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교 생활로 바쁜 HNRY입니다.
여러가지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저의 밀리터리 덕질이나 설정 짜기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뭐어 앞의 소위 밀덕질은 아무래도 해외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돈과 시간이 좀 많이 소모되는 편인데......한 번 이야기 해보자면.
1. 머나먼 우크라이나
일단 등기로 왔다갔다거리는 덕인지 배송추적 자체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 있자 하면.....비행기의 속도를 고려해 봤을 때 다이렉트로 가는 게 아니라 어딘가를 경유해서 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의 허브 공항에 머물었다 한꺼번에 우크라이나로 가는 비행기에 옮겨 싣는 것 같더군요.
그렇긴 해도 비행기에 한 번 태우면 그 이후론 국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추적이 안되니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더군요. 그리고 이건 역으로 이쪽에서 물건을 보낼때도 성립되었습니다. 교환받아야 할 물건이 있어 보내고 추적을 하는데 체코 항공을 통해 인천 공항을 떠난 이후 우크라이나 우편교환국에 도착할 때까지 약 일주일 간 추적이 안되었습니다. 아마 그 사이에 어디 허브 공항에 들렀다가 가는 과정을 거쳤겠지요.
최근 주문한 물품은 11일에 출발하여 13일에 우편교환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무래도 20일까진 기다려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2.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로 통한다?
최근 소련-러시아 해군용품 수집을 하다 깨달은 것이 있다면 물품이 보내지는 곳이 대개 일정하단 것입니다. 첫째가 우크라이나 헤르손, 그 다음이 러시아 크림 반도.(러시아라고 해도 원랜 우크라이나였던 곳이니 결국 우크라이나....)
일단 헤르손 자체는 드네르프 강을 통해 흑해와 연결된 곳이긴 하지만 흑해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곳은 아닙니다. 크림 반도의 경우 반도인 만큼 삼면이 흑해이긴 한데 주도인 심페로폴은 반도 내의 도시지요. 생산되는 공장들이 거기에 위치해 있다면 말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그건 그것대로 문제일 것 같은데.;;;
이곳저곳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수병 정모(러시아어로 Бескозы?рка/베스코지르카)에 둘러진 리본을 보면 흑해 함대(Черномо?рский флот) 모식이 굉장히 많이 눈에 띄고 그 다음으로 발트 함대(Балтийский флот)와 북방 함대(Северный флот)가 간간히 눈에 띄는데 이와 대비되게 카스피 분함대(Каспийская флотилия)나 태평양 함대(Тихоокеанский флот)는 정말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찾기가 어렵고 매물도 굉장히 적습니다.
모자만 예시로 들긴 했지만 매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 함대는 러시아 전체 영토에서 서쪽에서 위치하고 있고 특히 흑해는 우크라이나와 영역을 공유한다는 점이 왠지 의미심장하더군요. 덤으로 러시아 물건과 우크라이나 물건이 서로 섞여서 판매되고 있기도 하고요.
사족이지만 우크라이나 관련 표식을 단 매물은 정말 적습니다. 이런 매물들은 대개 소련 표식을 단 경우가 많고 우크라이나 해군 또는 우크라이나산이란 말을 적어놓는 경우는 정말 드물지요. 러시아에 비해 이미지가 안좋은 탓이려나....
3. 친절한 셀러씨
1번에서 잠깐 언급한 물품에 관련된 이야기지만 이 물건들을 구입하는데 물건값 28.7달러에 배송비 37달러로 총 65.7달러가 들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배송비가 크게 붙었는데 아무래도 물건을 여러 종류를 구매하다 보니 이리 된 게 아닐까 싶더군요. 그렇지만 그대로 주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배송이 시작될 즈음에 페이팔에서 환불 메일이 오더군요. 무슨 문제가 있어서 반송됐나 걱정하며 메일을 열어보니 들어온 돈은 16달러. 전체 금액이 들어온 건 아니고 부분환불이었습니다. 정황을 보아하니 물건 전체에 대한 배송비를 조정한 모양이더군요. 결과적으로 배송비는 21달러가 되어 총 지불 금액은 49.7달러가 되었습니다.
