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포켓몬스터 썬을 플레이 중입니다.
인게임에서 쓸 수 있는 기술중에 '길동무'라는 기술이 있는데, 시전한 다음 턴 까지 시전자가 상대의 직접 공격 기술에 기절할 경우, 시전자를 쓰러트린 상대 역시 기절시키는 문자 그대로의 기술이죠.
이번 작에서는 전통의 체육관을 대신하는 '섬 순례' 라는 것이 있는데 각 섬의 캡틴이 내리는 미션을 수행하고, 각 섬 최강의 포켓몬인 일명 '주인 포켓몬'을 쓰러트린 뒤 체육관 리더에 대응되는 '섬의 왕/여왕'과 싸워 이기고 그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7세대의 메인 컨텐츠이자 배경인 알로라 지방의 전통인 섬 순례입니다. 같은 연유로 포켓몬 리그 출전 자격을 가진 자임을 증명하는 8개의 체육관 배지 역시 이번 작에선 각 타입별로 'Z기술'이란 특수한 필살 기술을 사용하게 해주는 'Z크리스탈'을 수집하는 것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해서 마지막 4번째 섬의 최강자이자 섬 순례의 최종 보스(포니섬 캡틴인 말리화는 용량 문제로 시련이 없습니다.)인 주인 포켓몬 짜랑고우거 와의 승부를 클리어하고 사실상 섬 순례를 완수했지만 기분적으론 적에게 굴욕적으로 전멸당한 것보다 더 납득이 안됩니다.
포켓리조트에서 포획한 고스트 포켓몬 대로트가 마침 길동무를 배웠길래 일명 저승길동무 작전을 개시. 이론상 상대 엔트리 하나는 확실히 제거하는게 가능하고, 대로트는 어차피 버림패여서 실패해도 별로 리스크가 크지 않기에 시도한 전략이지만 턴 계산 및 스피드 종족값 문제로 트레이너 열명 가까이 상대하며 번번히 실패하고 심지어 그 중 한번은 체력 딱 3 남기고 살아남는 바람에 아깝게 실패.
그리고 대망의 주인 포켓몬과의 승부.
이전의 실패를 발판삼아 시작하자마자 길동무를 시전하고 턴 엔드. 짜랑고우거는 동료 포켓몬 짜랑고우를 소환하고 턴을 넘기는데, 7세대부터는 연속 사용시 실패한다는걸 모르고 다시 길동무를 지시하자 짜랑고우거에게 우선권이 넘어가 짜랑고우거의 일격에 대로트는 기절합니다. 이 시점에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실상 대로트의 임무는 완수된건데...
...헌데 이 시점에서 제게 완전히 턴이 넘어오지 않았기에 아직 행동권을 가진?길동무가 효력을 발휘하여?주인 짜랑고우거가 즉사하면서 시작하자마자 주인 포켓몬이 원턴킬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기적이 발생합니다(...). 남은 동료 포켓몬 짜랑고우는 후속으로 출전한 따라큐의 페어리 타입 Z기술로 쓱싹 처리.
거의 열번 가까이 실패를 거듭한 막가파 전략이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야 잭팟을 터트리는 바람에 격파 메시지 보고 벙 쪄서 새벽에 게임기 붙잡고 숨 죽여 웃으며 끅끅거렸네요.
개인적으론 섬 순례의 최종 보스인 만큼 패배해도 "괜찮아 잘 했어"라고 넘길만큼 멋진 승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분명 게임에서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정당당하게 이겼는데도 기분적으론 비겁한 수를 써서 비열하게 이긴거같은 더러운 기분을 맛보고 있네요...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168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72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189 | |
공지 |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10 |
2023-12-30 | 360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2 |
2020-02-20 | 3863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01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5973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594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088 | |
5896 |
꼰대와 음모론, 그 의외의 접점
|
2024-11-24 | ||
5895 |
오늘부터는 여행중입니다1
|
2024-11-21 | 12 | |
5894 |
멕시코 대통령의 정기항공편 이용은 바람직하기만 할까
|
2024-11-20 | 17 | |
5893 |
10세 아동에게 과실 100%가 나온 교통사고 사례
|
2024-11-19 | 19 | |
5892 |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1
|
2024-11-18 | 45 | |
5891 |
근황 정리 및 기타.4
|
2024-11-17 | 63 | |
5890 |
그럴듯하면서도 함의가 묘한 최근의 이슈
|
2024-11-16 | 25 | |
5889 |
이것이 마요나카 철도 사무국의 진심입니다!4
|
2024-11-15 | 61 | |
5888 |
홍차도(紅茶道)2
|
2024-11-14 | 32 | |
5887 |
예금자보호한도는 이번에 올라갈 것인가
|
2024-11-13 | 28 | |
5886 |
마약문제 해결에 대한 폴리포닉 월드의 대안
|
2024-11-12 | 38 | |
5885 |
이번 분기의 애니는 "가족" 에 방점을 두는 게 많네요
|
2024-11-11 | 39 | |
5884 |
방위산업 악마화의 딜레마 하나.
|
2024-11-10 | 42 | |
5883 |
"N" 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생각없는 용어들
|
2024-11-09 | 43 | |
5882 |
트럼프 당선 & 수능과 교육 이야기4
|
2024-11-08 | 107 | |
5881 |
있는 법 구부리기4
|
2024-11-06 | 70 | |
5880 |
고토 히토리의 탄식2
|
2024-11-05 | 47 | |
5879 |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가는 건 일단 맞게 보이네요3
|
2024-11-04 | 52 | |
5878 |
중국의 비자면제 조치가 도움이 될지?5
|
2024-11-03 | 82 | |
5877 |
아팠던 달이 돌아와서 그런 것인지...2
|
2024-11-02 | 52 |
4 댓글
마드리갈
2017-11-08 14:37:48
굉장히 기묘한 상황이었네요.
그러니 이기긴 이겨도 실력으로 이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 뒷맛이 개운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고...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어느 정도 이해되고 있어요.
아마도 2회차 플레이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플레이하시는 게 좋겠지만...그것도 여의치 않겠죠?
마키
2017-11-10 08:58:46
매번 실패하던게 설마하니 마지막에 와서 먹혀들줄이야...
말씀하신대로 혹시라도 2회차나 문 버전 플레이할때는 썬 버전 플레이할때 쓴 공략법이나 이런걸 무시하고 저 하고 싶은대로 정정당당하게 정공법으로 승부해서 이겨내보고 싶네요.
SiteOwner
2017-11-08 23:53:13
포켓몬스터는 잘 모르지만, 설명해 주신 상황에서 어떤 것을 느끼셨는지는 대략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플레이했더라면 결과가 안 좋아도 만족스럽게 했고 다음에 다시 할 마음도 크게 들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했던 것인가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다시 게임을 하기도 좀 그렇고 하는 기분이 안 들 수 없겠지요. 이해합니다.
기분을 잘 추스리시길 바라겠습니다.
마키
2017-11-10 09:02:00
뭐 이정도로는 딱히 추스리고 말것도 없지요.
후에 구입할 문 버전이나 후속작 울트라썬/문 버전을 사서 한다면 이번엔 공략이나 꼼수같은것 없이 오로지 애정만으로 선별한 엔트리로 정정당당하게 정공법으로 싸워서 이기든 지든 후회없는 승부를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