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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자리의 여름아이가 보낸 6월에의 기억

SiteOwner, 2017-06-30 20:26:27

조회 수
178

오늘은 6월의 마지막날이자 2017년 상반기가 끝나는 날.
지금까지 살면서 보낸 여러 6월이 갑자기 생각나고 있습니다.

1987년 6월 29일은 그 유명한 6.29 선언이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학교를 마치고 귀가했더니 서울에서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 TV에서 나왔습니다. 그날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 날이었습니다.
1996년 6월 29일 그날 서울 아침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때 저는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있었습니다.
1999년 6월 15일은 제1연평해전(당시명 서해교전)이 있었던 날인데, 군복무중이었던 저에게는 전쟁이 바로 당장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일이라는 것이 피부로 다가온 그 날이기도 했습니다.
2000년 6월 15일은 6.15 공동선언이 있었던 날인데, 이전의 6월 대학가 운동권들은 아주 조용했지만 그 이후로는 6월에 더욱 활발해진 게 보였습니다.
2002년 6월 29일은 제2연평해전이 있었던 날. TV를 보다가 갑자기 전사자 몇 명, 부상자 몇 명 하는 자막이 떠서 군복무 당시의 그 기억이 다시금 살아난 날이기도 했습니다.
2007년 6월 15일은 장기투병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날. 그리고 그해 6월은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이자 동생의 롤모델이었던 ZARD가 5월 27일에 이 세상을 뜬 후 맞이하는 첫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6월에는...
첫 주에는 동생과 해외여행을 하고 있었고, 15일에는 퇴원 10주년을 자축했고, 오늘인 30일에는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온 6월을 잠깐 회고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달은 30대와 40대가 공존한 마지막 달이기도 합니다.

내일부터는 첫날부터 40대로서의 제 인생이 시작하는 첫 달이자 2017년의 하반기가 됩니다.
게자리의 여름아이가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어 맞이하는 내일과 이 해의 하반기, 이전보다 보람있게 빛내고 싶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대왕고래

2017-06-30 20:57:13

6월에 무슨 일이 있었나, 그렇게 많이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한 해 단위로 보면 다를 게 없다 싶었거든요. 그냥 올해까지 학기를 제대로 마치자는 게 목표네요, 지금은.

올해가 끝나면 그래도 다른 느낌이 들겠죠. 일단 대학원을 나올테니까요...

SiteOwner

2017-06-30 21:05:53

보통 6월이라는 달이 묘하게 존재감이 옅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고등학교까지는 6월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달이고, 대학의 경우 6월 전반은 기말고사로, 그리고 후반은 방학으로 보내다 보니 바쁨과 한가함의 극단을 달리기도 하고, 직장생활의 경우는 덥지만 마음놓고 쉴 수는 없는 때이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모로 애매한 게 사실입니다. 저는 6월에 태어났고 황도12궁의 게자리에 생일이 위치하다 보니 6월을 남들보다 더 잘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대왕고래님의 대학원 생활이 마무리에 들어가는군요. 벌써 그렇게 엄청난 시간이 흘러 다시금 놀랍니다. 상투적인 격려사같지만, 유종의 미를 잘 거두시기를 기원하며, 또 그렇게 하시리라 믿습니다.

앨매리

2017-06-30 22:56:41

생각해보니 6월달에는 뭔가 되돌아볼 만할 특이한 일을 겪은 적이 없네요. 아니면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걸수도 있지만요. 요새 들어서 옛날 일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게 영 없는 것도 있지만요...

SiteOwner

2017-06-30 23:12:47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6월은 각급학교 학생들에게도 대학생들에게도 직장인들에게도 좀 애매한 감이 없지 않은 달이다 보니 그런 것도 있고, 요즘의 세태가 자기 한 몸 추스리기에도 바쁠만큼 각박한 점이 적지 않은지라 기억할 틈도 없을 수 있다 보니 앨매리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발상을 조금 전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소한 6월이라는 달에 악연이 없다는 것만 해도 꽤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키

2017-07-01 11:07:45

8년전 현충일이었네요.

저녁에 이모네 전화 받아서 같이 엄마 입원해있던 서울대학교병원에 갔었죠. 예전부터 유방암으로 수술받고 계속 항암치료 받았던지라 가끔 같이 병원가면 엄마 치료받을동안 혼자 돌아다니면서 병원 건물 모형 만들어진 것도 구경하고 그랬었죠. 이따금은 버거킹 햄버거도 사먹고...


여하간,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날은 참 분위기가 이상한 날이었어요. 엄마 입원해 있는 병실 와서 아부지 올때까지 혼자 옆에 있어주고 그랬는데 다음날 새벽녘(한 새벽 6~7시 즈음. 막 하늘이 파랗게 밝아오던 시간.)에 의사분들이 제세동기로 심폐소생술을 해주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네요. 아마 그때부터 제 안의 무언가가 돌이킬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와는 별개로 장례 치르고 나서 친척분들께 용돈을 한 10만원쯤 받았는데 평소같았으면 장난감 같은걸 샀을텐데 그때는 어쩐지 그런걸 살 기분이 아니라서 동네 서점가서 책을 10만원 어치 한아름 샀었죠. 딱히 뭔갈 읽고싶어서 간것도 아니라 그냥 아무거나 끌리는걸로 이것저것 집어왔는데(주로 장르소설류) 거기 섞어서 사왔던 라이트노벨 작안의 샤나가 제 오타쿠 생활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SiteOwner

2017-07-01 12:36:18

그러셨군요. 그렇게 그 8년전의 그날은 마키님에게 기억되고 있고...

무슨 말을 이어야할지, 혹여 실례가 되지 않을지 망설여집니다.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통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기를...


라이트노벨 작안의 샤나...저는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애니맥스에서 방영된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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