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시 러시아 해군 의류용품 리뷰로 찾아뵙는 HNRY입니다. 바로 이전 세일러 셔츠에 이어서 이번에는 피 코트(Pea Coat)를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피 코트는 세일러복과 더불어 해군의 대표적인 의류용품들 중 하나입니다. 울 재질의 두껍고 밑단이 없는 짧은 코트라는 것이 기본적인 사양이지요. 그 특유의 멋으로 많은 민간 의류업체들 역시 이 해군의 피 코트를 모방하여 각종 피 코트를 내놓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있지요.
(실제 러시아 해군 수병들)
뭐랄까, 피코트 자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그 보편성 때문에 그것만 놓고선 고유 특징이 이러이러하다 하긴 어렵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서방권 해군, 그 중 미군과 동맹국인 한국군의 물건과 비교해 볼 수 있을 텐데 미군과 비교하자면 미군은 검고 큼직한 단추를 사용하지만 러시아군은 금색 단추를 사용하지요. 한국군 역시 금색 단추를 사용하지만 미군처럼 큼직한 단추를 사용하기 때문에 러시아군과는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주머니의 경우 미군은 세로로 한 쌍, 한국군은 가로로 한 쌍이지만 두 가지 모두 한 쌍씩 해서 외부 주머니가 총 4개랍니다.
그리고 대강당에 이미 적어놨지만 이 물건이 도착한 당시엔 학업으로 바쁜 일정 녹초가 된 상태였기에 개봉하여 물건이 온 것만 확인하고 말았기 때문에 별도의 개봉샷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쉽게나마 포장지만 남겨서 찍어봤습니다.
이 주소지는 뒷면에 부착된 것인데 발송지가 크림 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로 되어있군요.
한창 시끌시끌하던 크림 반도이기에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이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은 의외로 현지 사정은 꽤나 조용한 모양이 아닐까 싶더군요. 뭐어 돈바스 지역과 달리 크림 반도는 무력이 아닌 주민투표로 우크라이나에서 떨어져 나온 곳이고 우크라이나도 손도 못쓰고 철수해 버렸으니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죠.
물건 가격은 99.95달러인데 배송비가 일반 항공 우편으로 40달러에서 EMS로 하니 85달러로 뛰더군요.(현재 환율로 약 9만 5천...). 물건 값은 99.95달러이니 총합이 184.95달러, 한화로 약 20만 원이더군요. 배송비를 제하면 한화로 10만원대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꽤 비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실물을 눈으로 보고 입어보고 나선 그리 아깝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말이죠.
세 번째 단추만 잠궈놓고 찍은 사진. 일단 처음 물건을 만져봤을 때의 감상은 '뻣뻣하다.'였습니다. 예전에 부모님이 백화점에서 사주신 피코트가 있어서 알 수 있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정말 뻣뻣하고 까끌했습니다. 일단 처음 받았을 때 그 상태 그대로였던 건 아니고 한 번 드라이클리닝을 맡겼었는데 그 이후엔 처음보단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물론 민수용과 비교하면 까끌한 건 여전했지만.
아버지가 이 코트를 들어보고 무겁다고 하셨는데 제가 들었을 때도 일반 피코트에 비하면 묵직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안감을 보니 그 묵직함이 꽤 납득이 가더군요.
안은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추운 러시아의 환경을 반영해서인지 두껍고 우둘투둘하게 만들어놓았더군요. 양쪽으로는 주머니가 또 한 쌍 달려있습니다. 이 주머니들은 지퍼로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지요.
이 코트가 러시아제란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표시입니다...шерсть 64%, 그러니까 울 64%란 뜻이지요. 나머지 36%는 полиамид, 폴리아미드 재질이라는군요. 이건 안감의 재질인 듯 합니다.
결정적으로 맨 위에 ОАО "БТК групп"이라 적혀있는데 베테카 그루파(영문식으론 그룹)에서 제조했단 뜻으로 여긴 러시아의 군납업체입니다. 모조가 아닌 진품 인증이지요.
우선 단추 네 개를 모두 채워봤습니다.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안감을 펼쳤을 때 보셨을지도 모르지만 안쪽에 추가로 고정할 수 있는 검은 단추가 하나 더 달려있습니다. 이걸 채우는 건 입는 사람의 선택.
