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공부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다보니, 예전부터 써오던 팬픽을 쓰는 대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소재나 설정을 스마트폰 메모장에다가 간단히 적어두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해서 나온 수많은 설정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힙니다... 옛날부터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보다 설정을 구상하는 쪽으로 가다 보니까, 플라나리아처럼 마구 증식하는 설정을 정리하다 제풀에 지쳐 손을 놓아버리는 나쁜 습관이 자꾸 반복되서 고민도 들고요.
어차피 취미에 불과하니 여기에 너무 얽매이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객이 전도되는 꼴이라 되도록이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 탓에 이것도 힘드네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성미가 풀리는데, 문제는 그 끝까지 가는 과정이 도저히 안 떠올라요...
이래서 소설을 쓰기 전 처음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서 세계관을 완벽히 구상한 후에 집필을 시작하는 에코 옹이 정말로 존경스럽습니다. 역시 천재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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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SiteOwner
2016-10-20 23:58:48
안녕하십니까, 앨매리님. 잘 오셨습니다.
설정 관련의 고민이 많은가 봅니다. 사실 저와 동생도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의 출범 초기에 그러한 점을 많이 느껴서 나름대로 몇 가지 방법을 고안해 보았습니다. 그 방법을 여기서 조금 풀어놓을까 싶습니다.
첫째,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보다는 종이와 연필로 러프스케치.
텍스트로 순차입력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그리고 거침없게 마인드맵을 만들듯 밑그림을 짜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골격이 잡히면 거기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설정을 가감해 보는 편이 상당히 매끄럽게 풀립니다.
둘째, 정량적인 데이터라면 엑셀이나 액세스 등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
이것은 주로 동생이 쓰는 방법인데, 폴리포닉 월드의 각종 통계자료는 엑셀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조적으로 액세스같은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속성별로 정렬가능하게 자료를 정리해 두고 그것을 엑셀로 추출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렇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기.
폴리포닉 월드 포럼의 취지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공작창에는 Papillon님의 노트 시리즈같이 아주 좋은 창작물 제작방법의 강의가 있고, 그것과 별도로 여러 창작프로젝트의 사례도 있다 보니 참고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넷째, 메모, 작업물 등의 데이터는 꼭 여러 수단으로 백업해 두기. 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혹시나 잘못 또는 이상하게 고친 설정을 폐기하고 원래대로 돌려야 한다든지 할 때에, 백업해 둔 것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공작창 카테고리 신설을 신청하셔도 좋습니다.
신청방법은 여기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앨매리
2016-10-22 22:55:01
사실 그에 관해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친구가 보고 '이게 뭐야?' 하면서 웃은 일 때문에...
저도 설정 놀음에 빠지는 일이 많아서 정작 스토리를 못 짜거나, 아니면 진행 못 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민이었죠.
Lester
2016-10-22 15:51:12
그런데 솔직히 남들이 본다고 한들 '저런 걸 하나?' 정도의 관심만 있지, 그 이상으로 파고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가끔은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게 스마트폰보다 더 빠르고 정리도 자유롭게 됩니다. 노트에 필기하면 괄호를 친다거나, 화살표로 관계를 나타낸다거나, 나만의 축약어를 만들어서 정리하는 것이 가능하죠. 그렇게 해서 쓴 노트가 3~4권이 되는데, 이런 식으로 놀음에 빠져서 정작 글을 안 쓴다는 게 문제입니다;;; 옛날에도 설정노트를 만들긴 했지만 그걸 글로 옮겼는데, 언제부터 글을 쓰는 것도 그만두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앨매리
2016-10-21 23:55:10
마드리갈
2016-10-22 21:14:35
설정이라는 게, 만드는 순간에는 완벽을 지향하고 있다고 보일지는 몰라도 만들어놓고 나서 다각도로 검토하면 또 맹점이 생기거나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차피 완벽한 설정은 없으니까, 일단 전제, 주제의식, 방법론 등의 골자는 확실히 해 두고 다른 것은 소프트웨어 발매후 꾸준히 패치나 서비스팩 등을 내 주는 것처럼 만들어가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죠. 제 방법은 가상세계 자체를 만들어내는 콘월딩(Conworlding)에 특화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말씀드리고 싶어졌어요.
폴리포닉 월드 관련으로 예시를 들자면 이러해요.
우선은 전반적인 전제부터.
그 다음은 주제의식.
이 정도로 말씀드릴께요.
이렇게 골자가 견고히 잡혀 있으면 그 다음은 작업하기 쉬울 것이니까, 참고가 되면 좋겠어요.
창작활동도, 그리고 수험활동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시리라 믿어요.
