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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탓만 하면 미풍양속이 잘 지켜지겠군요

마드리갈, 2017-11-01 21:02:18

조회 수
217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면서 세계 곳곳은 할로윈 행사가 가득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게 하나 있길래 이것만큼은 이야기를 해 볼까 싶어요.


이 기사를 읽고 눈을 의심했어요.

한국 귀신은 뭐하나 몰라...핼러윈 안 잡아가고 (조선닷컴 2017년 10월 28일 기사)


일단 제목에서부터 천박함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고, 논지조차도 결함투성이에, 저런 글이 기사라는 것 자체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어요.


저 기사의 논지는 3가지로 압축가능하네요.

  1. 왜 한국인이 서양 귀신파티를 즐기나?
  2. 할로윈에 비용, 스트레스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3. 광복절이나 한글날 등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는가?

사실 논지라고 이름붙여주기도 뭐할 정도로 빈약하지만, 일단 그래도 분석을 해 보기로 할께요.


이미 첫째 논지부터가 깔끔하게 논파되네요.

저 논리대로 할 것 같으면 쌀밥과 배추김치와 된장도 먹으면 안되죠. 쌀의 기원은 인도, 게다가 국내에서 재배되는 쌀 중에는 일본 품종도 있으니까요. 배추와 콩은 중국에서, 고추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전래된 식물이기도 하니까요.

방금 제시된 주장이 억지같다고 여겨지면, 같은 논리로, 한국인이 서양 귀신파티를 즐기면 안된다는 말도 역시 성립되지 않아요. 그러니 저런 주장은 안 하는 것만 못해요. 그리고 할로윈이 그냥 귀신파티라는 말로 싸잡아도 좋을 성격의 것도 아니지만, 처음부터 저렇게 억지를 쓰는 기사에 기대할 것은 없으니 생략해야죠.


둘째 논지도 정당화되지 못해요.

언급된 문제는 이미 전통 명절이나 관혼상제 등에도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허례허식이라는 말이 왜 달리 있을까요. 문제는 할로윈 자체가 아니라 각종 놀이, 행사 등에 대한 문화적 저변 자체가 뒤틀려 있는 점에 있는 것을 애써 외면하네요. 할로윈 이전에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가 갑자기 할로윈이 전래되면서 문제가 생기기라도 했다는 것인지. 마치 강력범죄의 원인이 게임에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기분 탓일까요?


셋째 논지는 역공의 여지가 아주 많아요.

기사에서 언급된 할로윈 행사 참여자들이 정말 광복절이나 한글날 등을 소홀히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고, 따라서 이런 것들을 비판의 논거로 삼는 것은 사상누각이 아닐 수 없어요. 만일 할로윈 및 우리나라의 고유 기념일을 양쪽 모두 기념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미 반례이고, 그 이전에 할로윈 행사의 참여가 우리나라의 고유 기념일을 홀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없으니 역시 말하지 않는 것보다 못해요.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몇해 전 유행이었던 삼일절, 광복절 새벽의 폭주족 난동은 고유 기념일에 적극참여한 것이니까 권장해야 할까요?



할로윈만 없으면 마치 미풍양속이 잘 지켜질 것같은 생각에는, 동의해 주고 싶어도 반례가 너무 많은데다 논리 자체도 아예 없는 것만도 못하다 보니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조커

2017-11-01 21:46:24

애초에 학교에서 수능에 필요한 지식만 주입식으로 가르치는데 그런 과정이 부족한 것을 할로윈 탓으로 돌리는건 대체 무슨 논지인 걸까요. 학생들의 역사관과 인성 교육의 부재자체를 꼬집었다면 좋았을것을 그게 할로윈 탓이라니 정말 잭오랜턴이 입을 벌리고 웃는게 꼭 이 기사를 비웃는거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 조상님들도 나례라는 의식을 치뤘는데 이게 형태만 다를뿐이지 할로윈에서 귀신 분장을 하고 크게 행사를 하는 형태만큼은 유사해보이더군요. 저 기자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행사가 있다는걸 알고 썼을까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더니 뭐든지 끼워맞추기로 포장해서 쓰면 그게 기사거리라니 정말 저도 돈 쉽게 벌려면 인터넷 매체 기자가 되면 된다 라는 걸 일찍 깨달았다면 지금같이 힘들게 돈 벌진 않았겠죠. 허허?거참..


뭐 저희집에 찾아와서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면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가져간 아이들의 얼굴은 꽤 즐거워보였습니다. 전 그것만으로도 할로윈의 가치가 있다고 봐요. 재미있는 놀이로 받아들여도 될것을...

마드리갈

2017-11-02 08:26:53

정말, 조커님이 말씀하신대로, 교육 문제가 쟁점이 되었더라면 저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겠죠. 뭔가 비판은 해야겠는데 억지로 할로윈을 희생양으로 만든 것밖에 되지 않아요. 그러니 기자는 아무나 하나 하는 비꼬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닐 거예요.


그렇죠. 나례라는 의식만 알더라도 저런 식으로 매도하는 기사는 쓰지 못할 것인데, 여러모로 지적 빈곤이 드러나네요. 이제는 뭐랄까, 연민마저 느껴질 정도...

Papillon

2017-11-01 22:59:24

기자가 크리스마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하군요. 크리스마스도 같은 논리로 충분히 비난할 수 있는데 여태까지 그런 이유로 크리스마스를 비난한 기사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크리스마스가 더 나쁠 수도 있겠군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트교의 행사(더 깊이 들어가면 솔 인빅투스 숭배와 연결되지만요)에 불과한데 대한민국의 국교는 크리스트교가 아니죠. 뿐만 아니라 할로윈은 그저 즐기고 지나갈 뿐 쉬는 날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는 휴일이지 않습니까? 해당 논리대로라면 크리스마스야말로 사라져야 할 악습인데 말이죠. 여러모로 웃기는 주장입니다.

마드리갈

2017-11-02 08:30:58

말씀하신 것처럼, 기사의 논리는, 헌법적 차원에서 정교분리 및 종교에 대한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가 휴일인 현실에 대해는 결과적으로 외면하고 있어요. 그러니, 설령 저 기사의 주장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편협할 수밖에 없는 함량미달의 기사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저 기사는 웹문서로 만들 가치도 없었고, 웹문서는 그러라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졌어요.

마키

2017-11-02 00:12:19

반대로 묻고싶네요.


설과 추석 말고 현대인이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그밖의 서양 명절?기념일 처럼 부담없이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는 명절이 뭐가 있는지요. 그나마 그 설과 추석의 차례상마저도 부담된다고 요즘 세대에서는 슬슬 물리는 환경에서 다른 명절은 거의 이름뿐인 수준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마드리갈

2017-11-02 08:37:16

이런 생각까지 들면 좀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놀이문화의 부재, 고비용 저효율의 허례허식 등의 현실을 진단하고 비판하기보다는 그저 할로윈을 희생양 삼으면 기사를 쉽게 쓸 수 있고 호응 또한 좋을 거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그렇게 작성한 기사, 명백한 오답인데 어쩌죠?


태산은 먼지 하나도 마다하지 않고, 대양은 물 한 방울 거부하지 않는데, 어찌 놀이문화에 내것 네것 구분을 할까요. 최치원의 한시에 서역의 놀이문화가 소개된 것을 알면 최치원을 매국노라고 매도할지도...그런데 기대하고 싶지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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