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의 캐릭터에는 바보 캐릭터도 있어요.
많은 경우 바보 캐릭터들은 재미있는 장면을 선사하기도 하고, 의외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면서 작품에 여운을 더해 주기도 해요. 이를테면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의 누케사쿠는 이름 자체가 얼간이, 등신 등을 의미하고 있는데 이것이 죠죠 일행의 디오와의 결전을 앞둔 상황에서 가벼운 개그이벤트를 만들기도 하고,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의 니지무라 오쿠야스는 처음에 적으로 등장한 점, 갖고 있는 무서운 능력, 이상할 정도의 노안, 스스로 바보라고 인정한 점, 파란만장함으로 점철된 가족사, 히가시카타 죠스케와 쌓아가는 우정 등의 여러 양상 덕분에 여러모로 미워할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로 자리잡아 있어요. 또한 진격의 거인의 사샤 브라우스는 밑도 끝도 없는 식탐 덕분에 바보스러움이 부각되어 개그 장면을 몇 번 만들기는 하지만 직감이 탁월하고 거인과 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확실히 능력을 발휘하는 등의 진지한 면모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2017년 3분기 애니에 나오는 바보 캐릭터들은 그 차원을 뛰어넘어서, 현실에 있으면 정말 큰일나겠다든지, 현실에 없어서 다행이다 싶은 캐릭터들도 있어요. 그 캐릭터들을 소개해 볼까 해요.
스도 켄 (어서오세요 실력지상주의교실에)
첫 인상부터 최악인 캐릭터로, 작중 배경인 도쿄 고도육성고등학교에 어떻게 입학했는지조차 의문이 들어요.
스도 켄은 농구를 잘 하는 장신의 남학생으로, 교복을 착용한 모습은 드레스코드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정도의 불량스러움에, 학과성적은 최저. 게다가 인성마저 좋지 않아서, 같은 반인 D반 학생들이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대뜸 욕설과 반말로 대꾸하는가 하면 도서관에서는 같은 반 여학생 호리키타 스즈네에게 욕을 하고 멱살을 잡고 행패를 부리려다 즉좌에서 논파당하기까지 해요. 게다가 도발에 잘 넘어가고, 그 대응도 교내의 쓰레기통을 걷어찬다든지 등의 폭력적인 행태로 나타나고 있어서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게다가 모종의 교내폭력사태에 휘말렸을 당시, 학생회의 심의에 출석했을 때에도 그저 욕설과 소란으로 대꾸할 뿐 자신이 왜 부당하게 문제의 중심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화를 자초하고 있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리키타 스즈네가 퇴학자를 막기 위해서 기출문제 입수 및 담임교사와의 거래, 스도 켄을 도발한 C반 학생들의 주장의 모순점 발견 등으로 스도 켄을 2번 구명한 이후로는 개선의 정이 보이고 있다는 거예요. 여러모로 사고력이나 인내력 등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천성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게 입증된 캐릭터.
하나바타케 요시코 (바보걸)
제법 귀엽게 생긴 편인 여학생인데, 학과성적이 최악인 것은 물론이고 상식마저 없어요.
언제나 폭주상태에, 놀이터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조차도 "저런 어른이 나라의 미래를 망치니 우리라도 노력해야지..." 라고 생각할 정도. 게다가 옆집에 사는 남학생 아쿠츠 아쿠루, 통칭 앗군은 그 요시코를 인간으로도 안 보고 있어서 요시코의 어머니 요시에가 자신의 딸을 잘 부탁한다고 했을 때 대뜸 하는 말이 "인간은 원숭이와 사랑에 빠지지 않습니다."
요시코와 앗군의 대화 일부를 발췌해 소개할께요.
요시코 - 답례로 팬티 보여줄께!! (한대 맞고) 부끄러워하긴...?
앗군 - 헛소리!! 요시코의 더러운 팬티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아!!
요시코 - 아무리 요시코라도 팬티에 똥 안 묻었어!! 똥 안 묻었다고!!
앗군 - 시끄러!!
요시코 - 앗, 오늘 역앞의 바나나가게에 초고급 바나나 입하되는 날이었지, 그럼 내일봐!!
참고로 이 대사, 교실 안에서 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요시코는 저 말을 하면서 무단조퇴...
저의 평가는 "이 이상의 바보 캐릭터가 등장하면 큰일난다!!"