앨매리
2016-10-22 22:56:52
조언 감사합니다! 이전에 설정 정리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설정은 기본적인 뼈대만 만들고 살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붙여나가볼까?'라는 생각에 비슷한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지지부진했는데, 마드리갈 님의 방법을 보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apillon
2016-10-23 03:53:01
1.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설정 메모를 할 때는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보다는 수첩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 더 좋습니다. 첫째로 SiteOwner 님이 말씀하셨다시피 훨씬 자유롭게 메모를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포함한 휴대용 디지털 기기에 메모를 할 시 기능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대부분 그냥 써내려가거나 지우거나 하는 수밖에 없죠. 무언가 주석을 덧붙이거나 하고 싶어도 그런 기능을 쓸 수 있는 단순 메모장은 적습니다. 워드 프로세서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이 역시 아날로그 방식보다 복잡한 방법을 써야하죠. 이 때문에 겉보기로는 아날로그 메모장에 적은 것보다 깨끗해보일지 몰라도 오히려 정리하기는 더 힘들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아날로그 메모장은 중구난방으로 보여도 정보가 원하는 장소에 쓰여있는 반면에 디지털 메모장은 자세히 정리되어 있음에도 정보가 흩어질 수 있거든요. 여기에 더해서 아날로그 메모장의 또 다른 장점은 추후 워드 프로세서 등을 통해 정리할 때 자연스럽게 퇴고를 거치게 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의 경우,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하다보니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아날로그의 경우 일단 옮기는 과정에서 읽어야 하다보니 예상 외의 오류를 잡아내는 경우가 있거든요.
2. 아날로그 메모장을 쓰지 않는 이유로 놀림받는 경험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런 식의 놀림은 디지털 메모장을 써도 똑같이 나옵니다. 아니, 사실 거기에 설정이 아니라 무엇을 쓰든 놀림 받을 확률은 높습니다. 주식 정보라면 정확하기 않은 정보라면서, 혹은 돈이나 날려먹는다면서 놀림받을 수 있고 전공 과목 정리라면 분위기 파악 못하고 혼자 공부하냐고 놀림받을 수 있습니다. 그림이라면 못 그리면 실력이 안 된다고, 잘 그리면 오타쿠라고 놀림받을 수 있으며 시면 허세가 넘친다고 놀림받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초에 타인의 노트를 들여다보고 놀리는 사람들은 애초에 "상대가 무엇을 썼는가"가지고 놀린다기보다는 "장난치고 싶은데 그 소재로 저 메모장을 쓸 수 있을 것 같다"에 기인하는 경우가 절대다수거든요. 그러니 그런 건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3. 설정이 마구 증식하게 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쓸 지 정해놓지 않고 일단 설정부터 쓰면 그렇게 돼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구상이나 주제 단계에서 로그라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설정으로 넘어가버릴 경우 그런 사태가 일어납니다. 그러니 설정이 지나치게 증식해서 곤란하다고 생각하시면 일단 구상이나 주제 단계에서 바로 설정에 들어가지 마시고 로그라인을 짜세요. "누가(주인공), 무엇을 위해(주인공의 목적), 어떤 장애를(주인공에게 주어진 갈등 및 시련), 어떻게 해결해내는(주인공의 행동 및 이야기의 방향성) 이야기". 그리고 이 이후에 해당 내용에 곁가지를 붙이시는 식으로 설정을 이어나가면 의외로 최소한의 설정만을 짤 수 있습니다. 물론 J.R.R. 톨킨 옹처럼 아예 세계 하나를 짜놓고 이야기가 알아서 돌아가게 만드는 방식도 있습니다만, 그건 평범하게 작품을 쓰는 입장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에요. J.R.R. 톨킨은 단순히 소설가가 아니라 영문학, 언어학, 민속학 관련 자료들을 굉장히 오랜 시간 모아서 세계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건 위대한 일이지만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에요.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설정만이 아니라 세계라는 것을 구현하기 위한 설정을 모두 짜내야하니까요.
4. 여기에 더해서 자신이 쓰게 될 작품의 장르도 어느 정도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장르에 따라 요구하는 최소한의 설정은 극단적으로 갈리거든요. 예를 들어, 세카이계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세계설정을 생략합니다. "최종병기 그녀"를 예시로 들자면 이 작품에서 일본은 전쟁 중이지만 누구와 전쟁을 하는 지, 왜 전쟁을 하는 지, 왜 평범한 여자애인 치세를 납치해서 최종병기로 만들어야 했는지, 치세의 병기로서의 능력은 대체 어떤 원리로 가동하는지, 일본 정부는 무엇을 생각하고있는 지, 왜 전쟁 중에도 일상 생활이 지속되고 있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야기 속에서 사회에 대해 알고 있는 어른들도 굉장히 단편적인 정보만 나오거나 등장이 없어요. 왜냐하면 세카이계라는 장르에서 중요한 부분은 "주인공과 히로인 둘만의 세계" 뿐이거든요. 그러니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 장르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그리고 장르 불문 설정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설정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4에서 언급했듯이 가능한 최소화 수준은 장르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아요.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에 나오는 미사카 미코토의 능력과 "DC 코믹스"의 샤잠은 전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설정 오류는 미사카 쪽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샤잠은 마법을 전기를 떨어트린다는 심플한 설정이지만 미사카 미코토는 온갖 복잡한 초능력 설정을 달고 있거든요. 필요가 없다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설정을 덧붙이면 오히려 내용만 더 이상해져요.
앨매리
2016-11-05 12: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