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이 주장의 안쪽이 어떤가, 그리고 이것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놀랄 정도로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요. 과연 이 문제에 어떠한 의문을 가지지 않아도 될까요?
결론을 말하기에 앞서, 이러한 소득구조를 보이는 두 국가를 생각하기로 해요.
전국민을 10단계로 구분하여,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을 1분위, 가장 많은 계층을 10분위로 정의함을 미리 밝혀 드려요. 그리고 등장하는 국가 모두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이 동일한 제반조건을 만족하고 있어서 국가에 따른 소득의 상대적인 격차 또한 없다는 가정이 확립되어 있어요.
- A국 - 1분위의 연소득은 10,000달러, 10분위의 연소득은 100,000달러
- B국 - 1분위의 연소득은 15,000달러, 10분위의 연소득은 120,000달러
두 분위의 연소득 격차는 A국의 경우 90,000달러, 그리고 B국의 경우 105,000달러.
B국이 연소득 격차가 크니까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나요? 아마 긍정할 대답은 나오지 않을 거예요.
일단 B국의 경우는 절대적인 소득격차는 커졌지만, 실제로는 가장 소득이 적은 계층조차도 A국의 경우보다는 절대적으로 많다 보니 오히려 A국보다는 B국의 경우가 더 낫다고 해야겠어요.
그리고 1분위와 10분위의 연소득대비는 A국의 경우는 1:10, B국의 경우는 1:8이니까, 소득격차의 절대값은 B국이 크더라도 상대비는 A국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나올 수가 있어요.
그러면 소득격차의 상대비가 작으면 바람직한가 하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 이런 두 국가의 경우를 보도록 해요. 가정은 위의 A국, B국의 경우와 동일.
- C국 - 1분위의 연소득은 5,000달러, 10분위의 연소득은 25,000달러
- D국 - 1분위의 연소득은 15,000달러, 10분위의 연소득은 90,000달러
두 분위의 연소득 격차는 C국의 경우 1:5, D국의 경우 1:6.
이 경우를 보고 소득격차의 상대비가 낮을수록 바람직하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C국의 경우는 연소득 수준이 너무 낮아서, 정상적인 생활이 충분히 보장되기 힘들어요. 그리고 경제규모가 너무 낮아서 발전할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위험도 존재해요. 그러니 결국 소득격차의 문제는 절대값도 아니고 상대비도 아니라는 것이 쉽게 보여요.
그러면, 어떤 소득구조가 바람직할까요?
지금까지의 생각을 통해 정리해 본 결과, 가장 바람직한 소득구조는, 1분위라도 충분한 연소득이 보장되어서 누구든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고, 또한 노력해서 보다 소득을 많이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런 제도는 최저임금제 및 각종 사회보장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막연하게 격차가 작으면 좋다는 생각을 조금만 더 파헤치면,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이 이렇게 드러나네요.
그러니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소득 최하위 계층이라도 충분히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우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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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콘스탄티노스XI
2017-05-18 17:26:55
단순히 절대적으로 위쪽 계층과 아래쪽 계층의 격차를 억지로 낮추는건 불가능할뿐더러 여러모로 무리가 따르죠. 그러므로 아무래도 대부분의 격차 해결 정책은 아래쪽 계층들이 계층이동이 좀더 쉬워지도록 지원해주는데 주력을 두고요. 물론 현재 세계 곳곳에 터져나오는 불만은 계층이동 자체가 힘들어지는데다가 빈부격차는 더더욱 커져가서 문제입니다만...
마드리갈
2017-05-18 18:00:56
말씀하신대로 계층간 격차를 억지로 낮추는 것은 무리수예요.
프랑스가 소득의 75%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부유세 제도를 밀어붙였다가 역풍이 분 사건이 있었어요. 결국 프랑스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은 줄어들고, 프랑스의 부유층들이 외국에 귀화하거나 조세회피 수단을 찾는 등 기업활동은 하기 어려워지고 도덕적 해이는 가속화되고 고용상태는 엉망이 되는 사태를 초래했어요.
자세한 것은 주프랑스대사관이 요약한 정보에 나와 있으니 참고를 부탁드려요.
오늘날 세계각지에서 부각되는 고용문제 및 소득격차문제에는 이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첫째 원인은 금융화(Financialization)의 폐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이 역으로 기업을 상품화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그 결과 기업의 종업원들의 급여는 거의 상승할 수 없게 되어 버린 현상을 말해요.
둘째 원인은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나서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의한 선진국의 산업공동화. 생산시설이 인건비가 싼 저개발국으로 통째로 빠져나가거나, 외주생산 등에 의존하게 되면서 선진국에서는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게 되었어요.
셋째 원인은 상품시장의 부침. 2000년대 전반에 각종 원자재 등의 상품의 가격이 대거 오르면서 상품시장은 호황을 맞게 되었지만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제대로 재투자되지 않고 낭비되었어요. 그러니 일부 원자재 가격이 폭락한 지금은, 그것에만 기대던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불능상태에 빠져 버렸어요.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등이 그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