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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핀란드화에 대한 우려 그리고 2년 뒤

SiteOwner, 2017-11-11 23:59:03

조회 수
206

2년 전 여름, 핀란드화와 한국 제하로 글을 쓴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권이 바뀌긴 했는데 어째 핀란드화만큼은 달라지기를 거부한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한중 관계정상화 합의문에서 중국에 대해 천명한 이른바 3불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2017년 10월 31일 연합뉴스 보도


요약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사드(THAAD)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MD 프로그램에의 가입의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하든 말든간에 그것 자체를 우리나라가 중국에 말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말할 필요조차 없을 뿐더러, 사실 말해서도 안됩니다. 외교전술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싶지만, 국가의 주권평등원칙, 그리고 우리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될 때 발생할 전략적 유연성 부족 등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하지하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동맹국 사이라고 할지라도 발언해서는 안될 사안인데, 왜 이런 것을 말해야 했을까요.


게다가, 중국의 그간의 횡포에 대해서 사과 및 시정을 요구하는 자세는 과문의 탓인지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 측이 내세우는, 중국의 인민이 제재한 것이지 정부 차원에서 제재한 적이 없다는 그런 궤변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물론, 한국산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비관세장벽 같은 것은 여전히 세워져 있는 상태.


이래서 어쩌자는 것일까요.

나중에 중국에서 반중여론을 단속하라, 반중 성향의 인물을 제재하라, 중국의 주요기업의 경쟁자가 되는 한국기업을 처분하라 등의 요구를 하면 아주 잘 따르겠군요.

중국이 강대국이니까 따라야 한다면, 그 중국보다 훨씬 강한 미국에게는 일절 이의제기를 하지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민족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일본과의 합방을 결심했다는 을사오적도 그 논리로 정당화됩니다. 당시 일본은 유럽 5대 열강인 러시아를 전쟁에서 이겼으니까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요즘,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전 정권을 적폐 그 자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외교 하는 것을 보면, 2년 전 친중 일변도로 가던 전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적폐 정권이 하던 것과 다를 게 없으니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적폐의 심장을 찌르면서 하는 말은 이런 것이겠지요.

"적폐를 계승중입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Dualeast

2017-11-12 09:40:17

적폐의 숨통을 끊으면서 그 피를 마시는 꼴...

SiteOwner

2017-11-12 13:13:53

그렇습니다. 간결하게 잘 표현해 주신 그대로입니다.
사실 누가 집권하든간에 나라를 건강하게 잘 유지시키고 발달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만, 잘못된 외교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나가는 것을 보면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이런 게 있더군요. 5.18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중국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금지되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찌 비판의 목소리가 이렇게도 없는지...신념보다 중국이 더 중요한 것인가 봅니다.

HNRY

2017-11-12 20:07:30

기사의 내용은 지난달 말이로군요. 현재 정정 요청을 받아들여 중국 언론은 '약속'에서 '입장표명'으로 표현을 바꿨다고 하지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단순 입장 표명의 경우 유사시엔 반드시 이행할 필요가 없다 알고 있습니다.


1번의 사드 추가 배치가 없다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이미 기존에 합의하고 있던 분량은 모두 배치되고 거기에 추가로 자체적으로 미사일 요격 체계인 L-SAM을 개발하고 있어서 추가적인 건 이걸 도입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2번의 한미일 군사동맹은 어찌보면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의 입장은 한미동맹의 강화는 있어도 한미"일" 동맹을 한미동맹 수준으로 강화하진 않는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니까요. 같은 우방으로서 어찌 그러할 수 있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대한민국 영해에 미해군 함대가 들어와 성조기를 펄럭이는 건 허용해도 일본 자위대가 대한민국 영토와 영해에 들어와 욱일기를 펄럭이는 모습을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반길리가 없고 정부로선 그런 국민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한국 정부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서 이 입장과 그 원인을 대놓고까진 아니어도 넌지시 전달하였지요.(독도 새우, 위안부 할머니의 초청) 더불어 한미일 동맹 성립에서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 일본은 군사적 영향력 확대라는 이득이 있지만 한국은 그 중간에서 특별히 얻는 이득은 없을 거란 계산이 있얼 거란 얘기도 들었네요. 나쁘게 말해 미일의 고기방패나 될 거라고....


3번의 경우 역시 좀 걸릴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국군은 KAMD로 자체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발하고 있지요.? 이것 외에도 킬체인 등의 대북체계 위주로 군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들었습니다.


뭐랄까, 오너님의 우려도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일정과, 그 중 방한 중의 행보 및 여기서 양국의 성과를 보았을 때(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 및 미국 전략 자산의 추가 도입, 그리고 핵잠수함 도입에 관한 협의, 그리고 국회에서의 30분이나 되는 장시간 연설 등) 일단은 계속 지켜보려는 입장을 고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그곳의 수장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있어 조선 시대의 명나라와 그 명나라의 황제 만력제 같은 존재가 될 지, 아니면 조선말 근대 미국과 그 미국의 수장이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재림이 될 지는 확언은 못하겠군요.

SiteOwner

2017-11-12 20:50:58

국제법의 제원칙 중에 금반언의 원칙(estoppel)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미 공언화된 것을 뒤집지 말라는 의미인데,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건 무엇을 실행하든간에 정착된 국제관례나 성문화된 국제법에서 요구되는 이외의 사항을 미리 말해서 스스로 행동범위를 좁히고 나면 그 뒤의 행동은 금반언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선택해서는 안될 선택지가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중국은 우리나라가 필요할 때마다 말을 바꾸는 신인도 낮은 국가이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먼저 가진 패를 다 보이면서 스스로 손발을 묶어서 무엇을 어쩌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가 없다는 말은 백해무익합니다. 이번의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이 주한미군 자체 방어를 위해 도입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자체 판단으로 사드, 지상형 이지스, 자체 개발 방공망 등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무엇을 배치하든 간에 이건 우리나라 단독 내지는 한미동맹 차원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을 왜 중국에 이야기합니까. 애초에 그런 것은 중국에 약속으로도 입장표명으로도 해서는 안될 사안입니다.


일본에 대한 그런 감정적 태도는 이승만 때부터의 유구한 전통(?)을 답습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1951년부터 1965년까지 결국 무슨 이득이 있었습니까. 그 기간 동안 일본이 태도를 바꾼 것도 아니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초대된 것도 아니고, 결국은 회합이 있으나마나 했고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습니다. 그때나 다름없이 그런 감정적 태도를 계승하는 것은 결코 새로운 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리고 어차피 일본은 한국의 감정적인 태도를 문제삼아 우리가 위기에 빠졌을 때 방관자적 태도를 정당화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선택지는 일본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와 태도변화의 요청, 그리고 좋은 방향으로의 공존공영이지, 감정싸움으로 인한 결과적인 이적행위는 아닌 것입니다.


지금 한미동맹 차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최대한 쓸 수 있게 해도 모자란데, MD 불참을 미리 선언하다니, 이건 양쪽에서 얻어맞는 짓입니다. 적국에게는 고립되었다는 확신을 안겨주고, 동맹국에게는 불신의 사인을 주고. 이건 제2의 애치슨 라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적도 오늘의 친구가 되는 게 국제사회인데, 우리나라의 외교전략을 보니 어제의 적은 당연히 오늘의 적이고, 오늘의 친구도 내일의 적으로 못 만들어서 안달인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마당에 일개 소시민인 저 자신이 희생당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인데, 과연 가능할지는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그게 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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