3분기가 앞으로 한달 남짓 남았는데, 4분기 신작애니에 저 이상의 바보 캐릭터가 안 나오기를 기대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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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스XI
2017-08-25 12:54:17
개인적으로 바보 캐릭터하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에 요시이 아키히사가 참 기억에 남는군요. 너무 바보라서 내내 대쉬하는 작품내 히로인인 히메지 미즈키랑 시마다 미나미의 대쉬도 전부 둔감하게 넘겨버리죠(....) 뭐...작품이 진행될수록 점차 눈치채긴 하지만요.
마드리갈
2017-08-25 13:05:19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는 본 적이 없지만, 요시이 아키히사의 성우가 시모노 히로인 점에서 어느 정도 캐릭터의 성격에 짐작이 가네요. 시모노 히로가 담당한 캐릭터 중에 진격의 거인의 코니 스프링거가 있는데, 이 캐릭터도 만만찮게 바보거든요. 가장 유명한 사례는 경례를 잘못해서 교관이 "네놈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나!!" 라고 격분한 것이었어요.
기본적으로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나 보네요. 그리고 나쁜 성격인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런데 바보스러울 정도로 둔감한 게 문제이긴 문제인가 보네요. 점차 진전되는 것도 다행이예요.
마키
2017-08-25 13:15:49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 나오는 주인공의 동급생 '카미나리 덴키上鳴電?'가 떠오르네요. 저 말장난할 의지마저 없는 이름(...)에 걸맞게 보유한 개성(태어날때부터 물려받거나 터득하는 일종의 초능력)이 전기를 다루는 능력인데, 정작 본인은 그냥 '팔다리에 전기 두르는 능력' 정도로만?인식하고 있죠.
사실 전격 계통의 능력자란게, DARKER THAN BLACK 시리즈의 '헤이' 라던가 원피스의 '에넬' 처럼 이능력 배틀물 장르에서도 상당히 강하거나 거의 최강자 급의 능력으로 묘사되고, 순수하게 전기만을 다루는?능력은 아니지만 범위를 더 포괄적으로 잡아 전기력/자기력을 다루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시리즈의 '미사카 미코토'는 게임센터 코인으로 웬만한 대구경 화포에 필적하는 파괴력(=초전자포, 즉 레일건)을 발휘할 수 있으며, 마블 코믹스의 '매그니토' 역시 이 바닥에서 유명한 최강자 중 한 분.
또 신화에서도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북유럽 신화의 토르, 인도 신화의 인드라, 일본 신화의 타케미카즈치 처럼 뇌신은 그 신화의 주신이거나 아니면 주신에 버금가는 존재로 나오죠.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는 능력 자체는 강하지만 그걸 응용하지 못해서 썩히는건 순전히 카미나리 덴키 본인의 문제라는 이야기. 아예 학교에서도 "애가 너무 단순한 것이 문제다" 라고 지적하고 커리큘럼에 참고할 정도. 거기다 능력의 반동으로 한번 대량의 전기를 방출하면 머리가 쇼트, 문자 그대로의 바보로 돌변합니다(...).
마드리갈
2017-08-25 13:32:53
이름 자체가 천둥번개네요. 그리고 능력도 엄청난데 그 능력을 살릴만큼 지혜롭지는 못하고, 전기를 방출하고 나면 그냥 바보로 돌변...참 답이 없어요.
묘하게 니지무라 오쿠야스와 비슷한 점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니지무라 오쿠야스가 지닌 스탠드능력인 더 핸드는 공간을 임의로 삭제하는 힘이 있다 보니 잘못 걸리면 존재 자체가 소멸당해 버리죠. 그런데 운용하는 본체인 니지무라 오쿠야스가 워낙 바보이다 보니, 히가시카타 죠스케와 적으로 만났을 때, 이 능력을 역이용당해 화분과 자신 사이의 공간을 삭제해 버렸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화분에 맞아서 기절해 버려요.
Papillon
2017-08-25 20:41:23
바보하니까 떠오르는 캐릭터는 국내 라이트노벨 "삼학연의"의 주인공 권신후가 있네요.
작중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삼국지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칭호로 내리고 칭호에 따라 다른 대우를 해줍니다. 일부 칭호를 얻은 이들은 세력을 만들어 학교의 시설들을 점령할 수 있으며, 특정 세력에서 시설을 점령할 경우 다른 세력에 속한 학생들은 점령 측에서 요구한 대가를 치르거나 해당 지역을 재점령하지 않는 이상 시설 사용이 불허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 칭호를 통해 받는 이름은 학생들에게 능력치 보정을 주는데, 예를 들어 "여포"를 받은 히로인 "하늘아래태어난눈부신선녀"(진짜 본명입니다)은 겉모습은 그냥 미소녀지만 여포의 능력치가 인스톨된 덕택에 맨 손으로 학교의 콘크리트 벽을 박살낼 수 있는 무력을 자랑합니다. 다만 그 부작용으로 머리가 나빠져서 원래 수재 수준의 지능을 자랑했지만 바보 수준으로 지능이 떨어졌죠.