따로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배송비를 조정해 주신 게 은근히 감동이로군요. 먼 이국의 바이어가 아무 말도 않고 있으니 그냥 그 배송비 그대로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중에 물건 도착하면 감사 메일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4. 생색내긴....
이베이에서 2차대전 당시의 소련 구축함인 카피탄 컨(Капитан Керн)급 구축함 2번함인 발레리안 쿠이비셰프(Валериан Куйбышев)의 리본을 발견하여 잽싸게 구입하였습니다. 근데 이 셀러가 어째선지 미국으로밖에 배송을 안하는지라 현재 배송대행을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이것도 등기이긴 한데 국제 배송이 다 그렇듯 러시아를 출발하여 미국까지 일주일 조금 넘게 걸려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도착 직전에 이런 메세지가 왔지요.
Hello
dont forget about my feedback when you recive item
그리고 도착하자마자(는 배송대행지에) 잽싸게 또 이런 메세지가 왔지요.
I see you recive item
Please leave me my feedback
......생색내는 걸까요? 일단 피드백을 남기긴 했습니다만 일부러 피드백을 남겨달란 메세지를 보니 기분이 참 묘해지더군요. 위의 사례에 적었듯 제가 스스로 감탄스럽거나 감동스러우면 알아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할 생각이 드는데 이런 경우는 참;;;
5. Long Live The King!
이건 밀덕질이 아닌 창작에 관한 이야기.
제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창작물의 배경 국가인 발티아는 왕정 국가, 그러니까 군주국입니다. 다만 현실의 유럽 왕정들 대부분이 그렇듯 입헌군주제 하에 돌아가는 국가지요.
그런데......가만히 생각해 보면 발티아의 포지션인 중앙유럽~동유럽은 현실에선 왕정의 무덤이었지요. 루마니아 왕국, 불가리아 왕국, 유고슬라비아 왕국, 헝가리 왕국 등 모든 왕국들이 공산주의의 물결 아래에 왕정들이 폐지당했습니다.
공산화의 바람에 관한 건 비슷하게 집어넣고 있는데 창작물이라고 해도 발티아 같은 군주국이 살아남는 게 납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그래도 공산주의에서 혐오받는 게 군주나 귀족 같은 존재들이었을 텐데..
일단 발티아가 입헌 군주정으로 전환된 시기는 공작창에 적어놓은 직계 왕실에서 방계 왕실로의 혁명이란 설정을 해놓았는데 이 과정에 현실의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의 21장에 있다는 “통치자에 대한 백성의 의무는 통치자의 힘이 지속적으로 백성을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만 유지된다.”를 근거로 하여 집안을 갈아엎고(...) 저걸 기반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있었단 설정이었습니다. 근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저건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왕가를 또 갈아엎어도 된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설정이더군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 진 모르겠지만 좀 많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현실의 러시아 혁명의 사례처럼 오래된 왕가가 혁명 한 방에 무너진 사례를 보면 발티아라도 무사하다는 것이 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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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2016-10-15 12:34:52
1.2번에서 생각난게 국내에서 배송되는 택배는 대부분 옥천을 거치기 마련인데(아마 여기가 택배 배송의 중심이 되는 곳이고, 각지에서 수거한 택배가 여기에 모여서 각자의 배송지로 흩어지는 구조인듯 하네요?) 종종 택배 물류망이 폭주하거나 하면 옥천에서 실종되거나, 시간을 넘어 배송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세가토이즈에서 2007년에 내놓은 도쿄타워 2007을 사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가격만 40만원이 넘는 괴물인데, 제 기준에선 충분히 돈값을 하는거같아서 연말이기도 하고 생일도 머지않아서 생일 선물로 사주려고 생각하고 있네요.
HNRY
2016-10-15 17:10:10
뭐어 물류 시스템적으로는 매우 효율적이란 얘기도 있던데 그건 시스템적으로 그렇고 실제 발송인/수취인 입장에선 그렇게 체감이 안되지요.;;; 그리고 오늘 보니 제가 보낸 물품은 5일 걸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통관중이더군요. 여러모로 근성을 요구합니다.
