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제뉴스를 보니까 습근평(習近平,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항미원조전쟁 운운하는 발언을 했더군요. 자세한 내역은 8월 1일자 조선닷컴 기사를 참조하시기를 부탁드려요.
그리고, 역시 국내에서는 정부에서든 정치권에서든 시민단체든 이상할 정도로 아무 말이 없네요.
"역시" 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나라의 애국심이 발동할 조건이 안 만들어졌으니까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도 않았어요.
항미원조전쟁이라는 용어의 문제점은 이미 4년 전 초여름에 썼던 글인 6.25 전쟁에 대한 몇몇 이야기 (下) 제하의 것에서 분석해 두었어요. 조금 다르게 쓰자면 중국의 저 용어는 침략전쟁을 진영논리로 왜곡한 기만적인 성격의 것이라는 것이 되고, 그러한 중국이 국제연합 최대의 적으로서 활동했으면서 동시에 국제연합의 의사결정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된 지금의 체제는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럽기까지 하네요.
대체 이런 상황에 어찌 그렇게 조용한 걸까요?
당장 대동아전쟁 어쩌고 이래 봐요. 난리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그런데 그렇게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패했고, 대일본제국 체제는 해체되었어요. 그리고 부족한 점이 없었다고는 말못해도 도쿄군사재판으로 전범이 단죄되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및 여러 양자조약으로 일본은 전쟁책임을 부담했어야 했죠. 그렇게 일본의 군국주의는 단죄되었고 더 이상 세계를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사멸했어요. 어차피 몇몇 망상에 사로잡힌 자들이 헛소리를 하긴 해도 그들은 이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극소수인데다 자연수명도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6.25 전쟁의 주범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누구도 단죄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들은 우리나라를 말살하기 위해서 온갖 못된 꾀를 동원하는가 하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물론이고 세계를 위협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단죄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중국은 1971년 이후에는 국제연합 총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대만을 밀어내고 국제연합 상임이사국으로 등극했죠.
이게 현실이라고, 중국이 강대국이라고 그냥 이렇게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국제연합에 적대한 교전단체 대표 중국의 망언을 규탄한다고 외교관이 국제연합에서 연설하거나 각 정당 중책들이 비판성명을 내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요. 그리고 여러 시국에 여러 발언을 하는 각종 단체들은 왜 이럴 때만 존재감이 공기 속의 아르곤만큼도 없는 걸까요.
역시 바랄 것이 아니었나 봐요. 반한, 반UN 발언이 저렇게 나와도 침묵만 하는 이 세태가 계속되는데 뭘 어떻게 기대하라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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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샤르베인
2017-08-02 18:30:29
일본이 옛날에 우리보다 못했던 시절만 기억하고 만만하게 보고 아르릉대는 게 아닐까 싶은 심정이 들기는 합니다.?
다만 어찌됐든 중국도 우리 입장에서 위험한 나라인 건 마찬가진데 경계심이 너무 없는거 같아요. 사대주의의 재림인가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그나마도 사대주의는 주변 강국이 중국인 데서 오는 생존전략 축에라도 들었지 이건 뭐 간빼주고 쓸개빼주는 느낌이니...
마드리갈
2017-08-02 19:03:17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절반, 아니, 1/10 정도라도 좋으니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아예 중국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말자는 것인지 자기검열을 적용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중국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무력해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경제보복을 하니까 배치하지 말자,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중국을 자극하니 건설해서는 안된다 운운하는 자들은 아마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전반에 태어났더라면 아예 매국만이 살길이다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뉴스를 모니터링해 보니, 부동산 규제 관련만 잔뜩 있을 뿐 중국의 저 오만한 발언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었어요. 한 야당이 언급하긴 했는데 "항미원조전쟁" 발언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사안인 것으로 인식하고 전제하는 발언이었죠. 그나마 언급하는 경우조차도 인식이 저 정도에 불과하니 뭘 기대할까요.
마키
2017-08-03 11:50:21
중국의 태도에 대해선 더 이상 논할 말도 없으니 넘어가고, 우리나라도 어째 중국에 대해선 별 소리를 안하는게 한탄스럽네요. 일본에 대해선 툭하면 언성이 높아지면서도 정작 그 일본보다 더한 원수인 중국에 대해선 어떻게든 입 바른 말만 하려고 하는게 참...
마드리갈
2017-08-03 13:34:28
굳이 한국사 전반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대한민국 역사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이 적성국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요. 1950년에 북한이 6.25 전쟁을 일으킬 수 있게 각종 배후지원을 해 온 양국 중의 한 나라가 중국이고, 항미원조전쟁이라는 궤변을 앞세워서 침략전쟁을 벌이고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그들도 중국인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니까요. 그런 중국에 대해서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체 뭘까요. 그렇게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싫은 소리를 잘 하면서 이상할 정도로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그 기백이 사라지는 게 참으로 신기하기 짝이 없어요. 그 결과는 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의구심 증폭, 일본에서는 지한파 일본인의 감소, 중국에서는 한국 때리기 열풍. 참 잘 하는 거네요.
OBiN
2017-08-05 05:31:23
이런 걸 볼 때마다 언젠가 본 유머글이 생각나네요.?
"중국이라는 이름은 참 잘 지은 것 같다. 규모는 대국이지만 국민성은 소국이니까 평균 내면 중국이 되는 것 아닌가."
마드리갈
2017-08-05 08:48:23
그 유머가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동시에 씁쓸해지기도 하네요.
혹자는 이런 말도 하고 있어요. 중국은 압도적으로 큰데다 6.25 전쟁의 배후지원 및 중공군 파견에 대해서도 책임자 모택동이 중국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지닌 인물이니 중국에 과거사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그러는데...그럴 것 같으면 미국이나 일본에는 일찌감치 접고 들어갔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게다가 그 논리로는 일반인이 권력에 맞서는 것도 불가능하니 아예 저항권의 행사 따위도 싹 접었어야 했죠. 친중논리라는 게 이렇게 기만적인데 어찌 비판이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