주인공 권신후가 선택한 삼국지의 등장인물은 바로 헌제. 하지만 헌제는 능력치가 암울하기 그지 없어요. 모든 능력치가 30대입니다. 머리도 바보고 체력도 나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주인공은 어떤 메모에 적힌 지시를 이용해서 어려운 상황들을 해결해나가죠. 그리고 그 메모를 적은 존재는 바로 헌제가 아닌 권신후. 주말에 외출해서 헌제의 능력을 인스톨하지 않은 오리지널 권신후입니다. 이후 권신후의 능력치가 공개되는데 삼국지 영웅 중 그 누구의 힘도 인스톨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솔 96, 무력 90, 지력 99, 정치 98, 매력 94.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괴물입니다. 실제 삼국지 게임의 인물이라고 해도 일부러 사기적으로 만들어낸 신무장이라고 해야겠죠. 다만 모종의 이유로 일부러 헌제를 골라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고 있습니다. 8권 이후 책이 나오질 않고 있어서 어찌될지는 모르지만요.
마드리갈
2017-08-26 20:49:29
삼학연의...상당히 독특한 설정이네요. 처음 알았어요.
등장인물의 이름이 삼국지에서 유래한 무투파 학원물인 일기당천도 생각나고 있네요.
여포를 받은 히로인의 본명에 아이고 했고, 여포의 능력치를 대가로 지능이 바보 수준으로 전락한 것에 또 아이고 하게 되네요. 맨손으로 콘크리트벽을 박살내는 무력이 뭐가 필요하다고...
권신후가 선택한 헌제는 능력치가 참 형편없지만, 권신후 본인은 정말 무서운 인물이네요. 거의 완벽 가까이. 삼국지 6을 기준으로 하자면 저런 능력치의 장수는 신장수 99명을 만들고 나서 마지막에 만드는 장수에서만 선택가능한 타입인 국사무쌍...그렇게 헌제를 골라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게 꽤 궁금해지네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을 소개해 주신 점에도 깊이 감사드려요.
대왕고래
2017-08-26 20:18:17
한쪽은 전형적인 트롤러에 자신만 최고인 캐릭터고, 다른 한쪽은........ 바보란 저런 것인가 하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네요.
어느 쪽이든 곤란하네요... 그리고 현실이었으면 두쪽 다 살면서 곤란한 일 한두번은 겪을 거 같은...
마드리갈
2017-08-26 21:01:42
확실히 그렇죠. 제대로 각성하지 않는 한, 저런 속성의 인물은 반드시 현실의 문제에 발목을 잡히게 되어요.
스도 켄의 경우는, 분노조절이 제대로 안되고 도발에 잘 넘어가다 보니 누군가 악의적으로 모략을 실행할 경우 피해자로 전락해서 금품을 대량으로 뜯기거나 누명을 쓰고 유죄판결을 받아 장기간 복역하는 등의 불리한 상황에 말려들기 쉬워요. 게다가 평소 생활상도 좋지 않아서 그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도 무시못할 정도니까 곤란하죠. 학과성적은 물론이고 판단력과 인내력이 저렇게 낮아서는 프로 운동선수가 되기도 힘들고, 설령 되더라도 협상에서 불리해지거나 인성 문제로 각종 법적 문제에 휘말리기 딱 좋겠죠.
하나바타케 요시코의 경우도 꽤 위험한데, 일반상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어떤지에 대한 자각도 없어서 이 경우도 누군가가 작정하고 합법적으로 괴롭힐 경우 꼼짝없이 당하게 되어 있어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앗군이 "경범죄를 저지르게 해서 몇년간 형무소에 처넣어 버리죠?" 라고 말할 정도로 문제가 많고, 게다가 바보걸이 개그만화니까 어떻게 넘어가기는 하지만 현실은 개그만화가 아니니까요. 작중 행동 중 앗군의 방에 무단침입하는 사건, 선도부장에 대한 성추행, 다른 여학생의 교복치마를 들춰서 팬티가 어떻네 한 것 등은 현행법상 당장 문제가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