서 터지는 무기는 정말 무서운 것이, 수중에서 발생하는 충격파가 워낙 크다 보니 커다란 전함이라도 함체가 꺾어져 버리고 말 정도가 되어 버리는 데에 있습니다.

당장 유명한 사례가 1946년에서 1948년에 걸친 알바니아의 코르푸해협에서 영국군 함대가 기뢰피해를 입어버린 사건 및 2010년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이 있습니다.

코르푸해협에서는 영국 해군의 구축함 2척이 대파되어 1척은 포기해야 할 정도가 되고 인명피해도 44명 사망, 42명 부상일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결국 1949년에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알바니아가 영국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이 사건의 앙금이 아주 오래 가서 양국의 외교관계가 1991년에야 정상화되었습니다. 천안함 폭침사건에서는 46명 사망, 56명 부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천안함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참혹한 피해를 입어 두동강이 난 채 폭침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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