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쁜 나날이 지속되다가 이제 겨우 숨을 좀 돌린 상태입니다.
그런데 날씨가 참 괴이합니다. 쌀쌀하게 더운게 뭐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준이니 몸과 마음이 같이 상할 수준입니다. 그나마 몸살약을 먹고 나니까 좀 낫습니다만 언제까지나 약에 의존할 수만도 없으니...
이달에 지진이 나서 섬찟했던 것만 제외하면 일단 사는 형편에는 딱히 특이점은 없습니다. 여유있을 때에는 여유있다가, 바쁠 때에는 바쁘다가, 그런 셈이죠. 그렇다 보니 자동 금주상태입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체력이 못 버텨주니까요.
이제 3분기도 오늘과 내일이면 끝이고, 이에 맞춰 3분기 신작애니들도 1쿨 분량의 경우는 마지막회 방영이 끝났습니다.
이 시점에서 바깥 세상을 보니 역시 현실은 창작물보다 다이나믹하군요.
1.
어제인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 이라고 통칭되는 법이 시행되었습니다.
해당 법률의 풀네임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그런데 식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을 둔다고 해서 부정청탁이 사라질까요, 아니면 그 금액을 넘으면 없던 부정청탁이 생기거나 밑돌면 있던 부정청탁이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걸까요. 이전에 쓴 글에서 다룬 것처럼, 도덕주의적 발상에 기반한 특정계층 낙인찍기와 루프홀 만들기로 점철된 법이 원활히 시행되기보다는 바다가 마르고 산이 닳는 것을 보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약간 더 삐딱하게 보자면 이런 것 같습니다. 욕설은 하고 싶은데 금지되니까 다른 말로 대신하는 것이라든지, 대만에서 판매되는 불교인의 고기 시리즈 같은 음식, 남미 지역에서 혼전 성관계를 금지하는 종교규율을 지키기 위해 성욕해소수단으로 수간이 횡행하는 현실(규율과 욕망 사이 - 필터링한 욕설 등 여러가지 참조) 등이나 김영란법이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사람이 만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아예 인간관계 금지법을 만드는 게 더 나을 뻔 했습니다. 상당수 업무는 전자화로 대응하니 이것만큼 좋은 게 없겠군요. 공직자 선발도 친구 없는 사람부터 하던가, 아니면 공직자가 되는 사람에게 사적인 친교관계를 가질 수 없게 하면 청렴한 세상이 만들어지니 이것만큼 좋은 법안도 없는데 왜 안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2.
어제인 9월 28일은 6.25 전쟁에서 서울이 수복된 날입니다.
6.25 전쟁은 소련과 중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북한이 일으킨 전격전으로, 당시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우리나라는 개전 사흘만에 서울을 뺏기고 말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9월 15일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언제 우리가 패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9월 28일, 중앙청 앞에 다시 태극기를 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사에서 서울을 위시한 한강 유역의 지역은 한반도 전체를 통할하기 위해 반드시 지배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니 서울 수복의 의미는 축소할 수 없습니다. 독립 5년만에 나라를 통째로 잃을 뻔한 위기를 극복한 것이니까요. 아무리 김영란법이고 뭐고간에 이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인데, 과문의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서울 수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는 소식은 찾기 힘들군요.
3.
한 야당 국회의원이 제주도에서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 범죄 대응을 위해서 중국 공안을 제주도에 파견하는 것을 제언했고, 외교부장관이 검토해 보겠다고 발언해서 여론이 아주 안 좋습니다(기사 참조).
정말 왜 이러나 싶습니다. 경찰권은 국가의 주권이고, 제주도가 외교공관 및 입지한 토지처럼 국가면제가 적용되는 지역도 아닌데 저런다는 발상 자체가 괴이합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6.25 전쟁에 개입한 죄과가 있는 적국이지 않습니까.
일본의 국권침탈 단계를 보면 1905년의 을사조약에서는 외교권 박탈, 1907년의 정미7조약에서는 군대 해산 및 행정권 박탈이, 1909년의 기유각서에서는 사법권 박탈이, 그리고 1910년에는 경찰권 박탈이 이루어져 결국 그 해 8월 29일에 대한제국이 멸망한 것이 나오는데, 요즘 워낙 친중이다 보니 그냥 다 건너뛰고 경찰권부터 들어바치겠다는 건지...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외교부장관은 물론 문제 발언을 한 국회의원도 역시 비난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4.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사법시험 폐지는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습니다(기사 참조).
