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만 그 오랜만에 쓰는 글이 푸념글이라니 어떠려나요.
제목 그대로입니다. 제 자신이 한 순간에 폭락한 주식이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왜냐하면 대학 성적을 말아먹은지라 올해 학기를 마치고 내년 졸업이 물건너갔기 때문이죠.
뭐어.....변명을 하자면 학업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죠. 꿈에 부풀어 기껏 대학에 들어왔지만 제가 그리던 대학생활은 정말 꿈으로만 끝나버렸고 학업의 압박이 심한데 그걸 견디지 못하고 멘붕해 버리기도 했으니 말이죠. 저는 그림이 자신의 길이라 믿었으나 학교를 다니고 편입학 시도라는 명목으로 학원 공부까지 받아보고 내린 결론은 결국 그림은 제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취미라면 몰라도.
그리고 이 성적 문제로 부모님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말았습니다. 제 자신을 주식에 비유한 것도 그것 때문이죠. 부모님은 저를 믿고서 몇 천만원을 투자했는데 그 결과가 이모양이니 얼마나 속이 타들어가실까요. 앞서 말한 대로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하느라 당신들께서는 노후준비도 못하고 계셨습니다. 결국 부모님께선 하반기까지만 학비를 대주고 그 이후로는 뭘 하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으로 선을 그어버리시고 말았습니다. 만약 계절학기를 듣건 뭘 하건 돈은 스스로 대야 하지요.
그런 이유로 그 동안 해오던 밀리터리 취미 생활도 한동안 접어둬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 한동안이 언제까지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이제 정말로 까딱하다 잔고를 비워버리면 곤란하니까요.
다 부족하고 어리석은 자신의 탓, 그렇지만 내탓이오, 내탓이오 하면서도 부모, 학교, 사회에 대한 원망이 빠지질 않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사람 마음 참 고약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머리가 깨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육체가 성인이 되어도 정신이 육체를 못따라가다 깨고 보니 세상 요지경이 되어 있네요.
그런 이유로 지금이라도 다른 길을 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휴학을 또 할까 했지만 어쨌건 마지막 자비로 대주시는 하반기 학비를 그냥 넘길 순 없으니 일단 다니기는 열심히 다녀야겠죠. 하지만 그 이후는 본격적으로 살길을 모색하려 합니다. 알바를 하나 더 구하건, 직업훈련 받으며 자격증을 따건 말이죠.
이래저래 길게 늘어놓았습니다만 부모님과의 관계가 틀어진 부분은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드네요. 그나마 아버지와는 평소처럼 지내려 하고 있습니다마는 어머니와는 완전히 대화가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서로 말도 안걸고 있지요. 당신이 투자하신 돈을 제가 뱉어낼 수도 없고 나중에 갚겠다 나중에 갚겠다 스스로 다짐하곤 있었습니다만 이미 제 나이는 30에 가까워져 가고 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사회로 나가지 않으면 안될 시기지요.
여튼 그렇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불쌍하게 보건 한심하게 보건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군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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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드리갈
2017-06-28 23:13:06
오랜만이예요.
여러모로 고민이 가득한 글을 쓰신다고 해서 죄의식을 느끼시거나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조금이라도 지친 마음을 쉬게 하셨으면 하니까 편하게 여겨 주시기를 부탁드릴께요.
그러셨군요. 학업, 자금, 가족관계, 취미, 진로...여러모로 상황이 녹록치 않네요.
뭔가 조언을 드리려고 해도 딱히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당부드리고 싶어요.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오늘의 이 느낌을 잊지는 않되 언제까지나 이 느낌에 젖어 있지만은 않을 것.
대학 졸업식 전날 밤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24년간 열심히 산다고 살아온 결말이 선택받지 못한 인생인가, 여기서 더 살아 있는 게 얼마나 득이 될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떨떠름한 기분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말았어요. 더군다나 그때는 왼팔 골절상으로 왼팔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으니 비참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죠. 그래도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끝에, 지금 살아 있으니까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고...자조하는 것도 이거로 끝났어요. 그리고 여러 일이 있었고, 이렇게 포럼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고...그때의 제 생각이, HNRY님께 일말의 도움이나마 되면 해서 조금 풀어 보았어요.
이 밤이 걷히면 해는 다시 뜨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믿고 있어요.
SiteOwner
2017-06-28 23:59:41
여러 큰 고민에 직면하셨군요.
얼마나 고통스러우실지가 짐작되고 있습니다.
포럼에 이렇게 오셔서 여러 소회를 풀어 내시는 것이, 특히 온갖 어려운 현안에 대해 언급하시는 것이 가벼운 마음으로 되는 게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여러모로 배려가 있는 공간인데다 만일 이런 고민에 대해서 험구, 조롱 등을 하는 행위가 있다면 운영진 차원에서 강도높게 배제할 것이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일단은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짊어지려 하지 마시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시고 작은 변화를 도모하신 뒤에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생각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돌아가는 길이지만 결과적으로 빠른 법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 주셔야 합니다.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마키
2017-06-29 09:36:02
뭐 저는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HNRY님이 도리어 부러운걸요...
맨날 일 못한다고 잔소리 들으면서도 변하는건 하나도 없는 다람쥐 쳇바퀴고 잘 하는 것도 하나도 없으면서 하루하루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뿐인걸요.
그런 HNRY님을 위한 추천곡 하나. Perfume의 Dream Fighter(https://youtu.be/rBX5YGPNDb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