꽤 흥미로워 보이는 물건인데 나중에 후기를 쓰실 예정이라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Papillon
2016-10-15 21:10:09
5. 단순히 가능 여부를 물으신다면 가능하긴 할 겁니다. 비록 공산주의가 왕족과 귀족에 대해 굉장한 적대감을 보이는 사상이긴 하지만 결국 그 공산주의를 움직이는 것은 손익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니까요. 히틀러가 본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열등인종인 일본을 "명예 아리아인"이라고 부르며 동맹을 맺은 것처럼 충분한 이득이 주어진다면 공산주의 물결에서 왕실이 살아남는 것도 가능은 할 겁니다. 당간부들이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시키기 위한 논리를 어떻게든 덧붙이겠죠. 그렇기에 적당한 이유만 붙인다면 불가능할 것이야 없습니다. 물론 이 "적당한 이유"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면 개연성이 심하게 떨어지겠죠.
HNRY
2016-10-15 22:12:52
적당한 이유라......아무래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로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마드리갈
2016-10-17 18:14:30
항공기는 빠른 대신에 수송량이 적으니까 역시 모아서 배송하는 게 정답이예요. 대략 여객기 화물구획에 적재하는 화물 20톤의 운송료가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 40명분의 항공료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니까, 오늘날에 항공수송이 많아져서 단가가 낮아졌더라도 결코 싸지 않다는 게 보이니까요.
우크라이나는 경제사정이 아주 심하게 안좋으니 신규 군용물을 만들어내기도 아주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게 원인으로 보여요. 그리고 과거 소련시대에는 엄청난 공업생산력으로 무리할만큼 온갖 군용물의 스톡을 쌓아두어 보관해 두었고 그게 소련 붕괴 이후에 여기저기로 풀리기도 하고...일단 우크라이나는 세계 유수의 농업생산력을 자랑하니까 일단 먹고 살기는 하겠지만 수중에 현금이 별로 없으니 뭐라도 팔아야 하는 게 아닌 건가 싶어요.
아무리 양립불가능한 가치를 신봉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공통의 적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으면 손을 잡기 마련이죠. 그게 바로 인간이니까요. 현실세계의 그러한 극명한 예가 바로 중국과 파키스탄의 동맹관계. 중국은 무신론 견지에 돼지고기를 아주 즐겨 먹다 보니 이슬람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같지도 않은데다 더러운 것을 즐겨먹는, 그야말로 상종못할 자들의 나라인데다 파키스탄은 그 사우디아라비아조차도 혀를 내두를만큼 이슬람 극단주의 및 각종 악습이 판치는 등 상태가 안 좋은 국가예요. 이 두 나라는 절대로 손을 안 잡을 것 같지만 인도라는 공동의 적이 있고 중국은 중동방면으로의 해상거점이, 파키스탄은 저렴하게 그리고 대량으로 조달해야 할 무기가 필요하니까 기묘하게도 손을 잡을 수 있게 된 거예요.
HNRY
2016-10-17 19:32:39
뭐어 경제사정이 나쁘다 뭐다 해도 신형 전투복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걸 보면 적어도 최소한의 생산 능력은 유지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그 보급이 더뎌서 문제일 뿐.....)
공공의 적이라.....그런데 그 공공의 적이 사라지면 갈라져버리지요. 국가가 쪼개지는 건 기본일 테고 군주가 무사할 수 있을 지.....좋은 생각일지 어떨지는 스토리를 좀 더 짜보고 판단해 봐야 할 듯 싶군요.
SiteOwner
2016-11-04 22:56:58
역시 시대가 시대라서 좋긴 합니다.
제 대학생활 때는 그런 것은 정말 해외파 부자들이 아니면 꿈도 못 꿀 것이었는데...그래서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여유있게 취미생활을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국내외 상황이 별로 안좋은데 판매자가 저렇게 친절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명분이 충분히 있으면 아무리 이질적인 것이라도 충분히 공존할 수 있고, 양립불가능하게 보여도 손을 잡기 마련입니다. 그런 게 바로 현실이지요. 위에서 Papillon님이 언급하신 추축국 동맹체제나 동생이 언급한 중국과 파키스탄의 동맹이 바로 그런 극명한 예. 남은 것은 얼마나 설득력있는 명분을 만드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