그런데 5:4로 합헌이라니 확실히 저 문제가 논란거리라는 게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로스쿨이 사실상 무법전문대학원같은 행태를 보이는데다, 고위공직자들 중에 몇몇 있는 로스쿨 만능론자들은 아예 공직은 로스쿨 출신자가 독점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해 오는 터라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군요.
1999년에는 군필자 가산점 제도 위헌에 이어 2016년에는 사법시험 폐지 합헌...
좋은 나라가 되고 있군요. 주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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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누스XI
2016-09-29 23:02:10
1. 해당법관련 첫번째 신고사례가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준다'였죠...훌~륭하지 않습니까?
2. 한국 전쟁쪽 얘기해보자면, 아무래도 그걸떠올리면 '사악한 북괴와 중공 침략자들로부터 우리의 영토를 지켜냈다.' 란 말보단 '냉전시기 강대국들의 이권다툼과 혹부리 독재자의 망상때문에 우리국민들만 피봤다.' 가 더 떠오르기 쉬워서 겠죠...
3. http://m.cafe.daum.net/ASMONACOFC/gAVU/163098?svc=cafeapp 해당 의견을 낸 야당 의원의 해명문(?)이군요.그렇다하더라도 논란이 생길만한 주장 같지만요.
콘스탄티노스XI
2016-10-07 12:29:54
해당 언급에 대해선 '쓰면 안된다'라고 받아들인 제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이탈리아 전쟁이나 스페인 왕위계승전쟁과 한국전쟁을 비슷하게 보는 이유는, 단순히 해당 전쟁의 전역이 한국지방, 곧 한반도에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전쟁을 이탈리아전쟁이라 부르는것도 주 전역이 이탈리아반도였기에 가능한걸로 생각하고요. 그리고 공산주의 세력을 프랑스로 치환하고 자본주의 세력을 신성로마제국 세력으로 본다면 전 딱히 해당 치환이 별 문제가 없다 생각합니다.
중공군쪽은 단순 행사를 '개선식'으로 잘못봤군요. 사과드립니다.
SiteOwner
2016-10-06 21:50:52
콘스탄티노스XI
2016-10-06 21:30:21
해당 인식은 단순히 625를 옛날 일로 생각하는게 아닌, 아직 우리나라가 민족주의적 마인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서 벌어지는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민족이 전면전을 벌인다'는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그러는거라고말입니다. 그리고 해당글은 잘봤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란 표기를 한국인이 쓰면 안된다는 표현은 동의하기 힘드네요. 당장에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의 스페인식 표기가 la guerra de sucesion Espanola, '스페인의 계승전쟁'이고,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합스부르크와 프랑스의 대립을(보통 '이탈리아 전쟁'이라 하죠.) 'Guerre d'Italia XVI secolo', '16세기 이탈리아 상속전쟁'이라 부르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다만, 해당표기를 강요하며 625라 부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이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뭐 중공의 개선식이 애매한게, 현재 중국은 '중화민국'또한 자국이 계승했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대만 입장에서야 팔짝 뛸 노릇이지만, 힘이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SiteOwner
2016-10-06 18:15:33
이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신고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작용이 드러나면 그제서야 뭐라고 말이 나오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것입니다. 프랑스 혁명 직후의 자코뱅당의 전횡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요즘 정국이 워낙 불투명하니 일단은 관망해야 하겠습니다.
6.25 전쟁에 대한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입니다. 당장 우리 세대의 두 세대 전에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었고, 그리고 필사적으로 싸워서 지켜낸 것을 남 이야기하듯이 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한국전쟁이라는 용어는 별로 적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동생이 이전에 쓴 글 두 편을 인용하겠습니다. 6.25 전쟁에 대한 몇몇 이야기 상편 및 하편입니다.
해명에도 일리가 있긴 한데, 글쎄요, 한중간에는 사법기관간의 공조도 잘 안되는데다 적국의 국가기관을 국내에 들여와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뭐 한국의 애국심은 일본에만 작동하는 것이니, 자위대 기념행사를 서울에서 하는 것에는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중공군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열린 점에는 하나같이 침묵으로 일관하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