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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끝과 시작 4 -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

SiteOwner, 2017-01-20 16:42:25

조회 수
222

세기의 끝과 시작 1 - 모든 가치관은 뒤집혔다

세기의 끝과 시작 2 - 북한은 일종의 성역이다

세기의 끝과 시작 3 - 말과 글은 조자룡 헌칼쓰듯


지난 2013년 9월에 세번째 글을 쓰고 나서 한참동안 잇지 않았던 이 시리즈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할 말은 많이 있지만 여러 사정상 우선순위가 밀려서 그렇게 된 점에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1990년대 후반의 대학가에서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났지요.

대학은 온갖 사상의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면서 정당화된 여러가지의 일탈행동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 생각나는 것이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이었습니다. 상당히 엄청난 이름의 운동이었는데, 왜 이런 것이 갑자기 나타났을까요?

당시 유행하던 담론 중에 대한민국은 친일파들이 세워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였고, 민족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는 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론을 하면 수구반동분자, 극우주의자 등으로 몰리거나 그러했지요. 이런 담론 덕분에 급기야는, 대한민국의 법은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법이니 지키지 않아도 된다 내지는 지켜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해방세상이 되면 대한민국의 법을 어긴 회수가 많을수록 중용되어야 하고 법을 안 어겼다면 그는 친일파니까 처단대상이라는 식으로도 논리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1996년 상반기, 그때 대학가에서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이라는 이름의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내용이라는 게 대략 이렇습니다.

작게는 공중도덕이나 교통규칙 등을 무시하는 것. 즉 길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무단횡단, 신호무시 등을 하기. 그리고 크게는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전복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열차탈취, 방화, 테러, 시가전 등의 무장투쟁. 그리고 그 해 여름 한총련 폭력시위와 다음해 민간인 납치살해사건 등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한총련 폭력시위 때에는 연세대학교를 점거중인 학생 내에서. 남학생 간부들을 위해서 여학생은 성적으로 봉사하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이라는 이름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하긴 그것도 그런 것이, 그렇게 실정법을 안 지키면 당장에 불이익이 엄청나지 않겠습니까. 자연스럽게 소멸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 이후 합법투쟁으로 노선이 대거 바뀌었지요.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법리상 승소해서 거액을 뜯어내서 침묵시킨다든지, 제도권에 진출한다든지...


그때 그 주장을 하고 몸으로 실천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중국 문화혁명 때의 홍위병들같이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으려나...

군복무 때에 어떤 사람을 만나긴 했습니다. 입대 동기로서.

1996년 당시 연세대학교 점거사태 당시 최후에 남았던 일명 "사수대" 의 대원 중 1명. 그렇게 반미 그러면서 카투사 지원을 한 것도 신기했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때의 학생운동 자체가 안될 것을 바라고 있어서 결국은 희망을 접었다고 합니다. 즉 그에게는 인생의 오점 중의 하나였다는 것이지요. 그 사람은 용산으로, 저는 미2사단으로 배속되어서 그 이후 만날 일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는 합니다.

동생이 참여해서 폴리포닉 월드의 규모가 세계규모로 확대되자, 이 세계의 주류사조에 대한 안티테제가 무엇인가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폴리포닉 월드는 소련이 붕괴되지 않고 자기개혁에 성공하였고, 일단 표면적으로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자유진영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여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인류의 이상에의 접근을 목표로 할 정도로 수정주의적 시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보니 공산주의를 안티테제로 채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후보군이 거론되었고, 그 결과 종교, 민족 등에 기반한 극단주의, 반지성주의, 아나키즘 등의 후보 중에서 결국 낙착된 게 반문명주의. 당시의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의 행태를 참고로 해서 이 용어를 채택하였습니다. 이것들의 행태는 일단 동생이 만든 두 항목에 간단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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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콘스탄티노스XI

2017-01-20 22:36:46

20대는 뭐든 다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으니깐요. 물론 그게 엇나가면 본문에 언급된 경우가 됩니다만... 개인적으로 '권위를 통한 억압을 거부한다'는 아나키즘의 생각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바, 아나키즘 자체는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사상을 지금의 자유주의 사회에 일부 도입하는 시도는 충분히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로 인류사가 이상적으로만 나아간다면 아나키 사회가 가장 마지막일거라 생각하고요.)

SiteOwner

2017-01-21 23:54:53

20대의 자신감...확실히 타당성이 있지요.

사실 운동권논리의 상당수가 자세히 뜯어보면 결함과 자기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그냥 듣기에는 그럴듯한 게 꽤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러 사조에서 배울 것은 많습니다. 직접 배울 것은 없더라도 반면교사가 되는 것도 있으니까요. 콘스탄티노스XI님께서 아나키즘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는 사회민주주의 자체는 반대하지만 그 사조에서 배울 게 많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17-01-22 22:34:27

저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를 댔겠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봐도 중2병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건 저만 그런 걸까요... 생각이 있다면 얼마 못 가 그만둘 수밖에 없었겠죠.

SiteOwner

2017-01-23 19:16:59

사실 중2병 맞습니다. 단지 현실의 시사이슈 등으로 과대포장해서 그럴 뿐이지 현실성 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자신들만이 정의, 법, 그리고 세계를 바꾸는 모든 힘의 원천이라고 주장한 것은 중2병의 전형적인 양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학생회장 공약이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동맹 파탄내기 등이었으니...

그런데 이것보다 더 나간 게 있습니다. 미국계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출점을 대학생들을 마비시키려는 총자본의 음모 어쩌고...1990년대에 알바 뛰는 마왕님을 열독했을 리도 없을텐데, 정말 시대를 앞섰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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