목 부분. 여기에도 양옆에 단추가 한 쌍 더 달려있어 여기에 단추를 채우면 셔츠와 같은 옷깃의 형태를 갖추게 되지요.
또한 눈썰미가 좋다면 목 부분에 조그마한 고리를 발견할 수도 있는데 이 고리를 걸어서 확실하게 목 부분을 고정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는 저의 실제 착용샷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4개까지만 채운 형태.
완전히 다 채운 형태. 그런데 새까만 옷이라 그런지 그리 크게 티는 안나는군요. 물론 구분법은 안쪽의 텔냐쉬카.
이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 다만 단순히 피코트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다른 선택지가, 그것도 이것보다 훨씬 저렴한 선택지가 많은지라 추천드리기는 조금 미묘하군요. 물론 저처럼 진짜배기 군용품을 원하신다면 말리지는 않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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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키
2016-09-12 23:39:15
그러고보니 트렌디 아이템 중 하나인 트렌치 코트도 원래 참호(Trench)에서 착용하던 군용 의복이 그 모태라고 하죠.
그래도 실제 군수회사의 군용 의복이 해외 구매로 10만원 대면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지는게(이건 단순히 제가 의복에 대해 문외한인 탓도 있습니다만) 제 오덕 굿즈 중에 가장 비싼 물건인 카렌 파카가 발매 가격이 엔화로 1만 7천엔인데 제 경우엔 리스마켓에서 직접 22만원(물건값만 21만원에 배송비 9천원) 주고 예약 구매했습니다. 방한도 안되는 얇아빠진 파카 한 벌을요(눈물). 심지어 저 비싼 돈을 주고 의기양양하게 사놓고는, 봄/가을에는 더워서 못 입고, 겨울에는 방한이 안되다보니 가볍게 걸치기 뭣할 정도라 잘 입고 다니질 않아서 그냥 사진 촬영용 배경으로 써먹고 있습니다. 주제에 또 재질은 면 100%.
마키
2016-09-13 15:36:20
녱. 그 카렌 파카입니다.
사실 옷이 문제라기보단 단순히 제가 더위를 많이 타는 탓입니다. 평균기온이 한 10도 초중반 정도는 되야 시원하다고 느끼다보니...
뭐 옷 자체는 꽤 좋아요. 만 칠천엔의 값어치가 있냐 하면 글쎄올씨다지만...
HNRY
2016-09-13 06:32:43
군용 물품이 패션 소품이 되는 경우는 많지요. 군복의 구성품 자체를 가져오거나 아님 모티브를 딴 밀리터리 룩 의상들이라던가...
그나저나 카렌파카라면 금빛 모자이크의 쿠죠 카렌이 입는 그 유니언 잭 외투 맞나요? 현재 일반 판매가가 25만 2천원으로 풀쩍 뛰었더군요. 그런데 말씀 들어보니 방한 성능은 마치 내피를 뗀 군용 야전상의 같은 느낌이네요. 제대로 입으려면 안에 한 겹을 더 입어야 할 듯 싶군요.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지만. (...)
콘스탄티누스XI
2016-09-13 00:58:06
뭐, 크림반도는 러시아제국때 병합된 지방이라 우크라이나와는 동질성이 아예 없죠. 그러다보니 우크라이나 동부랑은 다르게 그럭저럭 조용히 넘어간거고...
HNRY
2016-09-13 06:35:25
그것도 그러네요. 그나마 소련 시절엔 하나의 나라여서 별 말이 없던 것이(할 수도 없었겠지만)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 문제가 된 것이니 오히려 돈바스쪽과는 사정이 다르겠네요. 여전히 서구권으로서는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마드리갈
2016-10-18 15:20:51
이전부터 느낀 것이었지만, 확실히 소련/러시아의 군복은 인상이 상당히 강렬해요. 살짝 과장된 것 같기도 하면서도, 그렇다고 그게 싫은 것은 아니고, 상당히 독특한 멋이 있다고 할까요? 구입하신 피코트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미군의 것을 찾아서 비교해 보니 역시 금색의 단추에서 주는 인상이 크네요.
역시 추운 나라인 러시아답게 안감도 두툼한 게 묵직함의 이유!!
그리고 이전에 리뷰해 주신 수병셔츠에 비하면 정말 다를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