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미도 메탈기어의 아버지인 코지마 히데오를 토사구팽한것도 그렇고 카도카와의 행태를 보면 진짜 일본의 서브컬쳐 업계가 왜 갈리파고스화에 접어드는지 알거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케모노 프랜즈는 게임이나 코믹스나 실패한 서브컬쳐 컨텐츠의 사례로 남은것을 애니화로 드높인 특이 케이스입니다. 그건 망한 컨텐츠를 재료로 연출을 극대화 시켜서 흔히 말하는 속어로 갓애니로 만든 공로는 타츠키 감독의 것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크리에이터를 토사구팽하는 사례가 느는걸 보면 일본의 서브컬쳐 업계의 미래도 불보듯 뻔하죠.

섹시 어필이 강화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거랑 별개로 타츠키 감독이 개인적으로 생각한 방향과 달라질 가능성이 높겠죠....아쉬운 일입니다.

그거랑 별개로 현재 카도카와가 제작위원회를 통해 일본 서브컬쳐계를 휩쓰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독점의 폐해라고 밖에?말이 안나오는군요....?

케모노 프렌즈가 아주 잘 팔리는 미디어믹스였다가 애니화로 망했다면 모를까, 거의 가망없던 것을 초인기 컨텐츠로 만들어 놓은 타츠키 감독을 내치고 애니제작사인 야오요로즈를 업무제휴관계 지속불가의 이유로 거론한 것은 아무래도 좋게 봐 줄 수는 없어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은 그나마 황금을 더 얻기 위한 탐욕으로라도 설명이 되지만 이 카도카와 사태는 뭐로 설명이 가능할까요. 아직 정보가 많지는 않고 그래서 본격적인 판단까지는 뻗어가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할 듯해요.

그런데, 사견으로는, 카도카와가 이 사태를 정말 심각하게 여기려면 적어도 두 분기는 지나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카도카와의 출판미디어사업분야는 꽤 다변화되어 있어서, 서적 브랜드 카도카와서점, 후지미서방 이외에도 게임 브랜드 엔터브레인, IT 뉴스그룹 아스키미디어워크스, 실용서 분야의 츄케이출판, 정기간행물 분야의 카도카와매거진즈, 동영상 배신서비스인 니코니코동화, 회사의 중핵분야인 국문학 관련을 담당하는 카도카와 학예출판 등의 다양한 사업부를 지니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감안하고 카도카와의 분야별 매출을 보게 될 때, 2014년 3월말 결산 기준으로 영상 관련은 17.4%임을 알 수 있어요. 반면 카도카와의 전통적인 사업분야인 서적에서는 43.4%, 잡지 및 광고에서는 21.5%를 기록하여 이 분야가 거의 2/3 정도에 근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즉 애니는 중핵분야도 최대매출 달성분야도 아니다 보니, 케모노 프렌즈를 희생한다고 한들 재무제표에 악영향이 없다면 상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겠죠. 카도카와의 결산공고일이 3월 31일이다 보니, 이 사태로 매출이 줄지 않았거나 도리어 올랐다는 것이 결산공고일 기준으로 발표한 데이터로 드러났다면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줄었다 하더라도 케모노 프렌즈 사태와의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은 미동도 하지 않을 거예요.

일본 사회의 폐쇄성이 원인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쎄요. 동의하기 힘든 점이 꽤 많아요.

일단 간단히 언급하자면, 진짜 폐쇄성이 강하다면 타츠키 감독이나 야오요로즈는 아예 업계에서 내쳐지거나 기피인물이 되겠죠. 그런데 카도카와 이외에도 종합계출판사는 코단샤, 히토츠바시 그룹 산하의 슈에이샤 및 쇼가쿠칸이 있고, 업계 인물들이라고 해서 한결같이 카도카와와 의견이 같아 보이지 않으니까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이런 구도에서 나머지 3개 종합계출판사가 카도카와와 같은 뜻을 가질 리도 만무하고, 게다가 연매출 기준으로는 쇼가쿠칸만이 카도카와에 뒤질 뿐이죠. 그러니 좀 더 많은 자료를 보고 관망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이 사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은 게 있다 보니, 우려를 금할 길이 없군요.

그리고, 의사결정이 반드시 매출이나 수익이 극대화되는 쪽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아니, 많은 경우 비합리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이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을 것입니다.

위에서 동생이 카도카와 측의 스탠스를 밝혀 놓은 것처럼, 케모노 프렌즈는 카도카와에게는 수많은 상품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케모노 프렌즈 팬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자체가 이미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보니, 게다가 카도카와는 이 분야의 거대기업이다 보니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 많은 정보를 보고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코멘트는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사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